어찌 된 영문인지 우리나라 의료법은 병원 이름을 지을 때 자기가 치료하는 부위, 예를 들면 ‘눈’ ‘코’ ‘입’ 같은 말을 상호에 단독으로 넣지 못하게 돼 있다. 그래서 ‘눈병원’ ‘코병원’은 없다. 스타급 대학교수들이 모여 만든 국내 최대 규모 안과병원 ‘누네병원’은 ‘눈에’가 아니라 ‘누네(Nune)’로 국문법을 어겨가며 연음표기를 했다. 병원 측은 ‘누네띠네’라는 과자가 ‘국어 파괴’로 욕을 먹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 한 신학자에게서 “‘누네’가 히브리어이며 아주 좋은 뜻을 가진 것으로 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말을 문헌으로 증빙하지 못했고, 다만 “어디서 주워들었을 뿐”이라고만 했다. 이스라엘 대사관에 알아봤지만 허사.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봐도 도무지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히브리어와 상관없는 내용만 잔뜩 쏟아졌다. 그때 길을 열어준 게 검색엔진 구글의 검색과 번역도구(50개 언어 번역) 기능이다.
알고 보니 ‘누네’는 히브리어의 알파벳 N의 독일어식 발음으로 숫자 50 또는 생선, 바다를 뜻하며 고대 히브리어에선 ‘하늘과 사람을 연결하는 중재자’란 의미로 쓰였다. 마침내 병원 측은 병원 이름을 ‘누네’로 확정하고 진료를 시작했다. 눈을 치료한다는 의미와 밝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병원(중재자)이 되겠다는 뜻을 함께 담은 것. 병원 관계자들은 인터넷 검색의 힘을 절감했으며, 누네의 히브리어 원뜻을 찾아낸 직원에게 상을 줬다.
생활 필수도구로 자리잡은 인터넷 검색
이처럼 인터넷 검색은 생활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필수 생활도구로 자리잡았다. 학생, 직장인, 사업가 등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 중 인터넷 검색을 하루에 한 번도 안 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많은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얻어야 하는 기자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인터넷 검색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동아일보 편집국 권혜진 차장(이화여대 문헌정보학과 박사과정)의 ‘기자직 정보탐색행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기자직 응답자 205명 중 81명이 하루 1~3시간, 53명이 3~5시간, 57명이 5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93% 이상이 하루 1시간 넘게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결론. 또 기사 작성과 관련해 정보를 찾아야 할 상황에서 가장 먼저 활용하는 수단이 ‘인터넷 정보탐색’이라고 답한 기자가 144명으로 70.2%에 달했다.
인터넷에서 게임, 쇼핑, 영화감상 등 검색 외의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어떤 게임을 하고, 어디에서 쇼핑을 하며, 무슨 영화를 볼지 결정하려면 결국 검색을 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검색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다양해졌다. 희귀한 스페인어 서적의 내용, 암 치료 생존자의 블로그, 주식 시세, 베를린 장벽 붕괴 순간을 담은 동영상, 파리 에펠탑 주변의 상세한 거리 지도에 이르기까지 검색은 모든 자료를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찾아내준다.
누리꾼들이 전 세계에 흩어진 정보에 접근하고 그중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데 골몰하기 시작하면서 개인의 검색능력과 그에 따른 사회적 영향력은 놀라울 정도로 신장했다. 검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단지 웹문서만은 아닌 시대가 된 것이다. 필요한 책을 찾기 위해 도서관에 가고, 영화와 그림을 보기 위해 반드시 영화관이나 미술관에 가야 하는 시대는 갔다는 의미다. 역사적 인물의 연설문도 동영상으로 만날 수 있고, 구글 어스로 아마존 우림지역을 안방에서 탐험할 수도 있다.
여행지에서 맛깔스러운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고 싶을 때도 검색을 통해 관련 정보는 물론, 최단거리 안내까지 받을 수 있다. 구글코리아 이원진 대표는 “IT(정보통신)시대에는 교육과 경력, 인적 네트워크나 외국어 실력 못지않게 검색능력이 개인의 사회적 능력을 좌우한다. 그만큼 학업, 업무, 일상생활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검색 노하우를 체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해졌으며, 그중에서도 전 세계의 방대한 정보에 접근 가능한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을 활용할 줄 아는 것이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고 말한다.
과거엔 도서관에서 자료를 뒤지고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등 모든 일을 직접 찾아다니며 해결하는 사람이 유능한 학생, 직장인의 표본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의 모범생은 컴퓨터 앞에서 맡은 일을 모두 해결하거나 절반을 끝내놓고 현장으로 가는 유형이다. 검색능력이 뛰어날수록 일은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끝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비용과 시간이 절감되고 업무효율은 높아진다. 때로는 간단한 검색 행위 하나가 위기에 처한 기업을 살리기도 하고, 매출 증대에 크게 기여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효율적 행위가 가치로 환산되는 시대에 검색의 힘, 즉 검색능력이 성공을 위한 새로운 조건으로 떠오른 것이다.
취업·업무수행·기업매출 좌지우지
현재 포털사이트들의 문답식 지식검색이 대한민국 인터넷 사용자의 지식을 하향평준화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근거가 불명확한 답변에 의존해 정확한 정보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답변을 다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초등학생이어서 지식검색이 ‘초딩의 놀이터’라고 불릴 정도. 그만큼 답변의 질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만들어진 정보’에서 더 나아가 웹상에 있는 좀더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진짜 정보’에 대한 접근 노하우가 주목받기 시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어진 정보’가 아니라, ‘스마트한’ 검색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정보에의 접근 능력이 취업과 학업, 업무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것.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여러 나라와 교역하는 무역회사에서 수출 또는 수입하려는 물품의 가격을 각 나라의 화폐단위로 환산할 때 그날그날의 환율을 일일이 검색해 이를 다시 전자계산기로 곱해 구한다면 그 일만 하는 직원을 따로 둬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글을 비롯한 요즘 검색엔진은 검색창에 외국화폐 값만 입력하면 그날의 환율에 따른 한화 값을 바로 보여준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이 때문에 일의 효율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적어도 한 사람의 인력을 줄여 수익이 늘어날 수도 있다.
다국적 기업의 사보를 편집 대행하는 회사는 정보 검색능력이 곧 돈을 버는 길이나 마찬가지다. 일단 구글의 번역기능을 이용하면 50개 언어를 번역할 수 있어 외국어 원고번역비가 확 줄어든다. 물론 정교한 번역은 못 되지만 구글로 애벌 번역한 뒤 전문가에게 맡기면 그만큼 가격이 싸지기 때문이다. 다음은 그에 맞는 이미지를 구해야 할 차례. 구글 이미지 검색 기능을 사용하면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이미지를 얼마든지 구해 쓸 수 있다. 구글 검색엔진은 저작권 유무를 그 자리에서 알려준다.
저작권이 있는 사진을 쓰려면 1컷에 10만~100만원이 든다. 이런 기능들을 잘 활용하면 사보 1권을 만드는 데 수천만원의 제작비를 절감할 수도 있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김민서(24) 씨. ‘똑똑한 학생=검색의 달인’이라는 등식을 실감케 하는 인물이다. 김씨는 지금껏 어떤 과목에서도 A+를 놓친 적이 없다. 그렇다고 여느 모범생들처럼 도서관에서 죽치고 사는 것도 아니다. 주로 동아리 활동이나 스포츠를 즐기면서 여가를 보낸다. 그러면서도 1등을 놓치지 않는 비결은 바로 ‘검색의 힘’ 덕이다.
그가 제출하는 과제물에는 다른 학생들이 좀처럼 제시하지 못하는 학설과 논문이 인용되고, 교수가 요구하는 주제에 적합한 다양한 자료가 인용된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검색엔진은 구글. 그중에서도 고급검색을 많이 쓴다. 최근 제출한 ‘인터넷 쇼핑몰 마케팅 전략’ 과제물도 검색의 힘을 제대로 활용한 경우. 친구들이 텅 빈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보며 고민하는 동안, 그는 먼저 구글의 고급검색 검색창에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고 파일형식란에서 “Microsoft Powerpoint(.ppt)”를 선택한 후 기존 웹상에 올라온 관련 자료들을 훑어봤다.
그중 참고할 만한 내용을 검토하고, 기타 필요한 자료의 경우 파일형식을 “Adobe Acrobat PDF(.pdf)”로 지정한 후 발췌해 과제물에 인용했다. 특히 한 정부기관이 작성한 ‘인터넷 쇼핑몰 매출 분석보고서’를 찾아내 덧붙인 것이 ‘결정타’였다. 이 보고서는 해당 기관의 자체 검색엔진이나 포털사이트의 검색엔진으로는 찾아낼 수 없었지만, 구글 고급검색에서 해당 기관의 웹사이트로만 범위를 한정해 검색하니 바로 구할 수 있었다. 그 후 이미지 검색에서 관련 검색어를 입력해 과제물의 내용과 맞는 ‘클립아트’ 유형의 이미지만 모아 붙임으로써 멋들어진 과제물을 완성했다. 결과는 역시 A+.
‘검색의 달인’ 소리를 듣는 고려대 경영학과 이장혁 교수는 “검색능력을 기르면 시간, 노력 등 많은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 검색능력은 현대사회에서 요구되는 논리력과 창의력을 배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검색능력의 효용성을 과학적, 수치적으로 증명할 툴을 아직 찾아내진 못했지만, 국내 대기업들이 사용하는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지식경영시스템)만 봐도 기업이 ‘정보’와 ‘검색’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 지식경영시스템은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뿐 아니라 문서, 그래픽, 동영상, 노하우 등을 효과적으로 저장·관리·활용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대기업 중심으로 도입됐다.
“검색만 잘하면 그 시간에…”
취업에서도 검색능력은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올랐다. 헤드헌팅 전문기업 피플스카우트 임정우 대표는 “기업에 인재를 추천하기 전 담당 헤드헌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후보자의 정보 검색능력을 추천 사유에 명기해 부각한다.
기업으로선 같은 조건이라면 당연히 검색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선택한다. 특히 기획이나 마케팅 관련 부서 인력에겐 검색능력이 강조된다. 정보와 지식의 홍수 속에서 좀더 정확하고 빠른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한다.
거꾸로 헤드헌터들에게도 검색능력은 긴요하다. 기업이 요구한 인재를 찾아내는 일은 물론, 해당 기업의 경영 정보를 알아내는 일에서도 검색능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기업의 이미지, 성장 가능성 등을 취업 후보자들에게 정확히 설명해줘야 하기 때문.
실례로 미국 구글 뉴스사이트(news.google.com)에 있는 ‘타임라인’ 서비스(국내는 출시 준비 중)에 들어가 ‘최영철 기자’를 검색하면 1992년부터 현재까지 기자가 쓴 기사 건수가 연도별 막대그래프로 나타나고, 해당 연도를 클릭하면 월별 기사 건수가 제공된다.
그 아래에는 그해 또는 그달에 기자가 쓴 기사가 순서대로 보기 좋게 정리돼 있다. 헤드헌터들이 기자의 스카우트를 고려하거나 언론사가 기자를 평가하기에 더없이 좋은 자료다. 10월25일은 미국 국방부와 캘리포니아 주립대 로스앤젤레스 분교 사이에 인터넷의 원조 ‘아르파넷(ARPANET)’이 연결된 지 꼭 40년이 되는 날이었다. 올해를 ‘인터넷 탄생 40주년’으로 일컫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간 e메일 상용화, 인터넷 도메인 등장, 웹브라우저 개발 등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가장 큰 변화는 인터넷 인구 16억명 시대를 맞아 개인의 검색능력이 사회를 좌우할 정도가 됐다는 점이다. 현대인에게 인터넷 검색능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자직 정보탐색행위에 대한 연구’에 실린 한 기자의 고백담은 현대사회에서 인터넷 검색이 어떤 위상을 갖는지를 짐작게 한다.
“찾기 어려운 데이터를 찾아보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 효율성 있는 검색을 위해선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으면 좋을 검색 기능들을 회사에서 교육해주면 좋겠어요. 물론 ‘그거 없으면 기사 못 쓰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지만,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하거든요. 시간을 줄인다는 것, 이건 중요한 얘깁니다. 다른 걸 또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어제는 데이터 하나 구하느라고 한 시간 반을 헤맸어요. 그 시간에 다른 기사 하나 더 쓸 수 있었는데….”
고민을 거듭하던 중 한 신학자에게서 “‘누네’가 히브리어이며 아주 좋은 뜻을 가진 것으로 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말을 문헌으로 증빙하지 못했고, 다만 “어디서 주워들었을 뿐”이라고만 했다. 이스라엘 대사관에 알아봤지만 허사.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봐도 도무지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히브리어와 상관없는 내용만 잔뜩 쏟아졌다. 그때 길을 열어준 게 검색엔진 구글의 검색과 번역도구(50개 언어 번역) 기능이다.
알고 보니 ‘누네’는 히브리어의 알파벳 N의 독일어식 발음으로 숫자 50 또는 생선, 바다를 뜻하며 고대 히브리어에선 ‘하늘과 사람을 연결하는 중재자’란 의미로 쓰였다. 마침내 병원 측은 병원 이름을 ‘누네’로 확정하고 진료를 시작했다. 눈을 치료한다는 의미와 밝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병원(중재자)이 되겠다는 뜻을 함께 담은 것. 병원 관계자들은 인터넷 검색의 힘을 절감했으며, 누네의 히브리어 원뜻을 찾아낸 직원에게 상을 줬다.
생활 필수도구로 자리잡은 인터넷 검색
이처럼 인터넷 검색은 생활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필수 생활도구로 자리잡았다. 학생, 직장인, 사업가 등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 중 인터넷 검색을 하루에 한 번도 안 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많은 정보를 빠른 시간 안에 얻어야 하는 기자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인터넷 검색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동아일보 편집국 권혜진 차장(이화여대 문헌정보학과 박사과정)의 ‘기자직 정보탐색행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기자직 응답자 205명 중 81명이 하루 1~3시간, 53명이 3~5시간, 57명이 5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93% 이상이 하루 1시간 넘게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결론. 또 기사 작성과 관련해 정보를 찾아야 할 상황에서 가장 먼저 활용하는 수단이 ‘인터넷 정보탐색’이라고 답한 기자가 144명으로 70.2%에 달했다.
인터넷에서 게임, 쇼핑, 영화감상 등 검색 외의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어떤 게임을 하고, 어디에서 쇼핑을 하며, 무슨 영화를 볼지 결정하려면 결국 검색을 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검색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다양해졌다. 희귀한 스페인어 서적의 내용, 암 치료 생존자의 블로그, 주식 시세, 베를린 장벽 붕괴 순간을 담은 동영상, 파리 에펠탑 주변의 상세한 거리 지도에 이르기까지 검색은 모든 자료를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찾아내준다.
누리꾼들이 전 세계에 흩어진 정보에 접근하고 그중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데 골몰하기 시작하면서 개인의 검색능력과 그에 따른 사회적 영향력은 놀라울 정도로 신장했다. 검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단지 웹문서만은 아닌 시대가 된 것이다. 필요한 책을 찾기 위해 도서관에 가고, 영화와 그림을 보기 위해 반드시 영화관이나 미술관에 가야 하는 시대는 갔다는 의미다. 역사적 인물의 연설문도 동영상으로 만날 수 있고, 구글 어스로 아마존 우림지역을 안방에서 탐험할 수도 있다.
여행지에서 맛깔스러운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고 싶을 때도 검색을 통해 관련 정보는 물론, 최단거리 안내까지 받을 수 있다. 구글코리아 이원진 대표는 “IT(정보통신)시대에는 교육과 경력, 인적 네트워크나 외국어 실력 못지않게 검색능력이 개인의 사회적 능력을 좌우한다. 그만큼 학업, 업무, 일상생활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검색 노하우를 체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해졌으며, 그중에서도 전 세계의 방대한 정보에 접근 가능한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을 활용할 줄 아는 것이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고 말한다.
과거엔 도서관에서 자료를 뒤지고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등 모든 일을 직접 찾아다니며 해결하는 사람이 유능한 학생, 직장인의 표본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의 모범생은 컴퓨터 앞에서 맡은 일을 모두 해결하거나 절반을 끝내놓고 현장으로 가는 유형이다. 검색능력이 뛰어날수록 일은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끝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비용과 시간이 절감되고 업무효율은 높아진다. 때로는 간단한 검색 행위 하나가 위기에 처한 기업을 살리기도 하고, 매출 증대에 크게 기여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효율적 행위가 가치로 환산되는 시대에 검색의 힘, 즉 검색능력이 성공을 위한 새로운 조건으로 떠오른 것이다.
취업·업무수행·기업매출 좌지우지
미국 구글 타임라인 서비스. 연도별, 월별로 기자가 쓴 기사가 막대그래프로 나타나 있다.
게다가 답변을 다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초등학생이어서 지식검색이 ‘초딩의 놀이터’라고 불릴 정도. 그만큼 답변의 질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만들어진 정보’에서 더 나아가 웹상에 있는 좀더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진짜 정보’에 대한 접근 노하우가 주목받기 시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어진 정보’가 아니라, ‘스마트한’ 검색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정보에의 접근 능력이 취업과 학업, 업무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것.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여러 나라와 교역하는 무역회사에서 수출 또는 수입하려는 물품의 가격을 각 나라의 화폐단위로 환산할 때 그날그날의 환율을 일일이 검색해 이를 다시 전자계산기로 곱해 구한다면 그 일만 하는 직원을 따로 둬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글을 비롯한 요즘 검색엔진은 검색창에 외국화폐 값만 입력하면 그날의 환율에 따른 한화 값을 바로 보여준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이 때문에 일의 효율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적어도 한 사람의 인력을 줄여 수익이 늘어날 수도 있다.
다국적 기업의 사보를 편집 대행하는 회사는 정보 검색능력이 곧 돈을 버는 길이나 마찬가지다. 일단 구글의 번역기능을 이용하면 50개 언어를 번역할 수 있어 외국어 원고번역비가 확 줄어든다. 물론 정교한 번역은 못 되지만 구글로 애벌 번역한 뒤 전문가에게 맡기면 그만큼 가격이 싸지기 때문이다. 다음은 그에 맞는 이미지를 구해야 할 차례. 구글 이미지 검색 기능을 사용하면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이미지를 얼마든지 구해 쓸 수 있다. 구글 검색엔진은 저작권 유무를 그 자리에서 알려준다.
저작권이 있는 사진을 쓰려면 1컷에 10만~100만원이 든다. 이런 기능들을 잘 활용하면 사보 1권을 만드는 데 수천만원의 제작비를 절감할 수도 있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김민서(24) 씨. ‘똑똑한 학생=검색의 달인’이라는 등식을 실감케 하는 인물이다. 김씨는 지금껏 어떤 과목에서도 A+를 놓친 적이 없다. 그렇다고 여느 모범생들처럼 도서관에서 죽치고 사는 것도 아니다. 주로 동아리 활동이나 스포츠를 즐기면서 여가를 보낸다. 그러면서도 1등을 놓치지 않는 비결은 바로 ‘검색의 힘’ 덕이다.
그가 제출하는 과제물에는 다른 학생들이 좀처럼 제시하지 못하는 학설과 논문이 인용되고, 교수가 요구하는 주제에 적합한 다양한 자료가 인용된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검색엔진은 구글. 그중에서도 고급검색을 많이 쓴다. 최근 제출한 ‘인터넷 쇼핑몰 마케팅 전략’ 과제물도 검색의 힘을 제대로 활용한 경우. 친구들이 텅 빈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보며 고민하는 동안, 그는 먼저 구글의 고급검색 검색창에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고 파일형식란에서 “Microsoft Powerpoint(.ppt)”를 선택한 후 기존 웹상에 올라온 관련 자료들을 훑어봤다.
그중 참고할 만한 내용을 검토하고, 기타 필요한 자료의 경우 파일형식을 “Adobe Acrobat PDF(.pdf)”로 지정한 후 발췌해 과제물에 인용했다. 특히 한 정부기관이 작성한 ‘인터넷 쇼핑몰 매출 분석보고서’를 찾아내 덧붙인 것이 ‘결정타’였다. 이 보고서는 해당 기관의 자체 검색엔진이나 포털사이트의 검색엔진으로는 찾아낼 수 없었지만, 구글 고급검색에서 해당 기관의 웹사이트로만 범위를 한정해 검색하니 바로 구할 수 있었다. 그 후 이미지 검색에서 관련 검색어를 입력해 과제물의 내용과 맞는 ‘클립아트’ 유형의 이미지만 모아 붙임으로써 멋들어진 과제물을 완성했다. 결과는 역시 A+.
‘검색의 달인’ 소리를 듣는 고려대 경영학과 이장혁 교수는 “검색능력을 기르면 시간, 노력 등 많은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 검색능력은 현대사회에서 요구되는 논리력과 창의력을 배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검색능력의 효용성을 과학적, 수치적으로 증명할 툴을 아직 찾아내진 못했지만, 국내 대기업들이 사용하는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지식경영시스템)만 봐도 기업이 ‘정보’와 ‘검색’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 지식경영시스템은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뿐 아니라 문서, 그래픽, 동영상, 노하우 등을 효과적으로 저장·관리·활용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대기업 중심으로 도입됐다.
1946년 인류 최초로 만들어진 컴퓨터 ‘에니악’. 그 23년 후인 1969년 10월 최초로 컴퓨터 사이를 잇는 인터넷이 탄생했다.
취업에서도 검색능력은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올랐다. 헤드헌팅 전문기업 피플스카우트 임정우 대표는 “기업에 인재를 추천하기 전 담당 헤드헌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후보자의 정보 검색능력을 추천 사유에 명기해 부각한다.
기업으로선 같은 조건이라면 당연히 검색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선택한다. 특히 기획이나 마케팅 관련 부서 인력에겐 검색능력이 강조된다. 정보와 지식의 홍수 속에서 좀더 정확하고 빠른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한다.
거꾸로 헤드헌터들에게도 검색능력은 긴요하다. 기업이 요구한 인재를 찾아내는 일은 물론, 해당 기업의 경영 정보를 알아내는 일에서도 검색능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기업의 이미지, 성장 가능성 등을 취업 후보자들에게 정확히 설명해줘야 하기 때문.
실례로 미국 구글 뉴스사이트(news.google.com)에 있는 ‘타임라인’ 서비스(국내는 출시 준비 중)에 들어가 ‘최영철 기자’를 검색하면 1992년부터 현재까지 기자가 쓴 기사 건수가 연도별 막대그래프로 나타나고, 해당 연도를 클릭하면 월별 기사 건수가 제공된다.
그 아래에는 그해 또는 그달에 기자가 쓴 기사가 순서대로 보기 좋게 정리돼 있다. 헤드헌터들이 기자의 스카우트를 고려하거나 언론사가 기자를 평가하기에 더없이 좋은 자료다. 10월25일은 미국 국방부와 캘리포니아 주립대 로스앤젤레스 분교 사이에 인터넷의 원조 ‘아르파넷(ARPANET)’이 연결된 지 꼭 40년이 되는 날이었다. 올해를 ‘인터넷 탄생 40주년’으로 일컫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간 e메일 상용화, 인터넷 도메인 등장, 웹브라우저 개발 등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가장 큰 변화는 인터넷 인구 16억명 시대를 맞아 개인의 검색능력이 사회를 좌우할 정도가 됐다는 점이다. 현대인에게 인터넷 검색능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자직 정보탐색행위에 대한 연구’에 실린 한 기자의 고백담은 현대사회에서 인터넷 검색이 어떤 위상을 갖는지를 짐작게 한다.
“찾기 어려운 데이터를 찾아보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 효율성 있는 검색을 위해선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으면 좋을 검색 기능들을 회사에서 교육해주면 좋겠어요. 물론 ‘그거 없으면 기사 못 쓰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지만,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하거든요. 시간을 줄인다는 것, 이건 중요한 얘깁니다. 다른 걸 또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어제는 데이터 하나 구하느라고 한 시간 반을 헤맸어요. 그 시간에 다른 기사 하나 더 쓸 수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