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독자에게는 생소한 고대 이집트, 그리스의 시까지 한데 모으려 애쓴 것은 국내 시, 특정 작가 등으로 편중된 독자들의 취향 폭을 넓히기 위한 배려다.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메뉴를 접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또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시 ○○선’처럼 획일적이고 강박적으로 시를 접하게 하는 방식도 지양하고 싶었고요.”
그가 이 책을 펴낸 가장 큰 이유는 시가 주는 ‘덕목’을 일반인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
“시는 문명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예술 형식이고, 인생의 가장 짧고도 절묘한 표현입니다. 많은 이들이 그 응축된 진리의 힘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일요일만 되면 집 근처 사직도서관에 갔는데 시화집을 꼭 가방에 넣고 갔어요. 도서관에 있는 책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골라 베끼곤 했는데 나중엔 더 이상 빌려볼 책이 없더라고요.”
시 암송 취미 역시 이 무렵부터 시작됐다. “학창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 버스비를 아껴 학교에 걸어가곤 했어요. 언덕 꼭대기에 자리잡은 학교까지 올라가는 가파른 고개에서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시를 외웠습니다.”
최씨는 현재 강원도 춘천에 살며 장편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1980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겪은 5·18광주민주화운동과 당시 대학가 풍경, 그때 받은 느낌들을 정리한 작품으로 내년께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