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회사 다니기 힘든 때도 없는 것 같다.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사업 실적이 나빠진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을 정리해고하고, 남은 직원들에게는 더 많은 업무를 떠맡기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최근 서울 테헤란로와 강남대로의 오피스가에는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직장인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런 불황기에도 능력을 인정받아 성공적으로 이직에 성공한 직장인들이 있다. 그런데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이들 역시 “기대가 컸던 만큼 고충도 만만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왜 그럴까.
“기대가 컸던 만큼 고충도 컸다”
최근 취업·채용 정보 사이트 인크루트가 직장인의 이직과 관련한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직 경험이 있는 직장인 1185명에게 ‘이전 직장에 재입사하고 싶은가’를 물은 결과 △‘이전 직장에서 제의가 올 경우 ‘U턴’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가 전체의 62.4%를 차지했다. 절반 이상의 직장인이 예전 직장으로 돌아갈 의향을 내비친 것.
필자의 지인인 홍보 경력 8년차의 직장인 K씨(33) 역시 이전 직장으로의 U턴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외국계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던 그는 올 초, 유명 중견그룹의 홍보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연봉만 해도 20%쯤 상승, 누가 봐도 ‘업그레이드형 이직’으로 부러워할 만했다. 이직한 지 1년이 안 된 지금, K씨는 지인들과 만나 속을 털어놓는 자리에서 늘 “이전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는 “현재 맡은 일이 이전과 사뭇 달라서 업무 자체가 생소한 데다, 회사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최근 1년간 직원들에게 담당 업무 외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가적으로 위임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그 탓에 거의 매일 야근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직 후 다시 이전의 직장으로 돌아가는 U턴을 고민하는 직장인의 사례는 수두룩하다. 인크루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교해보니 예전 직장시절이 더 나은 것 같아서(51.7%) △현재 직장의 대우나 복리후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18.1%) △입사 전에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8.9%) △회사의 비전이 맞지 않아서(8.1%) 등의 이유로 이전 직장으로의 U턴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되돌아갈 의향이 있다고 밝힌 직장인 중 62.9%는 ‘이전과 동일한 연봉, 복리후생이라고 해도 복귀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인터넷 분야의 중소기업에서 마케팅부 대리로 근무하다 몇 해 전 헤드헌터를 통해 대기업 마케팅팀 경력직 대리급으로 이직한 L씨(35)는 대기업에서 3년간 경력을 쌓은 뒤 이전 직장으로 U턴했다. 대기업으로 옮긴 후 L씨는 치열한 경쟁, 기존 직원들과의 갈등, 중소기업과 달리 업무가 세분화된 대기업의 특성상 주어진 일만 해야 하는 일상의 단조로움, 그럼에도 일의 절대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 등에 대해 복합적으로 고민했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이전 직장 사장에게서 러브콜을 받았다. 사장은 이직 전부터 그의 업무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고,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조건으로 연봉 25% 인상, 팀장 승진, 대학원 진학 지원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현재 다니는 대기업에서 승진은커녕 자기 발전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하던 L씨는 한 달 넘게 숙고한 끝에 과감히 U턴했다. 그렇다면 ‘U턴’의 장단점은 뭘까.
일단 장점은 해당 업무에 대한 숙련도가 이미 어느 수준에 올라 있는 만큼 수월하게 일하면서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 이전 직장의 분위기와 조직문화에 익숙해 정서적으로도 편안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한 직장인이 일반적으로 1년 또는 1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시점에서 U턴을 고민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전 직장으로 되돌아갈 경우 적어도 기존 직장에서 받았던 연봉과 근무조건 수준을 마지노선으로 각종 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다.
게다가 다른 회사에서 배운 직무 지식과 업무 노하우, 경영 시스템을 바탕으로 기존 조직원들에게 ‘새로운 피’의 수혈 효과도 낼 수 있다. 그러나 성급한 U턴은 ‘직진’만 못한 법. 이전에 이직을 결심하게 된 불만족스러운 요소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면 의욕 상실에 이어 좌절감까지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이전 중소기업으로 되돌아간 L씨의 경우 적응도나 성취도는 높아진 반면, 대기업에 비해 여전히 의사결정 구조가 전략적,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에 새삼 절망했다고 한다. 그는 또한 “회사 자원과 예산의 한계로 대기업에서 느끼지 못하던 현실적 어려움에 부닥치며 내 결정이 과연 옳았는지 후회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능력 키우기는 기본 중 기본
다시 돌아온 자신을 동료들이 모두 반겨주리라는 기대도 금물이다. 특히 승진을 앞둔 동료라면 갑작스럽게 재등장한 당신을 위협 요소로 생각할 수도 있다. 시샘 또는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거나, 비공식적 모임에서 소외시키는 방법으로 ‘왕따’를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인 직장인이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지금의 인연이 미래에 어떤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는 법이다. 그러니 U턴 상황을 고려해 이직 전의 직장에서도 바람직한 태도와 자세를 보이는 것이 좋다.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어쩌면 동료나 상사와의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특히 인사정책 결정권을 가진 경영진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다면 L씨의 경우처럼 미래에 더 나은 ‘인연’으로 만날 수도 있다.
이직을 결정한 후 업무 마무리는 물론, 인수인계를 철저히 하는 것은 기본. 또한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회사와 특정 인물에 대한 불만이나 사적인 감정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한편 이전 직장으로 U턴을 희망할 경우 먼저 발 빠르게 이전 회사의 경영상태, 현재 상황, 조직의 분위기 등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U턴 후 또 다른 후회에 휩싸이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또 U턴에 대한 대의명분, U턴 후 직장에 기여할 수 있는 업무 관련 전략과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두는 것이 좋다. 이를 이전 직장의 상사와 경영진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 U턴 후 다시 다니게 된 직장에서는 어떤 몸가짐을 보여야 할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전보다 훨씬 성실한 자세를 ‘티 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출근시간을 1시간 당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재입사 후 100일 이내에 가시적인 업무 실적이나 성과를 창출하는 게 좋다. 다른 회사에서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쏟아부어 ‘역시 밖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왔군’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21세기의 한국 직장인은 어떤 회사, 어떤 부서에서 일하든 ‘그 후’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 자체라고 하겠다. 자기만 할 수 있는 일을 적극 개발해, ‘나’라는 ‘브랜드’와 존재감을 확보한 직장인이라면 ‘직진’이든 ‘U턴’이든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최근 서울 테헤란로와 강남대로의 오피스가에는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직장인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런 불황기에도 능력을 인정받아 성공적으로 이직에 성공한 직장인들이 있다. 그런데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이들 역시 “기대가 컸던 만큼 고충도 만만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왜 그럴까.
“기대가 컸던 만큼 고충도 컸다”
최근 취업·채용 정보 사이트 인크루트가 직장인의 이직과 관련한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직 경험이 있는 직장인 1185명에게 ‘이전 직장에 재입사하고 싶은가’를 물은 결과 △‘이전 직장에서 제의가 올 경우 ‘U턴’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가 전체의 62.4%를 차지했다. 절반 이상의 직장인이 예전 직장으로 돌아갈 의향을 내비친 것.
필자의 지인인 홍보 경력 8년차의 직장인 K씨(33) 역시 이전 직장으로의 U턴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외국계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던 그는 올 초, 유명 중견그룹의 홍보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연봉만 해도 20%쯤 상승, 누가 봐도 ‘업그레이드형 이직’으로 부러워할 만했다. 이직한 지 1년이 안 된 지금, K씨는 지인들과 만나 속을 털어놓는 자리에서 늘 “이전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는 “현재 맡은 일이 이전과 사뭇 달라서 업무 자체가 생소한 데다, 회사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최근 1년간 직원들에게 담당 업무 외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가적으로 위임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그 탓에 거의 매일 야근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직 후 다시 이전의 직장으로 돌아가는 U턴을 고민하는 직장인의 사례는 수두룩하다. 인크루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교해보니 예전 직장시절이 더 나은 것 같아서(51.7%) △현재 직장의 대우나 복리후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18.1%) △입사 전에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8.9%) △회사의 비전이 맞지 않아서(8.1%) 등의 이유로 이전 직장으로의 U턴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되돌아갈 의향이 있다고 밝힌 직장인 중 62.9%는 ‘이전과 동일한 연봉, 복리후생이라고 해도 복귀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인터넷 분야의 중소기업에서 마케팅부 대리로 근무하다 몇 해 전 헤드헌터를 통해 대기업 마케팅팀 경력직 대리급으로 이직한 L씨(35)는 대기업에서 3년간 경력을 쌓은 뒤 이전 직장으로 U턴했다. 대기업으로 옮긴 후 L씨는 치열한 경쟁, 기존 직원들과의 갈등, 중소기업과 달리 업무가 세분화된 대기업의 특성상 주어진 일만 해야 하는 일상의 단조로움, 그럼에도 일의 절대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 등에 대해 복합적으로 고민했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이전 직장 사장에게서 러브콜을 받았다. 사장은 이직 전부터 그의 업무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고,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조건으로 연봉 25% 인상, 팀장 승진, 대학원 진학 지원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현재 다니는 대기업에서 승진은커녕 자기 발전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하던 L씨는 한 달 넘게 숙고한 끝에 과감히 U턴했다. 그렇다면 ‘U턴’의 장단점은 뭘까.
일단 장점은 해당 업무에 대한 숙련도가 이미 어느 수준에 올라 있는 만큼 수월하게 일하면서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 이전 직장의 분위기와 조직문화에 익숙해 정서적으로도 편안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한 직장인이 일반적으로 1년 또는 1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시점에서 U턴을 고민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전 직장으로 되돌아갈 경우 적어도 기존 직장에서 받았던 연봉과 근무조건 수준을 마지노선으로 각종 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다.
게다가 다른 회사에서 배운 직무 지식과 업무 노하우, 경영 시스템을 바탕으로 기존 조직원들에게 ‘새로운 피’의 수혈 효과도 낼 수 있다. 그러나 성급한 U턴은 ‘직진’만 못한 법. 이전에 이직을 결심하게 된 불만족스러운 요소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면 의욕 상실에 이어 좌절감까지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이전 중소기업으로 되돌아간 L씨의 경우 적응도나 성취도는 높아진 반면, 대기업에 비해 여전히 의사결정 구조가 전략적,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에 새삼 절망했다고 한다. 그는 또한 “회사 자원과 예산의 한계로 대기업에서 느끼지 못하던 현실적 어려움에 부닥치며 내 결정이 과연 옳았는지 후회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능력 키우기는 기본 중 기본
다시 돌아온 자신을 동료들이 모두 반겨주리라는 기대도 금물이다. 특히 승진을 앞둔 동료라면 갑작스럽게 재등장한 당신을 위협 요소로 생각할 수도 있다. 시샘 또는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거나, 비공식적 모임에서 소외시키는 방법으로 ‘왕따’를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인 직장인이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지금의 인연이 미래에 어떤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는 법이다. 그러니 U턴 상황을 고려해 이직 전의 직장에서도 바람직한 태도와 자세를 보이는 것이 좋다.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어쩌면 동료나 상사와의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특히 인사정책 결정권을 가진 경영진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다면 L씨의 경우처럼 미래에 더 나은 ‘인연’으로 만날 수도 있다.
이직을 결정한 후 업무 마무리는 물론, 인수인계를 철저히 하는 것은 기본. 또한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회사와 특정 인물에 대한 불만이나 사적인 감정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한편 이전 직장으로 U턴을 희망할 경우 먼저 발 빠르게 이전 회사의 경영상태, 현재 상황, 조직의 분위기 등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U턴 후 또 다른 후회에 휩싸이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또 U턴에 대한 대의명분, U턴 후 직장에 기여할 수 있는 업무 관련 전략과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두는 것이 좋다. 이를 이전 직장의 상사와 경영진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 U턴 후 다시 다니게 된 직장에서는 어떤 몸가짐을 보여야 할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전보다 훨씬 성실한 자세를 ‘티 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출근시간을 1시간 당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재입사 후 100일 이내에 가시적인 업무 실적이나 성과를 창출하는 게 좋다. 다른 회사에서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쏟아부어 ‘역시 밖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왔군’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21세기의 한국 직장인은 어떤 회사, 어떤 부서에서 일하든 ‘그 후’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 자체라고 하겠다. 자기만 할 수 있는 일을 적극 개발해, ‘나’라는 ‘브랜드’와 존재감을 확보한 직장인이라면 ‘직진’이든 ‘U턴’이든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