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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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없는 ‘경품 전쟁’

소비자 사행심에 ‘장삿속’ 맞물려… “참여유도 건전한 경품문화 정착해야”

  • 입력2006-07-03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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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성없는 ‘경품 전쟁’
    1월22일은 경품행사의 ‘성역’이 또 한번 무너진 날이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한달간의 일정으로 ‘국정원 인터넷사이트 오픈기념 경품이벤트’를 열었다. ‘국·가·안·보’라는 네 글자로 사행시를 지어 응모하면 문화상품권을 제공하는 행사였다. 국정원은 100만번째 접속자에겐 프린터를 주고 국정원정보 활용사례를 보내준 네티즌 30명에겐 국정원 손목시계를 준다는 계획도 세웠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 인터넷사이트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시계서 수십억 상금까지 ‘무제한’

    국정원의 경품 자체는 일반인들의 눈길을 확 끌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날 경품정보제공업체들은 국정원조차 경품행사에 나섰다는 ‘상징성’에 고무됐다고 한다.

    ‘새 밀레니엄 경품잔치’ ‘창립 ∼주년 사은행사’ ‘당첨 ∼타기 퀴즈’ ‘회원가입 ∼을 공짜로 드려요’ ‘행운을 잡아라’ ‘∼오픈기념 빅이벤트’ ‘고객 ∼만명돌파기념 대축제’….

    요즘 한국 사회는 ‘경품천국’이다. 시장에서 시작된 경품은 최근 안방에까지 파고들 정도가 되었다. 물건을 파는 기업은 경품 없인 장사를 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끼워 팔기’, ‘공짜’가 없는 진열대는 그냥 지나쳐 버린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경품에 열광하는 시대에 살게 됐다.



    경품행사가 우리 곁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1월19일 경품행사를 벌이는 서울 대치동 ㈜ 옥션을 찾았다. 이 회사 오혁 사장은 간단한 ‘실험’을 권했다. “우리 회사의 인터넷사이트 ‘www.auction.co.kr’에 들어가 회원가입을 하세요. 그 다음 ‘행운의 뺑뺑이 페스티발’내 ‘뺑뺑이 돌리기’에 들어가서 ‘스타트’에 클릭합니다. 노트북 여행권 꽝 등으로 나뉜 바퀴가 카지노 휠처럼 경쾌하게 돌다가 ‘▲’위에서 멈추죠. 당첨 여부는 당연히 즉석에서 확인됩니다. 경품도 즉시 배달됩니다. ‘꽝’이 나온 사람들은 ‘서울 도곡동 신축 25평형 아파트 한 채와 이사비, 1년치 관리비’가 한꺼번에 제공되는 또다른 경품행사에 자동으로 응모됩니다. 당첨자에겐 반드시 연락이 갑니다. 이 정도면 안방에서 한 때를 ‘스릴’있게 보내는 것 아닙니까?”

    1월21일 경품정보제공회사인 ㈜아인산업경영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한국에선 기업체가 주최한 경품행사만 무려 420건이 열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하루 평균 행사수보다 150여건 늘어난 것. 행사업체는 삼성항공, 제일제당, 온세통신, 모토로라, 신세계백화점, 대한생명, 현대증권, 연합뉴스, 인천광역시, 베스킨라빈슨… 등등. 그야말로 식품, 제조, 항공, 유통, 인터넷, 금융, 언론, 외식업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전산업체가 경품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1억원 이상의 경품을 내건 곳이 34개 업체에 이른다.

    DDR에서 벤츠까지 경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기본. 최신 유행을 쫓기도 하고 이도 저도 아니면 호화품으로 소비자들을 자극한다. 한빛증권은 골프선수 김미현이 3월 첫 출전하는 LPGA대회에서 우승하면 10억원의 상품을 주는 행사를 열고 있다. 최고의 증권투자수익을 올린 연예인이나 종합주가지수를 맞추는 행사도 있고 신혼여행을 공짜로 보내주거나 DDR를 하면서 응모하는 경우도 있다.

    프로농구 스코어를 정확하게 맞히면 총상금 50억원을 내놓겠다는 경품행사도 등장했다. 지하철표를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최고급 TV와 냉장고, 세탁기를 주는 이벤트도 있다. 한 대기업체 직원들은 최근 코와 눈 성형수술권을 경품으로 내걸었는데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한 대학교는 자신의 학교에 원서를 낸 신입생들을 상대로 경품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이사업체인 ㈜고려골든박스의 경품은 2000cc급 벤츠승용차. 이 회사 박해돈사장은 “하필 외제차를 거느냐고 하는 사람에겐 ‘만약 당신이 당첨됐다고 상상해 보라’고 한다”고 얘기했다.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거의 모든 중앙언론사들이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경품행사를 열거나 지원하고 있다. 최근엔 두 스포츠전문지가 일제히 독자에게 승용차를 주는 경품행사를 열고 있다.

    소비자의 측면에서도 ‘경품 붐’은 재확인된다.

    경품전문 사이트 ‘chanceit’에 따르면 매일 이 사이트를 방문하는 경품응모마니아들은 500여명. 연인원 300만명이 이 사이트를 찾았다.

    한국에는 20여개의 경품전문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경품응모를 대행해 주는 업체는 10여곳. 한 회사당 대략 300여명의 회원이 응모대행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스트인터넷의 이한순사장은 경품열기를 단적으로 이렇게 설명한다. “대기업 인터넷사이트나 유명 포털사이트에 뜬 배너광고를 보라. 과거엔 회사로고나 상품특징이 실렸는데 요즘은 80%가 ‘공짜’라는 단어가 들어간 경품소개로 채워져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아예 클릭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12월 인터넷 이용자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178명이 매일 경품응모를 한다고 밝혔다. 1788명은 2~3일에 한두 번씩, 1495명은 한 주에 한두 번씩 한다고 답했다. ‘왜 경품행사에 참여하느냐’는 물음에 3098명이 ‘당첨 한 번 되어 보고 싶거나 재미있어서’라고 응답했다. 인터넷 이용자의 대다수가 경품행사 참여를 ‘생활화’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인터넷회사 웹마스터 김민정씨는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를 동원해 여러 개의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만들어 놓고 한 행사에 여러 번 응모하는 경품전문 꾼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고 말했다.

    소비산업 전반에 걸쳐 경품은 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을까. ‘전자비즈니스’분야 박사과정의 ㈜비비엔씨 손주선사장은 네 가지의 복합적 요인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인터넷’ 때문이다. 지금은 인터넷 사업의 태동기다. 새사업을 시작할 때는 ‘축제’가 필요하지 않은가. 더욱이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인터넷사업에 뛰어들면서 판이 더 커졌다. 두 번째로는 소비자의 입장에선 과거엔 경품행사에 참여하려면 ‘응모엽서’를 보내야 했다. 그런데 요즘엔 ‘클릭 한 번’으로 끝이다. 1∼2년새 경품응모 인구가 크게 늘어난 것은 이같은 ‘편리성’ 때문이다. 세 번째 요인으로는 시기적으로 세기말과 겹친 것을 꼽을 수 있다. 밀레니엄 행사가 기폭제가 돼 ‘경품 빅뱅’이 나온 것이다. 네 번째로는 알뜰 소비심리의 확산도 한몫했다. 요즘엔 컴퓨터부품 하나라도 성능대비 가격이 1000원만 싸도 소비자들은 그쪽으로 움직인다. ‘가격정보’에 매우 민감해진 중산층 젊은 연령대 소비자들이 경품시장의 주고객대를 형성한 것이다.”

    경품행사를 하고 있는 업체들은 경품이 새로운 소비시장을 창출하는 ‘프런티어’로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순순환고리’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의 경품열기는 정보통신 등 각 분야 기업간의 인수-합병과 사업제휴, 영역파괴, 새사업 개척바람이 활발히 일고 있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억원어치 경품을 걸어 단번에 3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는 H사의 사례는 경품업계에선 성공신화로 통한다. 전자상거래 하나만 두고 봤을 때 경품으로 회원을 많이 확보해 이 산업이 활성화되면 결과적으로 나라 전체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 아니냐는 것이 경품긍정론자들의 논리다.

    그러나 경품은 때때로 ‘불필요한 소비’를 강요하는 미끼로 작용한다. 바겐세일 막바지인 1월20일 만난 서울의 한 백화점관계자는 상품권 경품행사에 담겨진 ‘상술’에 관해 이렇게 귀띔했다.

    “10만원이나 100만원어치 물건을 사면 1만원이나 10만원 무료 상품권을 주는 행사와 전통적인 ‘10% 바겐세일행사’를 비교해 보자. 10%를 깎아주는 것보다 10%를 공짜로 더 준다는데 소비자들은 훨씬 더 감동받는다. 그러다보니 경품행사에 고객이 더 몰린다.

    고객들 세일보다 경품에 더 눈독

    90만원어치 쇼핑을 한 고객들의 절대 다수는 기왕이면 100만원을 맞추려 한다. 그러나 이것은 10만원 현금으로 10만원 상품권을 산 것과 같다. 누가 더 이익을 봤는가. 10만원 상품권경품으로 백화점은 ‘과외의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10% 바겐세일이 고객에게 이익일 때가 많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고객들은 세일행사보다 경품행사를 더 좋아한다.”

    경품과열의 이면에는 여전히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행심리, 이를 역이용하는 ‘바람몰이식 장삿속’ 이 숨어 있다고 많은 사람들은 보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사업창출바람은 전세계적인 현상인데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경품붐이 일고 있느냐는 것이다.

    국내 최대접속건수(하루 2만여건)의 경품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KNK텔레콤 김성군사장은 ‘적게 주고 적게 받는’ 경품문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1000만원짜리 경품을 한 사람에게 주는 것보다 1만원짜리 경품을 1000명에게 줄 때 ‘총체적인 행복의 양’은 더 커집니다. 경품은 ‘참여’를 유도하는 수단이 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경품을 인터넷상에서만 유통되는 ‘E-머니’로 주면 전자상거래 이용자를 자연스럽게 늘리는 효과가 있죠. 기업도 경품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콘텐츠나 제품의 품질개선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합니다.”

    “요행보다 재미삼아 해야”

    물건 비교하는 안목 높아져 … 경품행사에 심취 말아야


    박은미씨(31·회사원·충남 서산시)는 석달 전 회사직원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재미삼아 회원으로 등록했다. 최근 그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던 박씨에게 난데없는 전화가 걸려왔다. “박은미씨 맞습니까? 축하합니다. 마티즈 승용차에 당첨되셨습니다.” “마티즈?” 박씨는 얼른 ‘물건을 떠넘기는 전형적인 장사수법’이라고 생각하고는 “저는 복권 같은 것 해본 적도 없고 그런 것 안사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인터넷회사의 직원이라는 사람은 한참동안 설명했다. 박씨가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할 때 마침 이 사이트에선 마티즈 승용차를 내건 경품행사가 있었는데 박씨는 회원가입과 동시에 자동응모돼 당 첨자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박씨는 서울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여해 승용차를 받고 세금으로 90만원을 냈다. 차값이 502만원이어서 박씨는 412만원짜리 경품을 받은 셈이다.

    승용차는 10일 뒤 박씨의 직장으로 직접 배달됐다. 박씨는 “당첨통보를 들었을 때는 사실 무덤덤했다. 그런데 경품행사측 직원이 찾아와서 ‘차 갖고 왔으니 한번 타보라’고 할 땐 ‘날아갈 듯한’ 기분이 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날 이후 경품행사의 단골고객이 됐다. 인터넷은 물론 백화점, 재래시장의 행사장에도 빠지지 않는다. 경품행사에 관심을 기울이자 물건을 비교하는 안목이 높아지더라는 게 박씨의 경험담. 박씨는 “경품행사는 거기에 심취하거나 너무 큰 요행을 바라지 말고 가벼운 긴장감으로 재미삼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경품정보 전문사이트 100여개 성업

    ‘찬스 잇’ ‘컴퓨터와 함께 춤을’ 등 … 응모 대행해주는 업체도 등장


    IMF 사태 이후 백화점과 업계를 중심으로 봇물처럼 번졌던 경품 이벤트 사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사이버공간으로 옮겨진 양상이다. 인터넷 안에서 경품을 내걸고 운영되는 사이트들이 도처에 생겨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신문-잡지를 비롯, PC통신 게시판과 인터넷의 경품정보만을 모아 소개하는 경품 정보 전문사이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는 현재 진행중인 경품행사를 무료 안내하고 경품문제에 대한 정답, 경품통계, 당첨자 발표 안내 등을 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경품정보 전문 사이트들이 100여개는 될 것이라고 추산한다.

    대표적 경품정보 사이트는 ‘찬스잇’(www. chanceit.co.kr)과 ‘컴퓨터와 함께 춤을’(www. ntime.co.kr). 이밖에 ‘에오스포’(www.eos4 .com) ‘프리시티’(www.freecity.co.kr) ‘컴캐스트’ (www.comcast.co.kr) ‘애드파크’(www. adpark.co.kr) 등이 손에 꼽힌다. 경품행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야후코리아 경품 서비스’(kr.freegift.yahoo.com)도 생겨났다. 이밖에 ‘퀴즈방’(www.quiz.co.kr)은 인터넷과 PC통신 쌍방향으로 운영하는 경품 사이트. 직접 응모를 받는 서비스까지 한다.

    여러 사이트에 숨겨져 있는 보물을 찾아 보상받는 보물찾기형 사이트도 적지 않다. 참여자가 여러 사이트를 방문해 세부정보를 살펴봐야 하므로 탁월한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이점을 노렸다. ‘보물찾기’(www. bomul.co.kr)의 경우 올해 1년간 총 1억5000만원의 현금을 제공할 예정.

    PC통신에도 경품전문 정보 코너가 마련돼 있다. 유니텔 go lucky, go quizbang, 하이텔 go quizbang, go adevent, 천리안 go quizbang, go prland, 나우누리 go gongmo, go quizbang, 채널아이 go poil, 넷츠고 go gongmo 등에 들어가면 경품정보를 접할 수 있다.

    일일이 경품 공모에 응할 수 없는 소비자를 대신해 경품응모를 대행해주는 업체도 성업중. 대표적인 업체는 ‘흥부네박씨’(hboo .co.kr). 고객이 5만원을 맡기면 1년간 엽서와 인터넷, ARS등 경품응모 행사에 회원을 대신해 응모해주고 한 번도 당첨이 되지 않았을 경우 전체 돈의 30%를 돌려준다고 한다. 이밖에 ‘굿데이스’(www.gooddays.co.kr) ‘미스터호박’(www.mrhobak.co.kr) 럭키존 (www.luckyzone.net) 등도 경품응모 대행을 해준다. 이들 업체의 경우 응모를 제대로 하는지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가 문제로 남아 있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무지개 쫓아가는 서민들에 ‘대리만족’ 수단으로

    “수요 진작” 순기능 불구 정상적인 거래행위에 ‘부담’주는 역기능도


    모든 마케팅 교과서에서 기본으로 다루는 내용 중 4P라는 것이 있다.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 (place) 촉진(promotion)의 네 가지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시점에서 사은품이나 경품을 제공하는 것은 촉진 전략의 일환이다.

    우리 사회에 이처럼 경품의 붐이 일어나게 된 것은 저간의 사회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 IMF사태 이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불어닥친 증시열풍, 벤처신드롬 등은 사회 저변에 신데렐라의 꿈을 확산시켰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민들에게 이러한 꿈은 그야말로 실현할 길 없는 ‘이상’에 불과했다. 이때 기업들이 제시한 어마어마한 경품들은 그러한 꿈에 대한 적절한 대리만족의 수단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분석이 경품마케팅에 대한 열광적 호응도를 모두 설명해 준다고는 볼 수 없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경품마케팅에 호응하는 까닭은 그것이 재미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품이라는 것은 쇼핑에 가미되는 양념이라 볼 수 있다. 어차피 제 돈 주고 물건은 사야되는 것이고 어쩌다 재수가 좋으면 큰 행운을 가질 수도 있으니 물건을 사면서도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무미건조한 쇼핑에 이러한 스릴이 더해지는데 이를 마다할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경품신드롬이 지나치면 경품이 따르지 않는 거래에 대한 판단이 흐려지는 가치역전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우리는 경품 때문에 거래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경품의 비중이 커지면 경품을 의식한 거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는 양측이 공정하게 가치를 교환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경품이 제공되면 소비자들은 거래의 공정성을 판단하는 객관적 시각을 잃게 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경품이라는 것은 정상적인 가치의 교환을 방해하는 일종의 ‘소음’(noise)이라고도 볼 수 있다.

    더욱이 경품은 공짜가 아니다. 업체가 손해를 입으면서 경품을 제공할 리는 없는 것이다. 결국 경품행사에 들이는 비용도 모두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경품에도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보았듯 수요를 진작하고 소비행위에 즐거움을 더해준다. 그러나 경품은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거래행위의 양념 정도로 제공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지나치게 커지면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에게 부담을 주게 되어 정상적인 거래행위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창수/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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