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1월14일 미니밴 트라제 XG의 일부 부품에 대해 무상 점검-교환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측은 각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차는 향후에도 제품에 이상이 발견될 때에는 자발적인 점검 및 수리 서비스(자발적 리콜)를 시행함으로써 선진국형 고객서비스 제도를 국내에 정착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리콜은 작년 하반기 이후 실시한 것만 따져도 벌써 다섯 번째. 회사측은 도요타 등 외국회사에서도 리콜을 자주 실시한다면서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또 과거와 달리 부품 결함문제를 쉬쉬하지 않고 공개하기 때문에 일반에만 현대차의 품질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비칠 뿐 전체적으로 현대차의 품질은 많이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잦은 리콜에 곱지 않은 시선
그러나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대의 이런 공식적인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형 고객서비스제도 정착 등 말은 그럴 듯하지만 기본적으로 최근의 잦은 부품결함은 고객을 무시하는 현대차의 경영행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직원들은 ‘질보다는 양’ 위주의 총력생산 체제가 대표적인 고객무시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잘 알려진 대로 자동차에는 2만개 이상의 부품이 필요하다. 따라서 부품업체나 완성차 업체들이 기술력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생산량을 결정해야 품질에 문제가 없는 차를 만들 수 있다. 현대차처럼 연륜이 짧은 자동차업체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80년대 이후 국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없어서 못팔 지경이 되자 생산량 증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당연히 품질은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국내 소비자들은 불만이 많았으면서도 국산차를 타는 것이 애국이라고 생각하고 국산차를 구입했다.
물론 회사 내부에서 생산량을 줄이더라도 품질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임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임원들에게는 “품질에 신경쓰지 않아도 팔리기만 잘하는데…”라는 핀잔이 날아들었고, 당연히 하나둘씩 ‘보따리’를 싸야 했다. 그 결과는 오늘날 현대차 내부에 굳어져 있는 ‘생산량 제일주의’다.
이런 행태는 작년 정몽구회장이 취임한 이후 더 심해졌다는 게 회사 안팎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정몽구회장 취임 이후 단기간에 경영실적을 내야 한다는 조급증이 회사 내에 팽배해졌는데, 이는 그동안 현대차를 키웠던 삼촌 정세영회장 못지 않은 경영능력이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정몽구 회장의 ‘과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조급증은 특히 미니밴 트라제XG 생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현대는 트라제XG에 대한 주문이 폭주하자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겨가며 양산(量産)을 단행, 원천적으로 문제 발생 소지가 많았다는 게 울산공장 관계자들의 증언. 작년 하반기 이후 트라제XG에 대해 두 번이나 리콜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것.
한 자동차 전문가는 “제품 개발에서 생산에 이르는 기간을 단축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험생산 단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계까지 일부 변경해 완벽한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게 훨씬 중요한데, 트라제XG의 경우 이런 중간과정이 거의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영행태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몽구회장은 1월19일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00년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업체 경영자 합동 세미나’에서 올해 양사의 매출 목표를 277만대 판매에 31조원으로 제시했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국산차의 품질과 제품력을 향상시켜 ‘제 값 받는 차’를 만들어 2010년에는 세계 5위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이런 목표는 실현 불가능한 모순된 내용이라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시급한 과제는 생산량을 희생하더라도 품질을 향상시켜야 하는 것인데, 최고 경영자가 그런 내용의 연설을 한 것은 현대차 내부에 자동차 및 자동차산업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정세영회장 인맥의 ‘숙정’과도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세영회장 인맥으로 분류된 사람들이 급속히 퇴조하고 그 대신 정몽구회장의 모교인 경복고 출신과 현대정공 출신의 정몽구회장 직계들이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데, 이들을 자동차 전문가로 보기 힘들다는 것.
과거 현대차 임원으로 재직했던 A씨는 “국내 자동차시장을 둘러싼 급격한 환경변화가 예정돼 있음에도 임원들이 ‘정세영 파’니 ‘정몽구 라인’이니 하면서 주도권 다툼이나 하는 것을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A씨는 이어 “선진 업체가 국내에 상륙하면 현대차는 현재와 같은 품질 수준으로는 홈그라운드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대차에 대한 미국 시장의 평가만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 따라서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검증된 상품은 지구촌 어디에 진출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아직 ‘잔고장이 많은 차’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물론 현대자동차의 EF쏘나타가 현재 미국 시장에서 호평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품질은 아직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계적인 자동차`-`통신 부문 리서치 및 컨설팅 기관인 J.D.파워가 조사한 품질만족도 조사에서 EF쏘나타는 아직도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상태.
이처럼 품질로는 경쟁이 안됐기 때문에 한국차는 그동안 미국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저가 공세를 펼 수밖에 없었다. 각종 옵션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품질보증 기간을 늘려주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국내에서 일부 신문들이 신문의 질로는 경쟁이 안되자 사은품 공세로 구독자를 확보하는 행태와 비슷한 맥락이다.
심지어 한때는 자동차 부품도 수출용과 내수용이 달랐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 진출 초기 한때 수출용 차에 한해 자동차 성능과 직접 관련이 있는 일부 전자부품을 외국제로 쓸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현재는 부품업체의 품질 수준이 많이 향상됐기 때문에 이런 일은 없다. 그러나 당시 ‘수출용 차와 내수용 차는 강판 두께부터 다르다’는 웃지 못할 소문이 나돈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역차별’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더 큰 문제는 현대차를 비롯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대한 ‘출혈 수출’을 국내 시장에서 보전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국내 소비자들은 자신들보다 소득이 더 높은 미국 소비자들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한 셈이다.
이런 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물론 수출용 자동차의 제조원가는 극비에 속하기 때문에 정확한 실상은 알기 힘들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수출용 차의 원가가 내수용 차보다 높은데다 그나마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점을 들어 상당한 적자를 보는 것으로 추측한다. 이들은 “미국의 경우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 등이 우리보다 훨씬 엄격하기 때문에 이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내수용 차보다 원가가 5% 정도 더 비싸다”고 말한다.
문제는 현대차 경영진이 현대차의 이런 품질 수준과 제품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독자생존 전략에 더 집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 산업연구원 박중구실장은 “현대차는 외국 선진 업체와 독자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이 없기 때문에 현대차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들과 손을 잡는 길밖에 없다”고 전제, “그럼에도 현대차 경영진들은 자신들이 세계 일류 업체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리콜은 작년 하반기 이후 실시한 것만 따져도 벌써 다섯 번째. 회사측은 도요타 등 외국회사에서도 리콜을 자주 실시한다면서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또 과거와 달리 부품 결함문제를 쉬쉬하지 않고 공개하기 때문에 일반에만 현대차의 품질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비칠 뿐 전체적으로 현대차의 품질은 많이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잦은 리콜에 곱지 않은 시선
그러나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대의 이런 공식적인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형 고객서비스제도 정착 등 말은 그럴 듯하지만 기본적으로 최근의 잦은 부품결함은 고객을 무시하는 현대차의 경영행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직원들은 ‘질보다는 양’ 위주의 총력생산 체제가 대표적인 고객무시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잘 알려진 대로 자동차에는 2만개 이상의 부품이 필요하다. 따라서 부품업체나 완성차 업체들이 기술력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생산량을 결정해야 품질에 문제가 없는 차를 만들 수 있다. 현대차처럼 연륜이 짧은 자동차업체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80년대 이후 국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없어서 못팔 지경이 되자 생산량 증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당연히 품질은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국내 소비자들은 불만이 많았으면서도 국산차를 타는 것이 애국이라고 생각하고 국산차를 구입했다.
물론 회사 내부에서 생산량을 줄이더라도 품질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임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임원들에게는 “품질에 신경쓰지 않아도 팔리기만 잘하는데…”라는 핀잔이 날아들었고, 당연히 하나둘씩 ‘보따리’를 싸야 했다. 그 결과는 오늘날 현대차 내부에 굳어져 있는 ‘생산량 제일주의’다.
이런 행태는 작년 정몽구회장이 취임한 이후 더 심해졌다는 게 회사 안팎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정몽구회장 취임 이후 단기간에 경영실적을 내야 한다는 조급증이 회사 내에 팽배해졌는데, 이는 그동안 현대차를 키웠던 삼촌 정세영회장 못지 않은 경영능력이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정몽구 회장의 ‘과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조급증은 특히 미니밴 트라제XG 생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현대는 트라제XG에 대한 주문이 폭주하자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겨가며 양산(量産)을 단행, 원천적으로 문제 발생 소지가 많았다는 게 울산공장 관계자들의 증언. 작년 하반기 이후 트라제XG에 대해 두 번이나 리콜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것.
한 자동차 전문가는 “제품 개발에서 생산에 이르는 기간을 단축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험생산 단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계까지 일부 변경해 완벽한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게 훨씬 중요한데, 트라제XG의 경우 이런 중간과정이 거의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영행태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몽구회장은 1월19일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00년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업체 경영자 합동 세미나’에서 올해 양사의 매출 목표를 277만대 판매에 31조원으로 제시했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국산차의 품질과 제품력을 향상시켜 ‘제 값 받는 차’를 만들어 2010년에는 세계 5위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이런 목표는 실현 불가능한 모순된 내용이라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시급한 과제는 생산량을 희생하더라도 품질을 향상시켜야 하는 것인데, 최고 경영자가 그런 내용의 연설을 한 것은 현대차 내부에 자동차 및 자동차산업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정세영회장 인맥의 ‘숙정’과도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세영회장 인맥으로 분류된 사람들이 급속히 퇴조하고 그 대신 정몽구회장의 모교인 경복고 출신과 현대정공 출신의 정몽구회장 직계들이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데, 이들을 자동차 전문가로 보기 힘들다는 것.
과거 현대차 임원으로 재직했던 A씨는 “국내 자동차시장을 둘러싼 급격한 환경변화가 예정돼 있음에도 임원들이 ‘정세영 파’니 ‘정몽구 라인’이니 하면서 주도권 다툼이나 하는 것을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A씨는 이어 “선진 업체가 국내에 상륙하면 현대차는 현재와 같은 품질 수준으로는 홈그라운드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대차에 대한 미국 시장의 평가만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 따라서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검증된 상품은 지구촌 어디에 진출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아직 ‘잔고장이 많은 차’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물론 현대자동차의 EF쏘나타가 현재 미국 시장에서 호평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품질은 아직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계적인 자동차`-`통신 부문 리서치 및 컨설팅 기관인 J.D.파워가 조사한 품질만족도 조사에서 EF쏘나타는 아직도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상태.
이처럼 품질로는 경쟁이 안됐기 때문에 한국차는 그동안 미국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저가 공세를 펼 수밖에 없었다. 각종 옵션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품질보증 기간을 늘려주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국내에서 일부 신문들이 신문의 질로는 경쟁이 안되자 사은품 공세로 구독자를 확보하는 행태와 비슷한 맥락이다.
심지어 한때는 자동차 부품도 수출용과 내수용이 달랐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 진출 초기 한때 수출용 차에 한해 자동차 성능과 직접 관련이 있는 일부 전자부품을 외국제로 쓸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현재는 부품업체의 품질 수준이 많이 향상됐기 때문에 이런 일은 없다. 그러나 당시 ‘수출용 차와 내수용 차는 강판 두께부터 다르다’는 웃지 못할 소문이 나돈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역차별’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더 큰 문제는 현대차를 비롯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대한 ‘출혈 수출’을 국내 시장에서 보전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국내 소비자들은 자신들보다 소득이 더 높은 미국 소비자들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한 셈이다.
이런 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물론 수출용 자동차의 제조원가는 극비에 속하기 때문에 정확한 실상은 알기 힘들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수출용 차의 원가가 내수용 차보다 높은데다 그나마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점을 들어 상당한 적자를 보는 것으로 추측한다. 이들은 “미국의 경우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 등이 우리보다 훨씬 엄격하기 때문에 이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내수용 차보다 원가가 5% 정도 더 비싸다”고 말한다.
문제는 현대차 경영진이 현대차의 이런 품질 수준과 제품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독자생존 전략에 더 집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 산업연구원 박중구실장은 “현대차는 외국 선진 업체와 독자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이 없기 때문에 현대차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들과 손을 잡는 길밖에 없다”고 전제, “그럼에도 현대차 경영진들은 자신들이 세계 일류 업체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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