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잡아야 사업이 성공한다!’ 요 몇년 사이 ‘여성 전용’을 캐치 프레이즈로 내건 사업체나 사회시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대형 쇼핑매장이나 백화점의 경우 주요 고객인 여성이용자들을 우대하기 위해 주차장 한 층을 ‘여성전용’으로 내놓는 것은 필수. 최근엔 힐튼 등 일부 호텔에서도 여성전용 주차장을 마련하고 있고, 대한항공은 기내에 여성만의 화장실을 따로 만들었다.
‘여성전용’이란 컨셉트가 가장 활발히 확산되는 업종은 헬스클럽, 스포츠센터, 찜질방 같은 레저-휴식공간 사업. 여성전용 헬스클럽 월드헬스컨설팅은 재작년 1월 법인설립 이래 2년만에 전국 18개 체인점을 열 정도로 급성장했다. 현재 회원수는 6000여명. 이화여대 앞이나 신촌지점은 회원수가 600여명을 헤아린다. 올 7월 오픈 예정으로 한남동에 건설중인 여성전용 스포츠센터 ‘아마랜스’도 지난해 8월부터 회원권을 분양하기 시작했는데, 9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액수에도 불구하고 이미 200여 계좌가 접수 마감된 상태다. ‘시들지 않는 꽃’을 의미하는 ‘아마랜스’(Amaranth)라는 이름에서부터 타깃 고객이 여성들임을 확실히 보여주는 이 복합 스포츠센터는, 총 3개층에 사우나 마사지 수영장 실내골프장을 마련하는 한편 커리어우먼들을 위해 컴퓨터와 팩스시설 등을 갖춘 비즈니스 공간도 준비중이다.
사회진출 늘고 경제권 커져
여성이용자를 위한 채팅공간을 따로 꾸민 PC방도 있다. 서울 압구정동과 상계동에 위치한 대형 PC방 ‘웹스테이션’. 주로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즐기러 PC방을 찾는 남성들과 달리 인터넷 채팅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여성고객들을 위해 전용 채팅공간을 마련했다. 인터넷 화상 채팅을 원하는 남성 이용자들도 일부 출입하지만, 남자들로 그득한 일반 PC방 풍경과 달리 이곳만큼은 여성 이용자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들 ‘여성전용 공간’이 인기를 끄는 요인은 ‘남성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 편히 행동할 수 있다는 점. 광화문에 직장을 둔 강미경씨(34)는 7년째 이화여대 입구의 만화방 ‘이화만화사랑’을 단골로 애용하고 있다. 광화문에도 만화가게가 있지만 굳이 이화여대 앞까지 ‘진출’하는 이유는 이곳이 ‘여성전용’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성인만화 같은 것을 볼 때는 남자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게 되기 때문에 여성들끼리 있는 만화방을 찾아요. 게다가 여성전용 만화방은 흡연공간도 따로 있어서 남자들 눈치 안보고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며 만화를 보는 여성들도 눈에 띕니다.”
특히 찜질방이나 헬스클럽처럼 몸매가 많이 노출되는 업종은 남성들의 시선이 차단된다는 사실 자체가 여성 이용자들에게 적잖은 심리적 안도감을 준다. 월드헬스컨설팅이나 아마랜스가 트레이너들과 직원을 전원 여성으로 배치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조치.
서울과 수도권 10개점이 ‘아이비스텔’이라는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며 성업중인 여성전용 원룸 역시 ‘금남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실제 이용자들보다 부모들에게 더 큰 인기를 끈다.
“여성들만 사는 집이라고 하면 보안문제 때문에 이용자들이 기피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지방에 딸을 상경시키는 부모님들이 안심하고 자식을 맡길 수 있다며 호응한다”는 게 ‘아이비스텔’을 운영하는 한국창업지원센터 고종옥소장의 이야기다.
하지만 여성전용 공간의 매력은 ‘금남’의 울타리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이들 공간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기존에 ‘남성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서비스 행태를 탈피, 철저히 여성들의 요구와 취향에 맞는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남성은 근육강화를 목적으로 운동하는 반면 여성은 체지방을 줄이고 탄력을 얻기 위해 헬스클럽을 찾습니다. 그래서 몸매관리를 위한 사이클, 스텝머신 등 유산소 운동기구들을 중점적으로 배치했고, 웨이트트레이닝기도 부하를 여성들에게 적당하게 맞춰 근육은 커지지 않고 지방만 뺄 수 있도록 조절했습니다.”(월드헬스컨설팅 대표 정수길)
여성 취향의 깔끔한 인테리어는 필수. 아이비스텔에는 목이 긴 부츠를 수납할 수 있는 ‘부츠 전용 신발장’까지 마련해 놓았다. 여성전용 만화방 역시 남성 취향의 무협지류 대신 여성들이 선호하는 순정만화 위주로 책을 들여놓음으로써 ‘내용의 전문화’를 꾀했다. 남자손님이 들어와도 ‘말리지는 않지만’ 별 재미를 못찾고 나가버리기가 십상이다.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노랑머리 춘우’. ‘여성전용’이란 슬로건을 내건 이색적인 미용실이다. 미용실이라면 원래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여성전용’이란 수식어가 오히려 낯설지만, 이곳은 분위기가 사뭇 이색적이다. 원장부터 미용사까지 전직원이 남성. 그것도 하나같이 ‘잘 빠진’ 몸매에 깔끔한 복장을 한 남성 미용사들이 여성 고객들에게 극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처음엔 온통 남자 미용사들만 있다는 게 몹시 불편했지만, 점차 ‘남자들에게서 서비스를 받는다’는 사실에 색다른 편안함이나 쾌감이 느껴졌다. 동성에게서 받는 서비스와는 또다른 느낌이었다”는 게 이곳을 이용한 한 여성고객의 이야기. ‘기존 남녀 성역할의 통념을 거꾸로 뒤바꾼’ 서비스업체의 독특한 풍경이다.
이같이 여성전용 공간이 늘어나는 추세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전업주부 역시 이전에 비해 가정의 경제운용권이 커지면서 여성이 주요한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과 맞물려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르게 마련’. 여성전용 업체들이 주로 들어서는 위치 역시 이화여대 앞, 오피스 레이디들이 많은 시내 도심, 그리고 여성기업인들이 최근 대거 진출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 주변이다.
고종옥소장은 이런 트렌드에 대해 “이전에는 고객 타깃을 여성으로 국한한 사업장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여성을 상대로 한 전문업체나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고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한다. 특히 이런 트렌드는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더욱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여성전용을 표방한 쇼핑몰이나 웹진, 포탈서비스 등의 증가속도가 현실공간에서의 여성전용 사업체 증가를 훨씬 뛰어넘고 있는 것도 특기할 만한 현상이다.
한마음심리상담클리닉의 박인경소장은 현재의 여성전용 공간 증가를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성들의 사회적 파워가 커지면서 이전에는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것을 함께 누리고자 하는 욕구도 증가하게 마련인데, 사회의 고정관념은 이를 완전히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난다는 것. 그래서 그 충돌을 완화하기 위해 남성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그들과 동일한 행동특성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여성만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엄격하게 분리된 행동특성이 요구되는 동양사회에서는 ‘여성전용 공간’이 일정한 시기 동안 크게 각광받으리라 예측됩니다. 하지만 서구처럼 성별에 따른 행동방식의 고정관념이 어느 정도 해소된 사회의 경우 남녀의 공간적 구분은 오히려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를테면 독일에서는 남녀 고등학생이 함께 축구를 한 뒤 한 샤워장에서 몸을 씻기도 하고, 남녀혼탕 사우나가 존재하듯 말입니다.”
여성의 사회적 ‘힘’이 만들어낸 여성전용공간은 과연 과도기적인 존재일까. 여성들의 파워가 더욱 커지고 남녀의 성역할 구분이 완화되면 자연히 감소할 것인가. 어쨌든 현재로선 남성중심 사회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공간’을 갈망해왔던 우리 나라 여성들에게 이들 ‘해방구’가 한동안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전용’이란 컨셉트가 가장 활발히 확산되는 업종은 헬스클럽, 스포츠센터, 찜질방 같은 레저-휴식공간 사업. 여성전용 헬스클럽 월드헬스컨설팅은 재작년 1월 법인설립 이래 2년만에 전국 18개 체인점을 열 정도로 급성장했다. 현재 회원수는 6000여명. 이화여대 앞이나 신촌지점은 회원수가 600여명을 헤아린다. 올 7월 오픈 예정으로 한남동에 건설중인 여성전용 스포츠센터 ‘아마랜스’도 지난해 8월부터 회원권을 분양하기 시작했는데, 9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액수에도 불구하고 이미 200여 계좌가 접수 마감된 상태다. ‘시들지 않는 꽃’을 의미하는 ‘아마랜스’(Amaranth)라는 이름에서부터 타깃 고객이 여성들임을 확실히 보여주는 이 복합 스포츠센터는, 총 3개층에 사우나 마사지 수영장 실내골프장을 마련하는 한편 커리어우먼들을 위해 컴퓨터와 팩스시설 등을 갖춘 비즈니스 공간도 준비중이다.
사회진출 늘고 경제권 커져
여성이용자를 위한 채팅공간을 따로 꾸민 PC방도 있다. 서울 압구정동과 상계동에 위치한 대형 PC방 ‘웹스테이션’. 주로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즐기러 PC방을 찾는 남성들과 달리 인터넷 채팅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여성고객들을 위해 전용 채팅공간을 마련했다. 인터넷 화상 채팅을 원하는 남성 이용자들도 일부 출입하지만, 남자들로 그득한 일반 PC방 풍경과 달리 이곳만큼은 여성 이용자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들 ‘여성전용 공간’이 인기를 끄는 요인은 ‘남성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 편히 행동할 수 있다는 점. 광화문에 직장을 둔 강미경씨(34)는 7년째 이화여대 입구의 만화방 ‘이화만화사랑’을 단골로 애용하고 있다. 광화문에도 만화가게가 있지만 굳이 이화여대 앞까지 ‘진출’하는 이유는 이곳이 ‘여성전용’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성인만화 같은 것을 볼 때는 남자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게 되기 때문에 여성들끼리 있는 만화방을 찾아요. 게다가 여성전용 만화방은 흡연공간도 따로 있어서 남자들 눈치 안보고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며 만화를 보는 여성들도 눈에 띕니다.”
특히 찜질방이나 헬스클럽처럼 몸매가 많이 노출되는 업종은 남성들의 시선이 차단된다는 사실 자체가 여성 이용자들에게 적잖은 심리적 안도감을 준다. 월드헬스컨설팅이나 아마랜스가 트레이너들과 직원을 전원 여성으로 배치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조치.
서울과 수도권 10개점이 ‘아이비스텔’이라는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며 성업중인 여성전용 원룸 역시 ‘금남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실제 이용자들보다 부모들에게 더 큰 인기를 끈다.
“여성들만 사는 집이라고 하면 보안문제 때문에 이용자들이 기피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지방에 딸을 상경시키는 부모님들이 안심하고 자식을 맡길 수 있다며 호응한다”는 게 ‘아이비스텔’을 운영하는 한국창업지원센터 고종옥소장의 이야기다.
하지만 여성전용 공간의 매력은 ‘금남’의 울타리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이들 공간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기존에 ‘남성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서비스 행태를 탈피, 철저히 여성들의 요구와 취향에 맞는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남성은 근육강화를 목적으로 운동하는 반면 여성은 체지방을 줄이고 탄력을 얻기 위해 헬스클럽을 찾습니다. 그래서 몸매관리를 위한 사이클, 스텝머신 등 유산소 운동기구들을 중점적으로 배치했고, 웨이트트레이닝기도 부하를 여성들에게 적당하게 맞춰 근육은 커지지 않고 지방만 뺄 수 있도록 조절했습니다.”(월드헬스컨설팅 대표 정수길)
여성 취향의 깔끔한 인테리어는 필수. 아이비스텔에는 목이 긴 부츠를 수납할 수 있는 ‘부츠 전용 신발장’까지 마련해 놓았다. 여성전용 만화방 역시 남성 취향의 무협지류 대신 여성들이 선호하는 순정만화 위주로 책을 들여놓음으로써 ‘내용의 전문화’를 꾀했다. 남자손님이 들어와도 ‘말리지는 않지만’ 별 재미를 못찾고 나가버리기가 십상이다.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노랑머리 춘우’. ‘여성전용’이란 슬로건을 내건 이색적인 미용실이다. 미용실이라면 원래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여성전용’이란 수식어가 오히려 낯설지만, 이곳은 분위기가 사뭇 이색적이다. 원장부터 미용사까지 전직원이 남성. 그것도 하나같이 ‘잘 빠진’ 몸매에 깔끔한 복장을 한 남성 미용사들이 여성 고객들에게 극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처음엔 온통 남자 미용사들만 있다는 게 몹시 불편했지만, 점차 ‘남자들에게서 서비스를 받는다’는 사실에 색다른 편안함이나 쾌감이 느껴졌다. 동성에게서 받는 서비스와는 또다른 느낌이었다”는 게 이곳을 이용한 한 여성고객의 이야기. ‘기존 남녀 성역할의 통념을 거꾸로 뒤바꾼’ 서비스업체의 독특한 풍경이다.
이같이 여성전용 공간이 늘어나는 추세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전업주부 역시 이전에 비해 가정의 경제운용권이 커지면서 여성이 주요한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과 맞물려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르게 마련’. 여성전용 업체들이 주로 들어서는 위치 역시 이화여대 앞, 오피스 레이디들이 많은 시내 도심, 그리고 여성기업인들이 최근 대거 진출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 주변이다.
고종옥소장은 이런 트렌드에 대해 “이전에는 고객 타깃을 여성으로 국한한 사업장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여성을 상대로 한 전문업체나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고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한다. 특히 이런 트렌드는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더욱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여성전용을 표방한 쇼핑몰이나 웹진, 포탈서비스 등의 증가속도가 현실공간에서의 여성전용 사업체 증가를 훨씬 뛰어넘고 있는 것도 특기할 만한 현상이다.
한마음심리상담클리닉의 박인경소장은 현재의 여성전용 공간 증가를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성들의 사회적 파워가 커지면서 이전에는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것을 함께 누리고자 하는 욕구도 증가하게 마련인데, 사회의 고정관념은 이를 완전히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난다는 것. 그래서 그 충돌을 완화하기 위해 남성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그들과 동일한 행동특성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여성만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엄격하게 분리된 행동특성이 요구되는 동양사회에서는 ‘여성전용 공간’이 일정한 시기 동안 크게 각광받으리라 예측됩니다. 하지만 서구처럼 성별에 따른 행동방식의 고정관념이 어느 정도 해소된 사회의 경우 남녀의 공간적 구분은 오히려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를테면 독일에서는 남녀 고등학생이 함께 축구를 한 뒤 한 샤워장에서 몸을 씻기도 하고, 남녀혼탕 사우나가 존재하듯 말입니다.”
여성의 사회적 ‘힘’이 만들어낸 여성전용공간은 과연 과도기적인 존재일까. 여성들의 파워가 더욱 커지고 남녀의 성역할 구분이 완화되면 자연히 감소할 것인가. 어쨌든 현재로선 남성중심 사회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공간’을 갈망해왔던 우리 나라 여성들에게 이들 ‘해방구’가 한동안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