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선거 경선에 출마한 직후 그는 제대로 유세를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재계와 방송가에선 유명 인사였지만 정치는 전혀 다른 분야였다. 종종 유세장 청중이 부족해 주변 관광객을 끌어다 동원했고, 구호가 적힌 푯말이나 트럼프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그랬던 트럼프가 출마 선언 11개월 만인 5월 3일(현지시각)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정치권이나 공직 경험이 없는 ‘워싱턴 아웃사이더’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낳은 160년 전통의 공화당 대선후보가 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도대체 트럼프의 무엇이 미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기적을 만들어낸 것일까. 그의 이름 ‘Trump’ 다섯 글자로 그 이유를 풀어보자.
그가 중국과의 무역 역조를 거론하며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고 피를 빨아먹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한국은 경제 괴물인데 방위비는 적게 낸다”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우는 것은 모두 ‘미국의 승리’라는 자신의 절대 기준과 배치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공화당 지지층에게 먹히고 있다. ‘폭스뉴스’는 “통상적 외교 논리와 맞지 않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백인 노동자 사이에선 ‘오바마 정권 8년 내내 끌려다닌 공화당을 바꿀 적임자’라는 논리로 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앨런 리크먼 미 아메리칸대 교수는 “선거에선 욕을 먹더라도 화제가 되는 게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며 “트럼프는 장사꾼이다. 그의 거친 언어는 미국 대중의 눈높이를 겨냥한 전략적 프로파간다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슬림한 참모 조직 덕에 지금까지 리스크 대부분을 혼자 지면서 다른 주자보다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의 대변인이자 최측근인 호프 힉스는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관장하고 직접 결정해 트럼프 식으로 만들어낸다”고 전했다.
상대 후보를 겨냥한 공격 메시지는 압권이다. 클린턴에 대해 ‘부정적인 힐러리’에 이어 ‘여성 카드’라는 메시지를 반복함으로써 클린턴이 여성 표가 없으면 본선에서 자신에게 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짓말쟁이 테드’라는 메시지는 테드 크루즈를 5월 3일 인디애나 경선 직후 중도 하차시킨 결정타가 됐다. 크루즈가 뒤늦게 트럼프를 향해 ‘병적인 거짓말쟁이’ ‘겁쟁이’ 등 막말 폭탄을 쏟아부었지만, ‘거짓말쟁이 테드’라는 메시지에 가려 별 효과가 없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트럼프의 강력한 메시지 전달력은 본선에서도 이어질 듯하다. 법조인 출신인 클린턴은 논리를 앞세운 장광설로 이 분야에 유독 취약하다. 경선에 뛰어든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클린턴을 상징하는 정치구호는 딱히 들어오는 게 없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의 선거는 시가 아니라 산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11월 대선 본선은 50개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 538명 중 누가 과반(270명)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한 표라도 더 얻으면 해당 주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 방식이다. 1992~2012년 최근 6번의 본선에서 민주당은 캘리포니아, 뉴욕, 펜실베이니아를 포함한 19개 주에서 6번 다 이겼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인 이곳에 할당된 선거인단은 242명. 클린턴이 이전 민주당 후보처럼 19곳을 석권할 경우 여기에 28명의 선거인단만 추가하면 백악관 주인이 된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여론조사기관 KABC의 5월 2일 조사 결과 클린턴 지지율은 56%, 트럼프는 34%였다. 뉴욕에서도 에머슨의 4월 18일 조사 결과 클린턴 55%, 트럼프 36%였다.
트럼프는 본격적으로 막말 화력을 클린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5월 4일 MSNBC와 인터뷰에선 클린턴의 치명적 약점 가운데 하나인 ‘e메일 스캔들’을 끄집어냈다. 그는 “힐러리는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 그녀가 대선에 출마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힐러리는 이 문제로 고통받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랬던 트럼프가 출마 선언 11개월 만인 5월 3일(현지시각)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정치권이나 공직 경험이 없는 ‘워싱턴 아웃사이더’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낳은 160년 전통의 공화당 대선후보가 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도대체 트럼프의 무엇이 미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기적을 만들어낸 것일까. 그의 이름 ‘Trump’ 다섯 글자로 그 이유를 풀어보자.
T (Triumph·미국의 승리)
트럼프 노선의 핵심은 ‘이기는 미국(Winning America)’이다. 그의 선거구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이고, 그의 외교 노선이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인 이유다. 사업가 출신으로 경쟁 상대를 꺾어야 생존할 수 있는 자본주의적 비즈니스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다.그가 중국과의 무역 역조를 거론하며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고 피를 빨아먹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한국은 경제 괴물인데 방위비는 적게 낸다”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우는 것은 모두 ‘미국의 승리’라는 자신의 절대 기준과 배치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공화당 지지층에게 먹히고 있다. ‘폭스뉴스’는 “통상적 외교 논리와 맞지 않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백인 노동자 사이에선 ‘오바마 정권 8년 내내 끌려다닌 공화당을 바꿀 적임자’라는 논리로 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R (Rough·막말)
트럼프는 경선 기간 내내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폭스뉴스 여성 앵커 메긴 켈리에게 “눈 말고 다른 데서 피가 나오는 것 같다”며 생리현상을 연상케 하는 막말을 던진 것을 시작으로, “힐러리는 2008년 오바마에게 경선에서 엿 됐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아직도 엄마를 찾는다” 등 셀 수 없는 어록을 남겼다. 이는 대선주자로서 심각한 자질론으로 이어졌지만 동시에 언론과 소셜미디어 등 여론시장을 잠식하며 화제 중심에 서게 해줬다.앨런 리크먼 미 아메리칸대 교수는 “선거에선 욕을 먹더라도 화제가 되는 게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며 “트럼프는 장사꾼이다. 그의 거친 언어는 미국 대중의 눈높이를 겨냥한 전략적 프로파간다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U (Unprecedented·전례 없는 선거운동)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는 기성 정치인에게서 보지 못했던 유례없는 선거운동 방식을 고집했다. 최소 29억 달러(약 3조4000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기반으로 슈퍼팩(대형 정치자금 모금 조직) 등을 동원한 모금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대형 선거캠프를 만들거나 전문 참모 조직을 두지도 않았다. 오로지 그간 자신이 사업을 해오던 ‘트럼프 스타일’로 선거를 치렀다.‘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슬림한 참모 조직 덕에 지금까지 리스크 대부분을 혼자 지면서 다른 주자보다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의 대변인이자 최측근인 호프 힉스는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관장하고 직접 결정해 트럼프 식으로 만들어낸다”고 전했다.
M (Message·메시지 전달력)
트럼프는 이번 경선 과정에서 당을 떠나 상대주자를 압도하는 메시지 전달력을 선보였다. 간결하고 쉬우며 자극적인 메시지를 자신이 직접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로 반복적으로 확산하는 게 핵심이다. 그의 트위터 팔로어는 계속 늘어나 현재 790만 명이 넘는다.상대 후보를 겨냥한 공격 메시지는 압권이다. 클린턴에 대해 ‘부정적인 힐러리’에 이어 ‘여성 카드’라는 메시지를 반복함으로써 클린턴이 여성 표가 없으면 본선에서 자신에게 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짓말쟁이 테드’라는 메시지는 테드 크루즈를 5월 3일 인디애나 경선 직후 중도 하차시킨 결정타가 됐다. 크루즈가 뒤늦게 트럼프를 향해 ‘병적인 거짓말쟁이’ ‘겁쟁이’ 등 막말 폭탄을 쏟아부었지만, ‘거짓말쟁이 테드’라는 메시지에 가려 별 효과가 없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트럼프의 강력한 메시지 전달력은 본선에서도 이어질 듯하다. 법조인 출신인 클린턴은 논리를 앞세운 장광설로 이 분야에 유독 취약하다. 경선에 뛰어든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클린턴을 상징하는 정치구호는 딱히 들어오는 게 없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의 선거는 시가 아니라 산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P (Political Incorrectness·정치적 금기 파괴
트럼프는 “히스패닉의 상당수는 강간범” “무슬림을 한동안 입국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국에서 금기시되는 종교, 인종 문제를 과감히 건드렸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깨뜨린 것. 그러나 트럼프의 이 같은 목소리는 히스패닉 이민자 급증으로 일자리, 소득 감소 등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백인 노동자 층 내부의 억눌렸던 정치·사회적 욕망을 건드렸다. 서민들은 그를 통해 분노와 욕구를 터뜨렸고, 그의 이런 공약은 어느새 공화당 내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2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경선 당시 CNN 출구조사에서 공화당 유권자 4명 중 3명은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주장을 찬성한다고 밝혔다.닻 올린 본선 준비, 타깃은 오직 힐러리
5월 3일 인디애나 주 경선 승리 직후 트럼프는 본선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클린턴 우세론이 많다. CNN이 트럼프 후보 등극 직전 실시해 5월 4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클린턴과 트럼프 양자 대결 시 클린턴은 54%, 트럼프는 41%로 13%p 차가 났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층이 저학력-저소득 백인에서 고학력-고소득 백인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월가에서 유행하는 ‘대선 당선자 맞히기’ 내기에서 ‘투표는 클린턴에게, 베팅(내기)은 트럼프에게’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11월 대선 본선은 50개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 538명 중 누가 과반(270명)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한 표라도 더 얻으면 해당 주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 방식이다. 1992~2012년 최근 6번의 본선에서 민주당은 캘리포니아, 뉴욕, 펜실베이니아를 포함한 19개 주에서 6번 다 이겼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인 이곳에 할당된 선거인단은 242명. 클린턴이 이전 민주당 후보처럼 19곳을 석권할 경우 여기에 28명의 선거인단만 추가하면 백악관 주인이 된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여론조사기관 KABC의 5월 2일 조사 결과 클린턴 지지율은 56%, 트럼프는 34%였다. 뉴욕에서도 에머슨의 4월 18일 조사 결과 클린턴 55%, 트럼프 36%였다.
트럼프는 본격적으로 막말 화력을 클린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5월 4일 MSNBC와 인터뷰에선 클린턴의 치명적 약점 가운데 하나인 ‘e메일 스캔들’을 끄집어냈다. 그는 “힐러리는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 그녀가 대선에 출마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힐러리는 이 문제로 고통받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