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복잡한 과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올바른 과학정책을 펴나가려면 ‘과학자 출신 정치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인 두세 명이 모이면 반드시 나오는 얘기다. 법을 만들고 행정을 감시하는 국회의원 중 과학을 이해하는 진짜 과학기술인이 많아져야 과학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20대 총선에 뛰어든 정당 중 과학기술인 후보를 가장 공격적으로 배치한 곳은 국민의당이다. 비례대표 1번과 2번을 모두 순수과학기술인 출신에게 배정했다. 1번 후보로 나선 신용현 당선인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재직 중 출마를 결심하고 사표를 냈다. 신 당선인은 “19대 국회에서 활약한 과학자 출신 의원이 대부분 이번 총선에서 공천받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 ‘나라도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정계에 전할 사람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신 당선인은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대외활동을 펼친 과학계 마당발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는 “과학은 이미 특정 분야 전문가들의 영역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국민이 과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고, 과학자들도 국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2번으로 국회에 진출한 오세정 당선인도 우리나라 과학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오 당선인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총선을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의 과학자로서 경력은 화려하다. 국내 최고 기초과학전문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 초대 원장을 역임했으며 국가 과학기술계 연구비를 대부분 집행하는 한국연구재단 이사장도 지냈다. 대학과 국책연구기관, 연구비 집행기관을 모두 거친 셈이다. 또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과학정책 분야 브레인 구실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오 당선인이 국회에 진출하자 과학계 행정부서가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과학계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 행정 감사권을 가진 국회의원으로 활동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산하기관 한 관계자는 “국책연구기관들은 미래부를 갑으로 인식한다. 연구기관 이사장을 맡았던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는 건 갑을관계가 뒤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당선인은 “과학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이들이 사회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면서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기보다 민간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용현, 오세정 당선인 외에 과학기술계 인사로 분류되는 이가 3명 더 있긴 하지만, 이들은 순수 연구자라기보다 ‘과학기술계 구성원’ 정도로 볼 수 있다. 나머지 3명 중 과학계에 가장 깊이 발을 담그고 있는 인사는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 문미옥 비례대표 당선인이다. 포스텍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기획정책실장, 과학기술인협동조합지원센터 기획실장 등을 지낸 그는 과학을 전공한 행정전문가다. 과학정책을 전담 운영하는 ‘과학기술부’ 부활을 목표로 하는 그는, 국회에서 과학기술계 정책구조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는 국내 과학기술계 인사 대다수가 찬성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문 당선인은 “과학기술정책가의 경험을 살려 연구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면서 “지난 10년 동안 사실상 과학기술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던 만큼 과학기술 행정체계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송희경 비례대표 당선인은 정보기술(IT) 기업인 출신으로 KT 전무를 지냈다. 학부에서 전자계산학을 전공하고 KAIST(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뒤 대우정보시스템 상무를 지냈다. 산업 분야 전문가인 만큼 관심사도 과학기술보다 산업 쪽에 집중돼 있다. 송 당선인은 “기존 과학기술계가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상품화와 이익 창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산업 현장 출신 경험을 살려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인들은 이번 20대 국회의원 중 과학기술인이 18대 국회와 같은 5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일단 ‘선방’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각계 인사가 골고루 포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그러나 기계, 전자 등 순수공학 분야 연구원 출신 국회의원이 없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도 적잖다. 이는 역대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국회의원 기록을 살펴봐도 드러난다. 대부분 물리나 화학 등 순수과학 분야 전문가가 많았다. 송희경 당선인처럼 기업인 출신은 여럿 국회의원이 됐지만 현장에서 연구활동을 해온 공학자가 국회에 들어간 경우는 손에 꼽힌다. 정호선 15대 국회의원(당시 새정치국민회의)이 경북대 전자공학과 교수를 지냈고, 서상기 17·18·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이 한국기계연구원장을 역임한 정도가 전부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인들은 더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인이 국회에 진출하길 기대한다. 대전 대덕연구단지 한 과학기술인은 “국내 국책연구기관이나 대학의 연구자 절반이 공학기술인이지만 이들을 대표할 국회의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21대 국회에는 더 많은 전문가가 진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인 두세 명이 모이면 반드시 나오는 얘기다. 법을 만들고 행정을 감시하는 국회의원 중 과학을 이해하는 진짜 과학기술인이 많아져야 과학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오세정 당선인 등장으로 뒤바뀐 ‘갑을관계’
4월 13일 총선이 끝나고 4년간 우리나라 입법 및 감사 기능을 할 20대 국회의원 명단도 새롭게 결정됐다.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하는 20대 국회의원은 모두 300명. 이 중 과학기술계 출신 당선인은 5명(1.7%)에 불과하다. 사실 이마저 역대 국회와 비교하면 최고 수준이다. 18대 국회 때 20대와 같은 수의 국회의원이 활동한 바 있을 뿐 대부분 2~3명에 그쳤다. 1980년대 이전에는 과학자 출신 국회의원이 전무했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 구성을 두고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이 최근 인기를 끌면서 과학기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당선인 5명 중 순수과학기술인은 2명에 불과하다며 아쉬운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적잖다. 20대 국회의 ‘과학 국회의원’은 누구일까.
20대 총선에 뛰어든 정당 중 과학기술인 후보를 가장 공격적으로 배치한 곳은 국민의당이다. 비례대표 1번과 2번을 모두 순수과학기술인 출신에게 배정했다. 1번 후보로 나선 신용현 당선인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재직 중 출마를 결심하고 사표를 냈다. 신 당선인은 “19대 국회에서 활약한 과학자 출신 의원이 대부분 이번 총선에서 공천받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 ‘나라도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정계에 전할 사람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신 당선인은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대외활동을 펼친 과학계 마당발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는 “과학은 이미 특정 분야 전문가들의 영역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국민이 과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고, 과학자들도 국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2번으로 국회에 진출한 오세정 당선인도 우리나라 과학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오 당선인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총선을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의 과학자로서 경력은 화려하다. 국내 최고 기초과학전문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 초대 원장을 역임했으며 국가 과학기술계 연구비를 대부분 집행하는 한국연구재단 이사장도 지냈다. 대학과 국책연구기관, 연구비 집행기관을 모두 거친 셈이다. 또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과학정책 분야 브레인 구실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오 당선인이 국회에 진출하자 과학계 행정부서가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과학계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 행정 감사권을 가진 국회의원으로 활동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산하기관 한 관계자는 “국책연구기관들은 미래부를 갑으로 인식한다. 연구기관 이사장을 맡았던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는 건 갑을관계가 뒤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당선인은 “과학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이들이 사회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면서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기보다 민간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용현, 오세정 당선인 외에 과학기술계 인사로 분류되는 이가 3명 더 있긴 하지만, 이들은 순수 연구자라기보다 ‘과학기술계 구성원’ 정도로 볼 수 있다. 나머지 3명 중 과학계에 가장 깊이 발을 담그고 있는 인사는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 문미옥 비례대표 당선인이다. 포스텍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기획정책실장, 과학기술인협동조합지원센터 기획실장 등을 지낸 그는 과학을 전공한 행정전문가다. 과학정책을 전담 운영하는 ‘과학기술부’ 부활을 목표로 하는 그는, 국회에서 과학기술계 정책구조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는 국내 과학기술계 인사 대다수가 찬성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문 당선인은 “과학기술정책가의 경험을 살려 연구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면서 “지난 10년 동안 사실상 과학기술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던 만큼 과학기술 행정체계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연계 정책 담당할 공학계 인사 부족
더민주당 박경미 비례대표 당선인은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를 역임했다. 고교 수학 교사 경험을 갖고 있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으로도 일한 경력이 있어 과학자보다 교육자 성격이 더 강하다. 스스로도 ‘교육계 대표’라는 자각을 갖고 의정활동을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국가가 보장하는 ‘기초학력책임보장법’ 제정을 강조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학생들의 역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일은 과학기술의 기반을 조성하는 길이라는 점에서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새누리당 송희경 비례대표 당선인은 정보기술(IT) 기업인 출신으로 KT 전무를 지냈다. 학부에서 전자계산학을 전공하고 KAIST(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뒤 대우정보시스템 상무를 지냈다. 산업 분야 전문가인 만큼 관심사도 과학기술보다 산업 쪽에 집중돼 있다. 송 당선인은 “기존 과학기술계가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상품화와 이익 창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산업 현장 출신 경험을 살려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인들은 이번 20대 국회의원 중 과학기술인이 18대 국회와 같은 5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일단 ‘선방’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각계 인사가 골고루 포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그러나 기계, 전자 등 순수공학 분야 연구원 출신 국회의원이 없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도 적잖다. 이는 역대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국회의원 기록을 살펴봐도 드러난다. 대부분 물리나 화학 등 순수과학 분야 전문가가 많았다. 송희경 당선인처럼 기업인 출신은 여럿 국회의원이 됐지만 현장에서 연구활동을 해온 공학자가 국회에 들어간 경우는 손에 꼽힌다. 정호선 15대 국회의원(당시 새정치국민회의)이 경북대 전자공학과 교수를 지냈고, 서상기 17·18·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이 한국기계연구원장을 역임한 정도가 전부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인들은 더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인이 국회에 진출하길 기대한다. 대전 대덕연구단지 한 과학기술인은 “국내 국책연구기관이나 대학의 연구자 절반이 공학기술인이지만 이들을 대표할 국회의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21대 국회에는 더 많은 전문가가 진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