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경기 용인시 경기도박물관에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테마로 한 ‘어린 왕자 특별전’(5월 2일~9월 18일)이 열리고 있습니다. 생텍쥐페리 재단의 전시총괄책임자 윌리엄 리가 기획한 이 전시회는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작품, 현대작가의 조각, 점자 판화 등 다양한 볼거리로 채워졌습니다. 소설가가 되기 전 미술학교를 다녔던 생텍쥐페리가 직접 스케치한 작품들이 상당수 출품돼 그의 또 다른 예술적 재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생텍쥐페리 재단 전속 작가로 불리는 아르노 나자레아가가 ‘어린 왕자’의 주요 장면을 재구성해 만든 입체 조각은 달려가서 만지고 싶은 충동이 일만큼 아기자기합니다. 작가 요청으로 작품을 직접 만질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또 프랑스 시각장애인 예술가 클로드 가랑데가 점자 판화로 어린 왕자를 묘사한 전시품도 이목을 끕니다.
전시장은 크게 3곳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중앙 로비에는 밝은 조명 아래 생텍쥐페리의 원화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조명을 어둡게 한 나머지 두 곳은 우주의 심연을 느낄 수 있도록 설치한 수많은 별이 천장과 벽면에서 반짝입니다. 어린 왕자가 여러 행성과 별을 여행하던 모습을 실감나게 연출했을 뿐 아니라 어둠 속에서 조각 작품들이 더욱 돋보여 환상적인 동화 속 세계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생텍쥐페리는 1900년 부유한 프랑스 백작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미술학교 건축과에 입학해 문화에 눈을 뜨고, 스물한 살에 공군에 입대하면서 조종을 배우기 시작해 전문 비행사가 됩니다. 제대 후 민항기를 조종하면서 ‘남방 우편기’ ‘야간 비행’ 같은 작품을 써 명성을 얻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43세 나이에도 다시 공군에 자원입대해 비행정찰대에서 근무합니다. 1944년 7월 31일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생텍쥐페리는 비행기 사고로 바닷속으로 추락합니다. 훗날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에 작가 이름이 새겨진 팔찌 하나가 걸려 올라오는데 팔찌 안쪽에는 ‘콘수엘로’라는 그의 아내 이름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 기막힌 사연을 간직한 팔찌를 비롯해 생텍쥐페리의 친필 편지, 유물, 드로잉 등이 전시돼 있습니다.
‘어린 왕자’는 공군 조종사로서 겪은 작가의 독특한 체험을 바탕으로 창작됐습니다. 1935년 어느 날 작가는 파리~사이공(호찌민) 간 비행 중 기관 사고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합니다. 황망한 사막에서 닷새 동안 사경을 헤매다 구조된 작가는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 왕자’를 쓰죠.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자기의 작은 별을 떠나 여러 별을 거쳐서 지구에 온 소년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소년은 뱀에게 물려 숨을 거둡니다. 작품 속 주인공 어린 왕자는 은하계를 여행하면서 곤경에 빠진 별을 돕기도 하고, ‘이상한 어른’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특히 ‘왕’은 어린 왕자가 방문한 첫 번째 별의 주인입니다. 이 별에는 오직 한 사람만 사는데 그 한 사람이 혼자 왕 놀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왕자의 친구인 사막여우는 늘 투덜댑니다. 쉴 새 없이 입을 놀리고 깐족거리는 사막여우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어린 왕자 특별전’을 감상하다 보면 저절로 떠오르는 구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