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경기 수원의 왕갈비, 포천 이동의 쪽갈비, 부산의 해운대갈비, 아니면 경남 함양 안의의 갈비찜이 생각나는가. 하지만 대구 또한 갈비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긴 역사를 지닌 ‘고기의 도시’다. 대구 사람들은 부드러운 꽃갈비보다 쫄깃한 참갈빗살을 더 좋아한다.
소는 갈빗대 13개를 가지고 있다. 위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갈빗대에 붙은 살점 부위가 얇아진다. 1~5번 부위에서 발라진 살점은 본갈빗살로 두툼하지만 기름기가 없어 조금 퍽퍽하다. 갈비찜이나 탕용으로 많이 먹는다. 등심과 붙은 6~8번 부위 꽃갈빗살은 마블링이 가득하다. 서울과 전라도 사람들이 선호하는 부위로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나머지 9~13번 부위는 참갈빗살이라 부르는데 살점이 적다.
대구와 경상도 음식에 독보적 식견을 가진 이춘호 전 영남일보 기자에 의하면 대구지역 갈비의 역사는 1961년 중구 대신동 ‘진갈비식당’에서 시작됐다. 80년대 초반에는 서울에서 시작된 가든형 갈빗집이 대구에서도 유행했다. ‘제주가든’이 선두주자였다. 90년대 중반이 되면서 값비싼 가든형 갈빗집의 인기는 시들해졌고, 수입육을 이용한 저가 갈빗집들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구 갈비는 크게 생갈비와 매운 찜갈비, 그리고 최근 들어 각광받는 안동식 갈비로 대별할 수 있다. 1970년대 초반 영업을 시작한 ‘부창생갈비’는 생갈비 하나만 취급한다. 갈비 부근의 살점은 내장을 보호하려고 지방 성분이 많은 편이다. 이를 발골하는 과정이 까다롭고 지루하지만 바로 이것이 갈빗집의 성쇠를 가름하는 첫 번째 작업이다. ‘부창생갈비’는 갈비뼈에서 살만 분리한 갈비색임과 살이 아주 조금 붙은 갈비뼈를 같이 내놓는다. 칼질과 숙성만으로 갈비는 새로운 음식으로 탄생한다. ‘고기는 씹는 맛에 먹는다’는 옛말을 이 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탄력감 있는 갈비는 씹을수록 고소한 육향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소금에 찍어 먹는 게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된장국이나 콩비지 같은 국과 반찬들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일생갈비’는 대구 생갈비 문화의 구심점이 된 곳이다. 실제 대구의 청담동이라 부르는 수성구 들안길 주변에는 한우숯불 갈빗집이 10곳이 넘는다. 들안길의 ‘소백축산’은 다른 대구 생갈빗집들과 달리 갈비색임만 준다.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인데 가장 비싼 부위인 꽃갈비가 많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수성구 범어동 ‘원조맛집 안동갈비’는 요즘 대구에서 유행하는 안동식 갈비를 한다. 안동식 갈비는 생갈비를 손님상에 내가기 직전 마늘, 간장, 참기름으로 간을 약하게 해 구워 먹는 독특한 문화다. 갈비에 칼집을 내고, 남은 갈비는 다시 가져가 된장에 넣어 찌개를 끓여 내온다.
하지만 대구에서 가장 유명하던 갈비문화는 중구 동인동의 찜갈비다. 매운 찜갈비 골목까지 생겼지만 영화는 옛날만 못하다. 대구의 매운 찜갈비 문화는 1968년 ‘실비 찜갈비’ 식당이 양재기에 갈비와 고춧가루, 마늘을 넣고 매콤하게 버무려 판 게 시작이라고 한다. 이 밖에 대구 곱창 고기도 유명하다. 남구 안지랑 곱창골목엔 곱창을 파는 식당만 50곳이 넘어 거리 전체에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하지만 맛의 섬세함에선 곱창이 갈비 맛을 따라오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