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흔하나인 김 변호사는 10대 후반에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갔습니다. 현지에서 대학교와 로스쿨을 나온 뒤 변호사 자격증도 땄죠. 제가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2004년 말, 워싱턴 파워그룹을 해부하는 ‘신동아’ 원고를 부탁하면서였습니다.
“너무 젊지 않느냐.” 그의 프로필을 보고 한 선배가 했던 말입니다. 당시 서른넷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죠. 그러나 미국에 있던 그가 보내준 장문의 분석은 혀를 내두를 만큼 빼어났습니다. 그가 제 머릿속에서 ‘386 중심의 담론구조를 뛰어넘을 다음 세대’라는 이미지로 남은 이유입니다. 이번 선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느낌이 남달랐던 것 또한 그 때문입니다.
제 짧은 눈에 비친 그는 미국 민주당 성향의 자유주의자(Liberal)에 가깝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결정권을 존중하면서도 약자와 공동체에 대한 배려를 믿는, 종래 한국 사회의 좌우 개념으로는 쉽게 포착되지 않는 지점에 서 있죠. 기억해야 할 건 이 미묘한 지점이 미드와 뉴요커 스타일에 열광하는 젊은 층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존의 여의도 정치와는 다른, 세련되면서도 냉소적이지 않은 정치에 대한 갈증이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박원순 시장이 과연 새로운 서울을 만들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오히려 제게는 김윤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앵글로색슨 스탠더드’ 수준의 정치를 요구하는 386 이후 세대가 그 복판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이 훨씬 의미심장해 보입니다. 이를 꿰뚫어보지 못하는 ‘문화 지체’ 정치인은 이제 살아남기 어렵겠다는 예감과 함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