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5

..

사람의 향기, 편백나무에 실려왔다

숲/이/말/을/걸/다/

  • 고규홍 www.solsup.com

    입력2010-02-24 13:5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람의 향기, 편백나무에 실려왔다
    산그늘 깊은 곳, 찬바람 사이로 스며드는 봄볕이 따사롭다. 나무 심은 한 사람의 뜻을 따라 숲길을 걸어 오른다. 편백나무 이파리의 푸름을 따라 걸음걸이가 가벼워진다. 편백 향 맵싸하게 코끝에 머무를 즈음, 아침 안개 걷히고 바람 더 포근해진다.

    빽빽이 자란 편백과 삼나무는 50년 전 이 산을 오르던 한 사내가 하나 둘 심은 나무다. 청년 임종국. 맨손으로 이 아름다운 숲을 일궈낸 그는 숲을 남기고 이승을 떠났다. ‘조림왕’이라는 이름만 남았다.

    세월 따라 사람은 떠났지만, 나무는 남아 큰 숲이 됐다. 나무들은 살 자리가 모자랄 만큼 융융하게 몸피를 키웠다. 숲을 지키는 사람들이 조심스레 솎아베기를 했고, 숲은 싱그러운 잎과 아름다운 향으로 사람을 부른다.

    그 숲의 향에 사람의 향기가 담겼다. 영원한 청년 임종국의 직수굿한 손길도 느껴진다. 편백 향을 통해 건네오는 사람의 향기는 천년만년 이 숲에 살아남을 것이다. 사람이 매양 나무보다 아름다운 건 아니지만 이곳, 장성 축령산 편백 숲에서만큼은 사람의 향기가 필경 숲의 향기보다 아름답다.

    ★ 숲과 길 ★



    이름 장성 축령산 편백 숲

    위치 전남 장성군 서삼면 모암리, 북일면 문암리 일대

    면적 총 779ha(국유림 240ha, 사유림 539ha)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