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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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진 빚, 사회에 환원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입력2010-02-24 1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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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에 진 빚, 사회에 환원
    레게 머리와 슈트 차림이 묘하게 어울린다. 셔츠 깃 사이로 나비 무늬 문신이 내비친다. 귓불에는 ‘대한민국 남자 귀고리 1호’답게 귀고리가 빛난다. 사진 찍는 품새와 열정은 20대 못지않은 쉰여섯 살의 남자, 김중만 사진작가다.

    “사진이 아닌 다른 이유로 상을 받기는 처음이에요. ‘사회공헌’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더 쑥스럽네요. 역대 수상자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상금(5000만원)을 모두 기부하는 좋은 취지라 감사히 받기로 했습니다.”

    2월8일 ‘마크 오브 리스펙트’ 시상식이 열린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 상을 받아든 그는 민망하고 수줍은 기색이었다. 수상소감을 묻자 탁자 모서리를 매만지며 세 마디에 한 번꼴로 바닥에 시선을 던졌다. ‘마크 오브 리스펙트’는 위스키 브랜드 ‘로얄 살루트’가 수여하는 상으로, 매년 사회공헌도가 높은 문화예술인을 선정한다. 올해로 다섯 번째. 박찬욱 영화감독, 이어령 교수, 황석영 작가, 정명훈 지휘자가 차례로 수상했다.

    대중에게 알려진 그의 이력은 ‘나눔’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2000년 즈음부터 명사들을 주로 찍으며 상업 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그런 그가 사진 작업과 삶의 방향키를 튼 것은 2006년. 문득 “돈벌이가 되는 사진은 더 이상 찍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끌리는’ 작업에만 몰두했다.

    “대한민국 최고 스타들과 작업할 때도 즐거웠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과 순수하게 사진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고, 서른이 넘으면서 그런 고민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진을 찍자’는 다짐으로 이어졌죠.”



    그가 처음 달려간 곳은 아프리카였다. 10대 끝자락을 보낸 곳이자 아버지가 잠든 땅. 김씨는 17세 때 정부 파견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로 갔다. 부모님이 머물던 집과 아버지의 묘를 오가며 그는 새삼 그들의 삶을 가슴으로 느꼈다.

    “아버지는 저보다 훨씬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분이었어요. 오지에서 평생을 보냈고, 유산으로 달랑 2000달러를 남겼죠. 아프리카에서 평생 고독하게 산 아버지, 그 곁을 지킨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어릴 때는 그곳이 심심하고 따분했는데, 나이가 드니 부모님의 생이 다시 보이더군요.”

    아버지의 유언도 “아프리카를 위해 사진가로서 뭔가를 해라”였다. 그 뜻에 따라 그는 아프리카의 야생과 암사자, 그리고 굶주린 아이들을 렌즈에 담았다. 사진에서 ‘나눔’을 발견한 것은 한 소녀와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에이즈에 걸린 소녀의 고통 앞에서 도움이 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아프리카를 돕고 싶다는 의지로 이어진 것.

    이후 김씨는 아디다스와 ‘아프리카 희망의 골대 짓기’를 진행하는 한편, 플랜코리아의 홍보대사로 매년 한두 달에 걸쳐 아프리카를 방문했다. 지난해부터는 고(故) 김점선 화백의 뜻을 이어 후진국에 ‘미술학교 짓기’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골대를 세우고 아이들의 사진을 찍고 그 수익원으로 기부를 하면서 “비주얼은 별로라도 찍고 싶은 사진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에게 사진은 운명이다. 갑작스러운 아프리카행과 프랑스에서 보낸 대학시절, 일본과 미국으로 떠돈 시간. 힘든 고비마다 그를 지켜준 것도, 희망을 품게 한 것도 사진이었다. 김씨가 아버지에게 아프리카 사랑을 이어받았듯, 그의 사진 사랑도 대물림되고 있다. 프랑스에서 낳은 큰아들과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작은아들 모두 ‘사진 꿈나무’다. 그는 사진을 “숙명이이라 여기고 그래서 지키고 싶지만, 또한 돌려주고 싶은 것”이라고 말한다.

    “추방, 이별, 아픔 등 질곡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절망에서 저를 끌어낸 것은 사진이었죠. 지금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의 이미지’ 작업을 하는데, 50만장 정도 찍었어요. 이 사진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소유할 수 있도록 사진 나눔을 실천할 계획이에요. 모두 다 마음이 끌리는 사진 한 장쯤 갖고 있다는 것, 멋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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