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가족을 찾고 있는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
인정사망이란 사체나 유전자검사 등을 통해 과학적으로 사망을 확인할 순 없지만 정황상 사망이 확실한 실종자를 사망자로 인정해 확정사망자와 동일하게 보상하는 제도. 정부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에 이어 이번 대구 지하철 참사에도 인정사망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원회)를 구성, 3월21일 1차 인정사망자 64명을 확정했다.
하지만 심사위원회는 무슨 영문인지 이를 언론은 물론 사고수습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대구시, 심지어 실종자 가족들에게조차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사위원회 지원팀의 한 관계자는 “이들 64명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와 경찰의 검안감식 결과 확정사망자 명단에서 빠진 실종자들로, 휴대폰 발신지 확인(32명)과 지하철역 CCTV 정밀검사(32명)에 의해 인정사망이 확정된 사람들이며 증언에 의해 사망이 인정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휴대폰 발신지 확인과 CCTV 검사의 정확성을 두고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 벌써부터 말들이 무성하다. 또 확실한 증언이나 정황증거는 모두 무시되고 왜 이 두 가지만을 증거로 채택했는지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심사위원회측은 “유족대책위원회가 인정사망자를 발표하면 유족대책위원회의 세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 국과수의 DNA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인정사망자 발표를 미뤄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를 구했다.
반면 실종자가족대책위원회(이하 실종자대책위) 윤석기 위원장은 “끝까지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해 국과수의 DNA검사 결과를 공개하지 말고 가족에게 개별통지해 달라고 요청했을 뿐 인정사망자의 개별통보를 막거나 공개하지 말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고 심사위원회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처럼 실종자 가족들의 불만이 팽배하자 심사위원회측은 3월28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인정사망자 가족들에 한해 인정 여부만을 알려주기로 했다. 김중곤 위원장(변호사)은 “실종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어 14명의 위원 각자에게 인정사망자의 신원이 담긴 문건을 28일 밤 모두 배포했으나 일반 공개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실종자 가족임이 확인되는 사람이 위원에게 문의한 경우에 한해 해당 실종자에 대한 인정 여부만 답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종자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실종자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이런 사실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심사위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인정 여부를 확인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흥분했다.
2차 인정사망자의 심사를 앞두고 심사위원회가 인정사망자의 공개를 꺼리는 이유에 대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