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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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 환자들 “속 쓰리지 않는 소염진통제 처방해달라”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2-10-04 14: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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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절염 환자들 “속 쓰리지 않는 소염진통제 처방해달라”

    평생 소염진통제를 먹어야 하는 관절염 환자들이 위장에 부작용이 없는 ‘콕스-2 저해제’의 보험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올 4월 김대중 대통령이 약 일주일간 군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원인은 피로누적과 소화기능장애에 따른 탈진.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의 왼쪽 허벅지 근육에 염증(좌측대퇴부염좌)이 생겼다. 염증 치료를 위해 먹은 소염진통제가 위장 장애를 일으켜 영양수급에 문제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청와대측의 이런 발표에 모두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문을 표시했다. 의문은 원래 대부분의 기존 소염진통제가 60대 이상 노인에겐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지만, 최근에는 소화장애가 전혀 없는 고가의 소염진통제가 나와 있는데 청와대 의무진들이 대통령에게 왜 ‘그 약’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것. 대통령이 고령인데다 주치의와 의무실장이 모두 내과 전문의인 상황에서 의료계의 의구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당시 의료계에서는 청와대 의무실이 고가의 비보험약품을 대통령에게 처방하는 것이 자칫 ‘반(反)서민적’으로 비칠 수 있어 해당 약의 처방을 피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청와대측이 당시 기자에게 밝힌 공식 답변은 “잘 모르겠다. 알아보겠다”는 것이었다.

    국내 다국적제약사인 P사와 M사에 의해 2000년 중반 출시된 소염진통제의 통칭은 ‘콕스-2 저해제’. 위장관장애라는 소염진통제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한 ‘꿈의 약품’으로 평가받는 이 약품들은 불행하게도 출시 1년 만에 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거덜난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한다는 명목으로 정부가 고가의 약들을 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켜버린 것.

    이와 관련 국내 최대의 관절염 환자 모임인 ‘펭귄회(회장 김미숙)’가 최근 이 약품의 보험 재적용을 강력히 요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질환의 성격상 평생 소염진통제를 먹어야 하고, 이 때문에 심각한 위장관 부작용을 겪어본 중증관절염 환자들로서는 이들 약품의 보험 적용에 더욱 목이 탈 수밖에 없는 입장. 국내 정형외과, 류머티스 내과 전문의 111명도 6월 모 제약사가 실시한 설문을 통해 이 약품의 보험 적용을 정부에 강력히 추천했다.



    의료계에 나돌던 소문대로 청와대 의무실이 대통령에게 이 약품을 처방하지 못한 이유도 위장관 부작용에 시달리는 이들 환자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면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약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의사가 환자에게 좀더 좋은 약을 처방하는 데 주저해야 하는 우리 의료 현실이 서글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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