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소염진통제를 먹어야 하는 관절염 환자들이 위장에 부작용이 없는 ‘콕스-2 저해제’의 보험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청와대측의 이런 발표에 모두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문을 표시했다. 의문은 원래 대부분의 기존 소염진통제가 60대 이상 노인에겐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지만, 최근에는 소화장애가 전혀 없는 고가의 소염진통제가 나와 있는데 청와대 의무진들이 대통령에게 왜 ‘그 약’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것. 대통령이 고령인데다 주치의와 의무실장이 모두 내과 전문의인 상황에서 의료계의 의구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당시 의료계에서는 청와대 의무실이 고가의 비보험약품을 대통령에게 처방하는 것이 자칫 ‘반(反)서민적’으로 비칠 수 있어 해당 약의 처방을 피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청와대측이 당시 기자에게 밝힌 공식 답변은 “잘 모르겠다. 알아보겠다”는 것이었다.
국내 다국적제약사인 P사와 M사에 의해 2000년 중반 출시된 소염진통제의 통칭은 ‘콕스-2 저해제’. 위장관장애라는 소염진통제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한 ‘꿈의 약품’으로 평가받는 이 약품들은 불행하게도 출시 1년 만에 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거덜난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한다는 명목으로 정부가 고가의 약들을 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켜버린 것.
이와 관련 국내 최대의 관절염 환자 모임인 ‘펭귄회(회장 김미숙)’가 최근 이 약품의 보험 재적용을 강력히 요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질환의 성격상 평생 소염진통제를 먹어야 하고, 이 때문에 심각한 위장관 부작용을 겪어본 중증관절염 환자들로서는 이들 약품의 보험 적용에 더욱 목이 탈 수밖에 없는 입장. 국내 정형외과, 류머티스 내과 전문의 111명도 6월 모 제약사가 실시한 설문을 통해 이 약품의 보험 적용을 정부에 강력히 추천했다.
의료계에 나돌던 소문대로 청와대 의무실이 대통령에게 이 약품을 처방하지 못한 이유도 위장관 부작용에 시달리는 이들 환자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면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약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의사가 환자에게 좀더 좋은 약을 처방하는 데 주저해야 하는 우리 의료 현실이 서글프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