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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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외 개방 담판짓는 외교가 ‘여걸’

  • 입력2005-05-16 15: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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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대외 개방 담판짓는 외교가 ‘여걸’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63) 국무장관은 최초의 미국 여성 국무장관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녀가 97년 1월 취임 이후 3년 10개월간 100개국, 13만9000km를 누볐다는 사실이다. 역대 국무장관 가운데서 최장거리 비행기록이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미 워싱턴의 중동평화 회담장에 이어 프랑스 파리, 이집트를 거쳐 10월23일 평양에 모습을 드러냈다. 10월10일 워싱턴을 방문한 북한군 조명록 차수를 만난 지 불과 13일 만의 일이다. 그녀의 직선적인 성격만큼이나 ‘전격적’이다.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때도 그랬다. 평양에서 돌아온 김대중 대통령은 당시 황원탁 외교안보수석을 워싱턴에 보내 ‘주한미군이 주둔해도 좋다’는 발언을 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진의와 북-미 대화 메시지를 전하도록 했으나 그녀는 황원탁 수석을 만나자 곧바로 한국으로 날아와 김대통령을 면담했다. 김정일 위원장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눈 김대중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이 대북 관계 개선을 망설인 데는 두 가지 의문에서 말미암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우선 대외 개방의지를 가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연 북한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실권자인지 아니면 군부 집단체제에 의해 이끌려가고 있는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유력 매체인 ‘뉴욕타임스’는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조명록 조선인민군 차수가 빌 클린턴을 접견한 바로 다음날 기사에서 놀랍게도 “북한과의 협상 중 한 가지 분명치 않은 사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말로 회담의 책임자인가 아니면 군부에 의해 이끌리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라고 회의적 반응을 내비쳤다.

    이 첫번째 의문에서 자연스레 파생한 두번째 의문은, 미국의 시각으로 볼 때 세계에서 유례없는 ‘병영국가’인 북한의 군부는 과연 개방 의지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곧 대표적 무력집단이자 미국을 ‘철천지 원쑤’로 규정해온 북한 군부가 이른바 북-미간 3대 현안인 핵·미사일·테러지원국 지정해제 문제에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평화 의지를 보여달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었다.

    김정일 위원장 만나 속내 확인 … 3년간 100개국 누벼



    이번 회담에서 올브라이트는 두 가지 의문 중에서 적어도 전자와 후자의 일부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우리를 너무 모른다”면서 “우리 장군님은 조선인민군 총사령관이자 국방위원장이고 조선노동당 총비서인데 군부에 이끌리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올브라이트는 이번 방북에서 ‘총대 위에 평화 있다’라는 김정일 위원장의 ‘선군영도’의 통치체제를 실감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고위 관계자는 3대 현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으나 예상대로 잘 될 것”이라면서 북-미관계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이번 방북으로 올브라이트 장관은 평양을 방문한 최초의 미 국무장관이라는 기록말고도, 남북정상회담의 메시지를 전달받고 당사자인 ‘두 김씨’를 만난 최초의 미 국무장관이라는 또 다른 기록을 세웠다. 그녀는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황원탁 특사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을, 그리고 이번 10월 북-미 고위급회담을 통해서는 조명록 특사에 이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

    매우 직선적인 성격인 그녀는 외교관 시절 대표적인 강경론자였다. 그 때문에 취임 직후에는 ‘쉽게 화를 내며 대중 인기만 노리는 그저 그런 외교관’이란 혹평도 받아왔다. 하지만 그후 맹활약을 통해 99년 5월 미 ABC방송이 선정한 ‘20세기의 여성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얼마 전에는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이 올 초에 체코 태생인 그녀에게 체코에서 대선에 출마하라고 권했을 정도로 인기도 얻고 있다. 그녀는 명문 여대인 웨슬리대 정치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했으며, 컬럼비아대 행정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외교관 생활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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