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브이네트(cvnet)의 영업실 김용희 과장(여·33)은 ‘사이버 빌리지’ 주민 게시판을 열어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사이버 빌리지’는 삼성물산 주택부문에서 별도법인으로 독립한 씨브이네트가 서울 전농동, 신공덕동 등 시내 7곳의 삼성 정보화 시범아파트 단지 주민들을 위해 만든 온라인 정보 서비스 및 관리 서비스의 총칭.
‘사이버 빌리지’에 들어가 보면 일곱 군데 아파트 단지에서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주민들은 어떤 애로 사항을 느끼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아파트 관리의 혁명이라 할 만하다. 김과장은 ‘사이버 빌리지’에 올라온 주민들의 요구 사항을 본사 차원에서 해결해주는 소비자 지원센터 센터장이다.
‘사이버 빌리지’는 아파트의 온라인화를 통한 생활 혁명에 그 기본 개념이 있다. 개개의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그 안에서 사이버 공동체를 형성하고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의사 소통을 하며, 궁극적으로는 온라인을 통해 쇼핑이나 인터넷 뱅킹 등의 일상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의료, 교육, 지역, 민원, 게임, 여성생활, 법률상담, 부동산 등의 정보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된다. 씨브이네트의 강병찬 사장은 “사용자 중심의 다양한 정보 단말기(홈패드 및 웹스크린폰 등)도 개발해 이를 삼성아파트 주민들에게는 무료로 나눠줄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한다(상자기사 참조).
그러나 ‘사이버 빌리지’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역시 정보화 격차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는 것. 아파트 단지 전체를 근거리통신망(LAN)으로 통합해 무료 인터넷 서비스(2년간)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컴퓨터만 있으면 별도의 초고속통신망을 깔아야 하는 부담과 번거로움이 없다. 삼성의 사이버 빌리지가 사실상 정보화 소외 지역이라 할 수 있는 대도시 재개발, 재건축 지역 중심으로 건설되고 있는 것도 지역과 경제력에 의한 정보 격차를 줄이겠다는 회사 차원의 방침에 따른 것.
재개발, 재건축 지역 중심 7곳에 보급
물론 삼성아파트의 브랜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고양시키고, 그것이 나아가서는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전략적 차원의 고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주민을 무료로 5일 동안 숙명여대에서 컴퓨터 위탁교육을 시키고 이들을 버스로 실어 나르는 서비스까지 실시하고 있는 사실에 이르면 삼성의 아파트 사업 부문 차별화 전략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난다.
그렇다고 해도 아파트 주민 입장에서 보자면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기쁨이 크지 않을 리 없다. 서울 전농동 ‘사이버 빌리지’ 게시판에 올라온 주민들의 반응을 보자. “아직 컴 초보인 우리 아파트 주부님들은 컴 교육에 있어 큰 축복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처음에 컴퓨터를 배우려는 욕구 때문에 버스비와 길에 뿌렸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한 젊은 아이 엄마는 세살짜리가 수시로 큰소리로 말하는 것을 달래가며 밖으로 들락날락하면서 끝까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일 또 와도 되죠?’라는 욕구를 표현해 저의 지난날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수업해 국내에서 가장 앞서가는 사이버 빌리지의 주민이 되길 기대합니다” 등등 그 열기가 대단하다.
특히 전농동 삼성아파트 주민들은 가장 모범적인 사이버 공동체를 형성해가며 다른 아파트 주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의 류시상 회장(60)은 “재개발 아파트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원주민과 일반 분양자 사이의 화합인데, 우리는 이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게시판을 통한 단합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현재 동대문구 지역에서만 40여개 곳에서 재개발과 재건축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리 아파트를 하나의 모델로 삼고 있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인근 지역의 재개발 아파트조합은 원주민들의 거센 요구로 시공 회사를 삼성으로 바꾸기까지 했다는 것.
김병환 관리소장(43)도 “다른 아파트에서는 무슨 일 하나 하려면 매일 게시물을 붙이거나 연일 방송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잡초 제거나 쓰레기 분리수거 등도 게시판에 올리기만 하면 모두들 나와서 자발적으로 협조한다. 게시판에는 여기저기서 단합대회한다고 놀러오라는 소식이 올라온다. 입주를 시작한 지 이제 5개월도 안 됐는데 ‘사이버 빌리지’ 덕분에 서로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고 말한다. 신규 아파트의 경우 주차나 쓰레기 문제 등이 질서를 잡기까지는 일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김소장의 부가 설명.
“딸이 컴퓨터학과를 다녀도 컴맹 상태로 있었는데 공짜로 교육해준다니 욕심이 생겨 컴퓨터를 배웠다. 요즘은 이메일도 하고 너무 기분이 좋다. 이 아파트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원순희 부녀회 총무) “이 아파트에 오고 나서야 비로소 21세기가 정보화시대라는 것을 실감했다”(이연순 부녀회장) 등등 부녀회의 자랑과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러나 모든 사이버 아파트단지가 전농동처럼 주민과 관리사무소가 합심한 모범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강북의 다른 삼성아파트 단지의 경우 아파트 관리소가 주민들의 의견과 상관없는 무리한 관리행정을 하자, 주민들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입주자대표회의를 결성하고 관리사무소를 질타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씨브이네트의 김용희 과장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커뮤니티가 자리잡지 못하면 엄청난 돈을 들여 인프라를 설치한 의미가 없어진다”면서 “우리는 인프라 설치 이외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한다.
‘사이버 빌리지’에 접속하는 사람들의 ID는 모두 ***@cvnet.co.kr가 된다. @ 뒤에 ‘cvnet.co.kr’가 붙은 ID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회사 직원 아니면 삼성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된다. 따라서 이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도 명함의 이메일 주소를 보면 금방 삼성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치 동향 사람을 만난 것과 같은 친근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 문흥식 영업실 팀장의 설명이다. ‘cvnet.co.kr’가 하나의 신분 계층을 의미하는 상징이 되고, 강한 결속력을 발휘할 것이란 얘기다. ‘디지털 디바이드’를 해소하기 위한 사이버 아파트의 등장이 또 다른 ‘디바이드’를 낳는 것은 정보화 사회의 숙명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이버 빌리지’에 들어가 보면 일곱 군데 아파트 단지에서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주민들은 어떤 애로 사항을 느끼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아파트 관리의 혁명이라 할 만하다. 김과장은 ‘사이버 빌리지’에 올라온 주민들의 요구 사항을 본사 차원에서 해결해주는 소비자 지원센터 센터장이다.
‘사이버 빌리지’는 아파트의 온라인화를 통한 생활 혁명에 그 기본 개념이 있다. 개개의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그 안에서 사이버 공동체를 형성하고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의사 소통을 하며, 궁극적으로는 온라인을 통해 쇼핑이나 인터넷 뱅킹 등의 일상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의료, 교육, 지역, 민원, 게임, 여성생활, 법률상담, 부동산 등의 정보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된다. 씨브이네트의 강병찬 사장은 “사용자 중심의 다양한 정보 단말기(홈패드 및 웹스크린폰 등)도 개발해 이를 삼성아파트 주민들에게는 무료로 나눠줄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한다(상자기사 참조).
그러나 ‘사이버 빌리지’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역시 정보화 격차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는 것. 아파트 단지 전체를 근거리통신망(LAN)으로 통합해 무료 인터넷 서비스(2년간)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컴퓨터만 있으면 별도의 초고속통신망을 깔아야 하는 부담과 번거로움이 없다. 삼성의 사이버 빌리지가 사실상 정보화 소외 지역이라 할 수 있는 대도시 재개발, 재건축 지역 중심으로 건설되고 있는 것도 지역과 경제력에 의한 정보 격차를 줄이겠다는 회사 차원의 방침에 따른 것.
재개발, 재건축 지역 중심 7곳에 보급
물론 삼성아파트의 브랜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고양시키고, 그것이 나아가서는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전략적 차원의 고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주민을 무료로 5일 동안 숙명여대에서 컴퓨터 위탁교육을 시키고 이들을 버스로 실어 나르는 서비스까지 실시하고 있는 사실에 이르면 삼성의 아파트 사업 부문 차별화 전략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난다.
그렇다고 해도 아파트 주민 입장에서 보자면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기쁨이 크지 않을 리 없다. 서울 전농동 ‘사이버 빌리지’ 게시판에 올라온 주민들의 반응을 보자. “아직 컴 초보인 우리 아파트 주부님들은 컴 교육에 있어 큰 축복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처음에 컴퓨터를 배우려는 욕구 때문에 버스비와 길에 뿌렸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한 젊은 아이 엄마는 세살짜리가 수시로 큰소리로 말하는 것을 달래가며 밖으로 들락날락하면서 끝까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일 또 와도 되죠?’라는 욕구를 표현해 저의 지난날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수업해 국내에서 가장 앞서가는 사이버 빌리지의 주민이 되길 기대합니다” 등등 그 열기가 대단하다.
특히 전농동 삼성아파트 주민들은 가장 모범적인 사이버 공동체를 형성해가며 다른 아파트 주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의 류시상 회장(60)은 “재개발 아파트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원주민과 일반 분양자 사이의 화합인데, 우리는 이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게시판을 통한 단합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현재 동대문구 지역에서만 40여개 곳에서 재개발과 재건축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리 아파트를 하나의 모델로 삼고 있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인근 지역의 재개발 아파트조합은 원주민들의 거센 요구로 시공 회사를 삼성으로 바꾸기까지 했다는 것.
김병환 관리소장(43)도 “다른 아파트에서는 무슨 일 하나 하려면 매일 게시물을 붙이거나 연일 방송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잡초 제거나 쓰레기 분리수거 등도 게시판에 올리기만 하면 모두들 나와서 자발적으로 협조한다. 게시판에는 여기저기서 단합대회한다고 놀러오라는 소식이 올라온다. 입주를 시작한 지 이제 5개월도 안 됐는데 ‘사이버 빌리지’ 덕분에 서로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고 말한다. 신규 아파트의 경우 주차나 쓰레기 문제 등이 질서를 잡기까지는 일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김소장의 부가 설명.
“딸이 컴퓨터학과를 다녀도 컴맹 상태로 있었는데 공짜로 교육해준다니 욕심이 생겨 컴퓨터를 배웠다. 요즘은 이메일도 하고 너무 기분이 좋다. 이 아파트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원순희 부녀회 총무) “이 아파트에 오고 나서야 비로소 21세기가 정보화시대라는 것을 실감했다”(이연순 부녀회장) 등등 부녀회의 자랑과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러나 모든 사이버 아파트단지가 전농동처럼 주민과 관리사무소가 합심한 모범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강북의 다른 삼성아파트 단지의 경우 아파트 관리소가 주민들의 의견과 상관없는 무리한 관리행정을 하자, 주민들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입주자대표회의를 결성하고 관리사무소를 질타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씨브이네트의 김용희 과장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커뮤니티가 자리잡지 못하면 엄청난 돈을 들여 인프라를 설치한 의미가 없어진다”면서 “우리는 인프라 설치 이외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한다.
‘사이버 빌리지’에 접속하는 사람들의 ID는 모두 ***@cvnet.co.kr가 된다. @ 뒤에 ‘cvnet.co.kr’가 붙은 ID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회사 직원 아니면 삼성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된다. 따라서 이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도 명함의 이메일 주소를 보면 금방 삼성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치 동향 사람을 만난 것과 같은 친근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 문흥식 영업실 팀장의 설명이다. ‘cvnet.co.kr’가 하나의 신분 계층을 의미하는 상징이 되고, 강한 결속력을 발휘할 것이란 얘기다. ‘디지털 디바이드’를 해소하기 위한 사이버 아파트의 등장이 또 다른 ‘디바이드’를 낳는 것은 정보화 사회의 숙명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