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구(밍글스)와 임정식(정식당)은 ‘아시아베스트 50 레스토랑’에 선정될 정도로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셰프다. 앤드다이닝의 장진모 셰프는 실험적인 요리로 명성이 높고, 이십사절기의 유현수는 정통에 가까운 한식으로 유명하며, 이제는 스타 반열에 오른 최현석 셰프의 실력도 최정상급으로 인정받는다.
셰프 5명은 한국 식당 최초로 미슐랭과 더불어 가장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 지표인 ‘월드베스트 50 레스토랑’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들의 시도가 성공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한식을 기반으로 한 파인다이닝이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행사였다.
파인다이닝의 처음을 장식한 아뮈즈부슈는 입맛을 돋우는 기능을 하는데, 임 셰프는 김을 콘처럼 말아 부각을 만들고 그 안에 육회를 넣어 감칠맛의 풍미를 배가했다. 부각의 아삭거림과 육회의 부드러움도 텍스처의 교감을 이뤄냈다. 강 셰프는 아뮈즈부슈로 오미자과편을 선보였는데 맛이 안정적이었다.
다음 메뉴는 애피타이저. 장 셰프의 성게두부는 성게로 연두부 같은 질감의 푸딩을 만들고 된장, 새우, 비스크 소스로 맛을 냈다. 아이디어와 구성은 좋았지만 성게의 비린 맛을 잡지 못한 게 아쉬웠다. 차라리 성게를 살짝 쪄 비린내를 날렸으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파인다이닝은 원래 와인 등 술과 함께 먹는 코스 문화다. 술을 곁들인다면 성게두부는 나쁘지 않은 조합이었다.
최 셰프는 푸아그라와 리코타 치즈에 김을 묻혀 튀겨낸 뒤 질소로 부드러운 간장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곁들였다. 따스함과 시원함이 입안에서 교차하는 독특함이 좋았다. 강 셰프의 산나물과 버섯을 넣은 울릉만두도 애피타이저로 나왔다.
셰프 5명이 각자 요리를 선보인 탓에 일관성이나 통일성은 부족해 보였다. 사실 술도 없고 코스도 완성되지 않은 형태라 전체적인 흐름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사실은 이들의 실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고 한식의 본질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박종숙 같은 요리 명인과의 공동연구로 한식 파인다이닝이 ‘월드베스트 50 레스토랑’에 선정되기를 기원한다. 왠지 그렇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