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다이소 신촌본점. 건기식 매대를 둘러보던 김모 씨(67·여)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해당 다이소 지점에 입고됐던 건기식 28종 중 6종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이 모두 품절됐기 때문이다. “대웅제약 다이소 국민 건강 프로젝트” “종근당건강 온가족 맞춤 건강식품 브랜드”라는 광고판이 붙어 있는 건기식 매대에는 품절로 텅 빈 상자 22개와 함께 종근당건강의 ‘락토핏 골드’, 대웅제약의 어린이용 ‘닥터베어 멀티비타민미네랄츄어블’, 일양약품의 ‘올데이 팝핑 비타민C’ 등 일부 상품만 남아 있었다.
![3월 5일 서울 마포구의 한 다이소 건강기능식품 매대가 상품 품절로 거의 비어 있다. [임경진 기자]](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ca/51/aa/67ca51aa01a8d2738250.jpg)
3월 5일 서울 마포구의 한 다이소 건강기능식품 매대가 상품 품절로 거의 비어 있다. [임경진 기자]
1개월분 다이소 비타민B 3000원
다이소는 지난달 24일부터 전국 매장 200곳에서 건기식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종근당건강은 락토핏 골드와 루테인지아잔틴, 대웅제약은 루테인·철분·오메가3·칼슘·가르시니아 등 26종, 일양약품은 비타민D·비타민C·프로바이오틱스 등 9종의 건기식을 다이소 상품으로 내놨다. 가격은 저가정책을 유지하는 다이소 특성에 맞게 3000~5000원에 형성됐다.
다이소는 건기식 성분과 함량을 조절하거나 기존 제품을 소포장해 상품 가격을 낮췄다. 종근당건강의 ‘락토핏 골드’는 다이소에서 17포에 5000원이다. 다이소 인근 약국에서는 같은 제품 50포를 1만2900원에 판매했다. 포당 가격은 다이소가 294원, 약국이 258원으로 약국이 오히려 더 저렴했다. 대웅제약이 다이소 판매용으로 새롭게 만든 3000원짜리 ‘닥터베어 비타민B 30정’도 기존 3만 원대에 판매되던 대웅제약의 인기 상품 ‘임팩타민 프리미엄 120정’과 비교해 비타민B군의 종류와 함량이 줄었다. ‘닥터베어 비타민B’에는 정당 비타민B1 1.2㎎, 비타민B2 1.4㎎, 비타민B6 1.5㎎, 비타민B12 2.4㎍이 들어 있고, ‘임팩타민 프리미엄’에는 정당 비타민B1 50㎎, 비타민B2 50㎎, 비타민B3 50㎎, 비타민B5 50㎎, 비타민B6 50㎎, 비타민B12 50㎍이 함유돼 있다(표 참조).

약사 “다이소와 약국 건기식은 달라”
약사들은 다이소에 건기식을 납품하는 제약사를 상대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약국 판매 건기식과 다이소 판매 건기식의 성분·함량 등이 다른데도 제약사들이 마치 다이소에서 약국과 비슷한 제품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처럼 거짓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약사들의 반발에 일양약품은 다이소에 이미 공급한 물량만 판매하고 철수하기로 했다.
다이소 신촌본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 약사는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칼슘 상품을 보면 하루에 4정씩 먹게 돼 있는데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공급하려다 보니 성분 흡수율이 떨어져 하루에 여러 알을 섭취해야 하는 것”이라며 “다이소와 약국의 건기식은 엄연히 다른데도 마치 같은 제품인 것처럼 홍보하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B 약사는 “옆에 다른 약국이 들어오면 경쟁자가 늘어나 신경 쓰이는 것처럼 다이소라는 경쟁자가 생겨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다이소 건기식 판매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니다”라며 “제약사의 거짓 마케팅이 약사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대한약사회는 “약국 건기식은 약사의 전문 상담과 소비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판매되고 있는 만큼 생활용품점 건기식과 단순히 가격을 비교할 수 없다”며 “소비자의 올바른 건기식 선택을 저해하는 일부 제약사의 마케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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