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1

2016.11.02

커버스토리 | 대통령의 그림자 권력

청와대 문건 유출 | ‘대통령 게이트’로 번지나

대통령이 직접 나선 대국민사과가 오히려 불씨 댕겨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6-10-28 16:49:08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박근혜 대통령은 10월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순실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대선(대통령선거) 때와 취임 후 일정 기간 연설이나 홍보물 표현 등에서 도움받은 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 같은 대국민사과는 최순실 의혹을 잠재우기는커녕 게이트로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대통령의 사과는 여러 측면에서 법률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대통령의 기록물과 공문서가 사인(私人)에게 유출됐음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문건 외부 유출이 왜 심각한 문제인지,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의 설명으로 짚어봤다.


    ▼ 대통령 보고 문건이 최순실 씨에게 유출된 사건이 갖는 심각성이 무엇이라고 보나.

    “대통령이 비서실이 아닌 비공식 채널인 비선(秘線)을 통해 국정 관련 보좌를 받는다면 공적체계가 흔들리고 국정운영은 혼선과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최씨 한 사람에 의해 국정이 혼란에 빠진 현 상황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 하나 중대한 문제는 이런 자료 유출이 실무자의 자의적 판단이 아닌, 대통령 지시에 의한 것임을 기자회견을 통해 인정했다는 점이다. 그럼으로써 결국 최순실 게이트가 아닌, 대통령 게이트가 된 셈이다. 대국민사과를 왜 대통령비서실의 정호성 부속비서관이나 이원종 비서실장이 하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 비서실 차원의 수습 기회조차 차단했는지 의문이다. 왜, 무엇 때문에, 누구 때문에?”



    로그기록 확인하면 유출자 색출 가능

    ▼ 비서실장과 수석 등이 청와대 문건의 외부 유출을 몰랐을까.



    “청와대뿐 아니라 동주민센터라도 문건 유출은 최종 보고자나 작성자가 알 수 있다. 공식보고의 제안이 아닌, 다른 의사결정이 지속적, 반복적으로 이뤄지면 비선을 통한다는 사실을 보고자는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이원종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자신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비선의 존재를 확인하고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비선 존재를 알았음에도 보신을 위해 침묵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비서실장과 수석을 경질해야 하는 이유는 최순실 문서 유출과 국정 개입 측면에서 광의의 공범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과거 청와대 경험에 비춰볼 때 문건 유출 경로를 어떻게 추정하나.

    “만약 문서를 출력해 유출했을 경우 청와대 해당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출력한 로그기록이 남는다. 의심되는 직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검사하면 바로 확인된다. e메일로 유출했다면 정보담당관 서버에 기록으로 남는다. 이중삼중의 보안장치가 돼 있어 내부 인트라넷을 해제하고 외부 인트라넷에 연결할 경우 반드시 로그기록이 남아 유출자를 파악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못 찾는 것이 아니라, 안 찾는 것이다.”

    ▼ 박근혜 정부에서 문건 보고 시스템이 달라졌을 가능성은 없나.

    “청와대 등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웬만한 기업에서는 독자적인 인트라넷을 사용한다. 세부 용도와 운영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어도 해킹과 바이러스 차단 등 보안을 위해 기존 인트라넷이 아닌 독자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따라서 외부통신망을 기반으로 포털사이트와 e메일에 접속하는 것을 규제하고 점검하는 시스템의 구축은 필수고, 여기에 유출 흔적인 로그기록이 보관된다. 어려운 보안기술이 아닌,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최소한의 장치다. 박 대통령의 청와대도 예외일 수 없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