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계 제3후보 등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월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뉴스1]
향후 범야권 차기 대선 경선이 어떤 구도로 흘러갈지는 예측이 어렵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면 구도는 비교적 간단해진다. 당내 경선을 치르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반면 윤 전 총장이 입당하지 않는다면 경우가 나뉜다. 윤 전 총장이 무소속 후보로 활동하느냐, 신당을 창당해 정당 후보로 활동하느냐에 따라 국민의힘 측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자의 경우 당내 경선을 거친 후 단일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 합당도 고려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할 선수를 키워야 한다. 국민적 관심을 높이려면 어떤 인물이 적합할까. 윤 전 총장과 상반된 성향을 가졌으면서 본선 경쟁력도 뛰어난 후보여야 한다.
민주당은 극적 시나리오를 기획할 확률이 높다. 지지율이 낮은 친문계 제3후보가 이 지사를 따라잡기 시작하더니 결국 역전하는 그림이 최선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이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친문계 핵심 인사 중 김 지사만큼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김 지사는 댓글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최종심 판결이 관건이다.
국민의힘은 극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흥행에 뒤질 수밖에 없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지지율이 좀처럼 상승하지 않고 있다. 윤 전 총장과 지지율 격차도 하늘과 땅 차이다. 향후 지지율에 큰 변동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도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이다. 민주당 제3후보에 버금갈 만한 ‘윤석열의 페이스메이커’는 어떤 특성을 갖춰야 할까.
윤 前 총장에게 없는 세 가지
야구팬들이 ‘택진이형’이라고 부르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동아DB]
둘째, 안보 전문가다. 안보 역시 윤 전 총장이 취약한 분야다. 국민의힘은 그간 ‘안보는 보수’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외교와 국방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업무 영역이다. 대선후보는 일정 수준의 안보 관련 지식이 필요하다. 안보 전문가가 페이스메이커로 뛰어준다면 흥행은 물론, 윤 전 총장이 대선을 준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호남 출신 인물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을 충청권 출신으로 분류한다.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남 공주 출신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지지를 받아 ‘TK’ 자민련으로 불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충청권 출신으로 분류되는 점은 국민의힘 처지에서 이점으로 작용한다. 호남 후보자가 윤 전 총장 대항마로 뛰어준다면 금상첨화다. 국민의힘이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추는 동시에 차기 대선에서 필승을 일구려면 호남에서 일정 정도 득표해야 한다. ‘윤석열×호남 후보’는 만들어볼 만한 구도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저마다 대권주자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충청권 연고를 활용해 윤 전 총장을 영입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위원장은 윤 전 총장 영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차기 당대표에 출마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은 김대중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을 영입하려 애쓰고 있다. 장 전 의원은 호남 출신에 안보 전문가라는 점에서 앞선 두 가지 특성에 부합한다. 김 위원장은 ‘70년대생 경제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영입하고자 하는 1970년대생 경제 전문가가 호남 출신이라면 그 역시 두 가지 특성을 갖추는 셈이다. 앞선 세 특성을 많이 가진 인물일수록 윤 전 총장과의 시너지 효과도 커진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친문계 제3후보가 부상하고 범야권 경선 또는 단일화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의 대항마가 다크호스로 떠오른다면 차기 대선 열기도 한층 더 뜨거워질 것이다. 각 당 전략가들이 어떤 이변을 연출할지가 20대 대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