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남아공월드컵 당시 새벽 응원 모습(왼쪽). 새벽 3시가 넘었지만 불을 밝힌 아파트가 많다.
문제는 이번 월드컵이 우리나라와 12시간 시차가 나는 남미대륙 브라질에서 열린다는 점. 경기가 대부분 우리나라 시간으로 새벽 4시에서 7시 사이 열린다. 새벽 경기 시청은 수면 부족 등을 초래해 건강에 좋지 않다. 특히 샐러리맨의 경우 자칫 월드컵 응원이 업무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그래도 4년마다 찾아오는 지구촌 축제를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 내 몸을 지키며 태극전사의 승리를 기원하는 건강 응원법에 대해 알아보자.
물 충분히 마시고, 손가락 얼음찜질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새벽 시간이지만 열광적인 응원에는 고함과 손뼉이 빠질 수 없다. 특히 우리 대표팀의 경기가 있을 땐 아파트 전체가 울릴 만큼 시끄러울지도 모른다. 문제는 고함을 치고 나면 목소리가 갈라지면서 성대에 결절이나 폴립이 생길 수 있다는 점.
성대결절과 폴립은 성대에 굳은살의 일종인 결절과 물혹이 생기는 것으로, 성대의 마찰과 진동에 변화가 생기면서 쉰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특히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는 성대 윤활유가 부족해지기 쉬우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또 오랜 시간 고성을 지르면 성대 모세혈관이 터지고 급성후두염이 생길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최홍식 교수는 “성대질환 예방에는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최고”라며 “술과 담배도 성대를 건조하게 하므로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한 평소 손가락 마디에 관절염이 있는 사람은 가급적 박수 응원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손바닥을 세게 여러 번 부딪혀 소리를 크게 내다 보면 관절과 관절 주변의 인대 손상이 악화할 수 있다. 구리 굿모닝 통증의학과 양종윤 원장은 “만약 나도 모르게 심한 박수를 친 뒤 손가락이 아프다면 즉시 얼음찜질을 해 염증이 심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골~ 윽! 가슴이!!! 흥분 금물
불행하게도 월드컵 축제 기간이 되면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꼭 사망 사고가 한두 건씩 일어난다. 그 대부분이 TV로 경기를 시청하다 지나치게 흥분해 일어나는 심장마비 등 돌연사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최동훈 교수는 “늦은 밤을 보내고 이른 새벽에 방송되는 TV 중계를 보면서 응원하다 지나치게 흥분할 경우 심장마비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에 급성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장질환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또 가족 또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경기를 관람하는 경우가 많은데 건강한 사람도 지나친 흡연이나 음주로 급성심장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최 교수는 “경기에 과도하게 집중하지 말고, 옆 사람과 대화 등으로 정신을 분산하며, 갑자기 가슴에 통증이 오거나 어지럼증, 가슴 두근거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일단 누워서 안정을 취하고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빠른 시간 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빼미 응원? 잠 최소 6시간 채워라
새벽 시간대에는 일반인의 경우도 혈압변동성(혈압이 들쭉날쭉한 증상)이 가장 크기 때문에 뇌졸중의 위험이 배가될 수 있다. 또한 수면 부족과 극도의 긴장, 흥분은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해 혈관을 수축시킨다. 2009년 수면학회지에 따르면, 질이 낮은 수면이나 불면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및 교감신경 활성도를 크게 해 고혈압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인체는 잠에서 깨는 아침에 혈압이 급상승하게 프로그램돼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숨이비인후과 수면클리닉 박동선 원장은 “수면 부족은 자율신경계를 교란해 갑작스레 고혈압을 가져온다. 평소처럼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라면 새벽 경기가 있기 전까지 6시간 이상 자고 낮에 점심시간을 이용해 쪽잠이라도 자야 한다. 경기 시청에 따른 갑작스러운 긴장과 흥분을 피하려면 스트레칭이나 맨손체조 같은 가벼운 운동을 통해 혈관이 서서히 확장되도록 예열 작업을 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이처럼 잠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하루 종일 멍한 상태가 지속되고 이런 상태가 3주 이상 이어지면 만성 수면부족으로 각종 합병증이 올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졸음을 쫓으려면 커피 등 카페인이 든 음료를 마시기보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산책을 하는 등 가볍게 몸을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반전 45분이 끝난 후에는 선수뿐 아니라 응원하는 사람도 쉬는 게 좋다. 졸린 눈을 비벼가면서 TV 화면 또는 거리 전광판 화면을 보며 응원하면 눈이 가장 피곤해지기 때문에 눈을 위아래로, 양옆으로 굴리면서 스트레칭해주면 도움이 된다. 새벽에 TV로 경기를 보면서 전등을 너무 밝게 켜두면 생체리듬이 깨질 수 있으므로 조명은 좀 어둡게 하는 게 좋다.
TV 시청 전 근육 풀고, 바른 자세 유지
새벽 시간대 TV를 보면서 응원하면 몸의 근육들이 아직 충분히 풀린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목과 허리 근육의 손상으로 통증이 생길 개연성이 높다. 특히 우리 대표팀 경기 때 흥분해 갑작스럽게 몸을 움직이면 근육뿐 아니라 신경의 손상 위험도 커진다. 양종윤 원장은 “특히 옆으로 누워서 혹은 바닥에 앉아서 같은 자세로 90분 이상 시청하면 근육과 신경에 허혈(혈액 흐름 차단)이 와 근육과 신경 손상이 일어나기 쉽다.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TV 시청 전 가벼운 맨손체조를 해두는 것이 좋다. 경기 중간에도 20분마다 일어나 목과 허리, 하체를 스트레칭해 근육의 뭉침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맥주+치킨 no! 우유+샐러드 yes!
어느 때부터인가 맥주와 치킨의 조합은 월드컵 응원의 감초처럼 돼버렸다. 평소 맥주 한 잔(300cc 미만)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새벽녘에 먹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맥주에 든 알코올이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참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300cc 미만을 권하며 과음은 피해야 한다. 새벽녘에 먹는 치킨이나 스낵, 과자류 등 기름진 음식은 체내에 지방으로 저장되기 쉬운 데다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용범 교수는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벌이는 맥주파티가 자칫 통풍을 부를 수 있다. 맥주에 많이 함유된 푸린 성분이 통풍의 원인이 되는 요산을 급격히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통풍 환자의 경우 맥주는 절대 금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