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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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미스나인의 반가운 시즌 2

[미묘의 케이팝 내비] 데뷔 5년 만에 첫 정규앨범 ‘Unlock My World’ 발매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3-06-2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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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미스나인이 최근 첫 정규앨범 ‘Unlock My World’를 선보였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프로미스나인이 최근 첫 정규앨범 ‘Unlock My World’를 선보였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Unlock My World’는 프로미스나인(fromis_9)의 첫 정규앨범이다. K팝 시장에서 미니앨범과 싱글의 비중이 큰 것을 감안하더라도, 2018년 데뷔한 이들이 정규앨범을 처음 내기까지 5년 이상 걸린 건 이례적이다. 이유라면 여러 가지다. 커리어가 안정화될 만하면 한 번씩 기획사를 옮겨야 했던 점도 있겠다. Mnet 데뷔 리얼리티 프로그램 ‘아이돌학교’가 성공적이지만은 않았고, 비교적 마니아 성향의 그룹으로 인지된 바도 없지 않다. 그러나 2022년을 전후해 음악적 성향에 변화가 생겼다. 기존의 떠들썩하고 상큼한 하우스 기반 댄스팝에서 디스코-펑크 기반의 조금은 어른스럽고 우아한 색깔을 도입한 것이다. 일종의 ‘시즌 2’ 같은 변화를 반기는 이들도 있었고, 프로미스나인을 재발견하는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과정을 감안하고 바라볼 때 신곡 ‘#menow’는 꽤나 의미 있게 들린다. K팝이 해시태그를 제목으로 삼는 건 오래되고 흔한 일이지만 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2021년 자유로운 여행을 테마로 발표한 ‘We Go’가 프로미스나인의 음악적 전환점의 시작이기도 했다. ‘#menow’ 역시 ‘떠남’을 주제로 하는데, 그간 로맨틱하게 들어가던 ‘너’의 존재가 대폭 줄어들었다. 곡은 소셜미디어와 무대로부터 떠나 진짜 나 자신을 찾는 여행을 노래하고, 거의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한다. 자기애와 자기긍정이 무엇보다 중대한 화두가 된 대중음악계에 내놓는 프로미스나인의 대답이라고나 할까.

    꾸준한 음악적 성장 보여

    최근 프로미스나인의 곡들은 고혹적인 색채를 드리우다가 후렴에서는 밝고 청량하게 내달리곤 했다. ‘#menow’가 다르다면 후렴의 태도다. 이 곡 후렴은 한 음절을 두 마디에 걸친 멜로디로 풀어 공간을 열어내고, 이어지는 리드미컬한 고음으로 시원하게 두드린다. 단조 멜로디에 아련한 우아함과 긴박한 결기가 담긴다. 이것이 브리지까지 확장되면 아주 정석적이지만 효과적으로 폭발력을 이끌어내 백미를 이룬다.

    뮤직비디오에 드라마타이즈(영상의 드라마화) 신을 넣느라 이 흐름을 끊었다 가는 점은 큰 아쉬움이다. 그러나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서사의 짜릿함은 적어도 뮤직비디오로 감상했을 때만은 이 같은 아쉬움을 충분히 참게 만든다. 뮤직비디오에는 시네마스코프 화면 비율(2.35:1)을 통째로 쓰는 무대·극장 장면과 대비되는 시퀀스가 있다. 비디오테이프 질감의 4:3 화면 비율에 담긴, 밤거리를 달리는 멤버들의 모습이 그것이다. 브리지 끝에 같은 구도가 등장하는데, 극장을 뛰쳐나와 활주로를 달리는 모습이다. 이들의 ‘진짜 자신’과 여행은 웅장하고도 위험한 절벽까지 도달한다. ‘알면서도 당한다’고 할까. 드물지만은 않은 기호와 기법이지만, 부정할 수 없이 매력적인 해방감이다.

    ‘Unlock My World’ 앨범 패키지의 한 버전은 참(charm) 팔찌의 은빛에 흑백 사진을 조응한 디자인이다. 이처럼 프로미스나인은 소위 ‘페미닌’을 이어가면서도 이에 새로운 얼굴을 부여하기 위해 모색하고 있다. 그것이 덜 ‘위협적’인 태도나 좀 더 사적이고 내밀한 거리감의 노래 등으로 드러난다는 점은 다소 보수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1군’ ‘2군’ 등으로 아티스트 급을 나누는 일이 공공연한 K팝 산업에서 프로미스나인은 꾸준히 성장해온 흔치 않은 그룹이다. 이들이 제안하는 얼굴에는 분명 보수성으로 치부하기엔 아까운 단단함이 있다. 어른스러운 우아함, 비장한 화려함, 또는 마치 댄스팝의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결기로 꽉꽉 채운 10곡의 트랙은 이것이 지금 발매되는 프로미스나인의 정규앨범이어야 하는 이유를 잘 펼쳐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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