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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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더 오르려면 새로운 동력 필요… 지금 최악인 ‘4개 업종’ 주목할 만”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반도체·석유화학·조선·디스플레이 투자 부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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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05-2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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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전지는 최고 업종이다. 다만 지금은 최악 업종을 선점해야 할 시기다. 이들 업종은 당장 못난이로 보이겠지만 하반기에는 백조가 될 수도 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가 5월 16일 투자자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5월 들어 2차전지 기업들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할지, 다른 섹터로 눈길을 돌려야 할지 고민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염 이사는 2차전지 기업에 대해 “성장이 담보돼 있어 2026년까지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주가가 하락했다고 덥석 사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당분간 증시가 쉬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성급하게 기존 주도주에 뛰어들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염 이사는 “최악의 4개 업종을 눈여겨볼 때”라고 강조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조영철 기자]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조영철 기자]

    “셀 인 메이? 무슨 의미가 있나”

    염 이사의 경고대로 최근 증시는 반전되는 분위기다. 때마침 5월 증시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셀 인 메이(Sell in May)’에 힘이 실리고 있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증시가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았던 만큼 주식을 일부 정리하고 경기가 개선되는 하반기에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염 이사 역시 당장은 주가가 쉬어갈 것이라고 내다봤으나 셀 인 메이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염 이사는 “중국 상황을 주시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덜 받는 소외주로 눈을 돌릴 때”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5월에 증시가 꺾이다 보니 ‘셀 인 메이’를 말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요즘 들어 셀 인 메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때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답한다(웃음). ‘5월부터 10월까지는 증시 상황이 좋지 않으니 주식을 일부 현금화하자’는 것이 셀 인 메이의 골자다. 증시의 계절성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최근 10년 동안 미국 S&P500 지수 데이터를 보면 5월에 9번 올랐다. 셀 인 메이를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다만 공교롭게도 올해 5~6월은 증시가 쉬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왜 증시가 쉬어갈 것이라고 보나.

    “일단 코스닥은 올해 너무 올랐다. 쏠림 현상이 심했고 신용융자잔고 역시 늘었다. 수급상 문제로 코스닥은 당분간 쉬어갈 수 있다. 코스피의 경우 아직 한국 수출 증가율이 개선 국면에 들어서지 않은 만큼 상승에 한계가 있다. 수출 데이터가 턴어라운드 해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상 지점까지 뛸 수 있다. 코스피가 2500일 때 PBR이 0.95배 가까이 된다. 2550을 쉽게 넘지 못하는 이유다. 6월쯤 수출 증가율이 양수로 나타나거나 중국 경제 상황이 나아지는 시그널이 보이면 증시는 오를 수 있다.”

    중국 경제 상황은 어떤가.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하지만 중국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한다. 중국 4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보다 0.1% 오르는 데 그쳤다. 중국은 물가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차라리 낫다.”

    올해 중국 등 이머징마켓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현 상황은 기대를 못 따라가고 있나.

    “한국 경제에서 중국 비중이 큰 만큼 중국이 살아나야 한다. 그간 미국 물가가 꺾이면서 한국 증시가 오른 측면이 있다. 경기가 더 나아지려면 중국 경제 역시 살아나야 한다. 한국 수출의 상당 부분을 반도체산업이 차지고 반도체가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도 나쁘다.”

    중국 경제와 관련해 주의 깊게 봐야 할 지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역시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다. 제조업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경기 상황에 대해 설문조사한 후 발표하는 지표다. 값이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 국면이라는 의미다. 지난번 중국의 제조업 PMI가 50을 넘겼다가 꺾였다. 이 지표가 돌아선다면 경기가 좋아진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부동산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중국의 부동산 거래량 및 가격 역시 중요 지표다. 관련 수치들이 6, 7월 들어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나면 한국 증시에도 훈풍이 불 수 있다.”

    “2차전지, 새로운 동력 필요”

    최근 2차전지 기업 주가가 두드러지게 하락했다.

    “2차전지가 독보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물량(Q) 성장이 두드러지는 기업을 좋아한다. 얼마나 많이 팔리느냐가 핵심이다. 2차전지의 경우 전기차가 많이 팔릴 것으로 기대되면서 그간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였다. 주의할 점은 세상에 영원한 상승은 없다는 것이다. 단기간 수급이 쏠리면 역방향 움직임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 탄산리튬의 가격이 급락한 점도 주가에 반영됐을 것이다.”

    2차전지주 투자자의 경우 지금을 재매수 기회로 삼아야 할지, 다른 섹터로 갈아타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2차전지 기업 가운데 주가가 많이 오른 곳은 3년 동안 20배까지 상승했다. 주가 상승폭과 기간이 모두 상당하다. 여기서 더 오르려면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 가령 미국에 이어 유럽도 중국의 2차전지 기업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든가 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주가 상승을 이끌 만한 재료가 공백인 상황이고 가격 부담까지 있다. 따라서 2차전지 기업은 당분간 지켜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시간이 지나 가격 조정을 충분히 받으면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일 때가 오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신산업의 경우 가치 평가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2차전지 기업 역시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밸류에이션을 평가해야 하나.

    “PBR 등 전통 방법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2차전지 기업의 경우 주당순이익(PER)이 100배로 나오기도 한다. 사람들은 포스코퓨처엠의 주가가 10만 원일 때부터 비싸다고 했는데 결국 40만 원까지 갔다. 신산업은 ‘성장 기울기’가 유지되느냐가 중요하다. 산업 사이클의 기울기는 보통 침투율(한 산업에서 특정 제품군이 차지하는 비율)이 20%쯤 되면 꺾인다. 예전에 아이폰이 등장해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될 때도 침투율이 20%에 도달하기까지는 웬만한 관련 기업 주가가 다 올랐다. 그런데 20%를 넘어서니까 애플 등 몇 개 기업만 살아남았다.”

    전기차 침투율은 10% 정도다. 아직은 2차전지 기업 주가에 여유가 있다고 봐야 할까.

    “2025년쯤 되면 전기차 침투율이 2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 2차전지 산업을 무작정 고성장 산업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된다. 성장 기울기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다. 옥석 가리기에 들어서는 시기다. 그 전까지는 밸류에이션을 엄격히 적용해 판단하기보다 성장세에 주목해야 한다. 다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투자에 부담이 없는 업종들을 눈여겨봐야 할 때다. 지금 실적은 좋지 않지만 하반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그런 최악의 업종을 선점해서 투자하길 권한다.”

    “LNG 선박 관련 기업 주목해야”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5월 16일 “LNG 선박에 특화된 조선사를 주목하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5월 16일 “LNG 선박에 특화된 조선사를 주목하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어떤 업종들이 최악의 업종이라고 보나.

    “4개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 첫째, 반도체업종이다. 반도체산업의 업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사람들이 다들 실망하고 있어서 더 나빠질 것도 없다. 가령 중국 수요가 살아나거나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더 공격적으로 감산한다면 주가가 급격히 반등할 수 있다. 둘째, 석유화학업종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롯데케미칼만 해도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대한유화도 상황이 좋지 않다. 중국에서 수요가 약해지고 있는데, 2020년부터 증설 사이클이 시작돼 과잉 공급된 측면도 있다. 다만 이 사이클이 올해 끝나는 만큼 내년부터는 상황이 편해질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 실적 발표를 보니 적자가 많이 줄었더라. 턴어라운드를 알리는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

    나머지 소외 업종들은 무엇인가.

    “조선주도 긍정적으로 본다. 조선주는 그동안 수주 잔고에 비해 주가가 못 올랐다. 수주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해 투자자들이 실망감을 보인 탓이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선박 인도 사이클이 올해부터 시작됐는데 원자재비용이 낮아지고 있어 향후 실적도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들이 가장 잘하는 선종이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이다. LNG 선박에 특화된 조선사와 관련 기자재 회사들을 눈여겨보자. 디스플레이 업종 역시 최악의 업종 중 하나다. 텔레비전과 스마트폰 시장이 불황을 겪으면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산업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다만 하반기에 중국 시장 상황이 나아질 전망이다. 애플 아이패드에도 OLED가 탑재된다고 한다. OLED 수요가 늘어날 모멘텀이 있는 것이다. 남들이 안 좋다고 할 때가 오히려 과감하게 용기를 내볼 시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년 소외주’에 머무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소외주에 투자하기 어려운데.

    “투자에서는 외로운 것이 좋다. 워런 버핏 역시 ‘모두가 흥분할 때 나는 공포심을 느끼고, 반대로 모두가 공포심을 느낄 때 나는 흥분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앞서 얘기한 4개 업종은 대다수 사람이 공포심을 느끼는 업종들이다. 물론 단순히 주가가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에 뛰어들어선 안 된다. 소외주 중에서도 등급을 매기는 것이 필요하다. 진단키트 업종처럼 기업이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다면 피해야 한다. 조선주, 반도체주처럼 턴어라운드에 대한 명확한 기대가 있다면 시장 소외가 주는 스트레스를 즐겨보자.”

    “구내식당 관련 산업 전망 밝아”

    최근 읽은 리포트 중 추천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이 4월 10일 발표한 ‘식자재 3.0: MEAL’ 보고서가 인상 깊었다. 식자재 산업에 대한 이야기였다. 상장사 중에는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가 있고 비상장사 가운데는 아워홈이 대표적이다. 고물가-고금리 시대가 도래했다 보니 짜장면 한 그릇에 1만 원이 넘는다. 구내식당 같은 저렴한 단체 급식에 대한 수요가 커진 만큼 관련 산업이 잘될 수밖에 없다.”

    경기 불황으로 외식 수요가 줄어들면서 관련 업황이 나빠지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는데.

    ”데이터를 봤더니 사람들이 일주일 내내 구내식당에서 가성비 있는 식사를 하고, 한 끼는 푸짐하게 먹더라. ‘경기가 안 좋다는데 왜 이렇게 식당에 사람이 많지’라고 느낀 경우가 꽤 있지 않았나. 프렌차이즈 식당 가운데 장사가 잘 되는 곳이 많았다. 군대 급식 민영화도 확산될 전망이다. 식자재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만큼 호재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후 현대그린푸드는 주가가 30% 가까이 뛰었다. 남들이 2차전지 기업을 보고 있을 때 투자 보고서에서 에지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 적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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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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