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조영철 기자]
“캠프 내부에 P2E 우려 전했더니 ‘아, 그래요?’”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P2E 관련 메시지는 특보단 조율을 거친 게 아닌가.“사전 조율은 전혀 없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후보의 발언을 처음 접하고 깜짝 놀랐다. 그래서 내가 그 배경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것이다. 당시 이 후보의 수행실장이던 김 의원이 P2E 합법화를 바라는 일부 게임업체와 연결돼 그런 메시지가 나오는 데 일조한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P2E가 게임산업의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대선 후보로서 다양한 의견을 참고할 수 있지 않나.
“P2E 합법론자들은 블록체인,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같은 첨단기술을 결부시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첨단기술을 게임에 접목하는 것이 왜 문제겠는가. 게임을 사실상 도박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문제인 것이다. 지금도 게임 공간에 국한해 사용할 수 있는 게임머니가 있다. 현재 국내에선 게임머니 현금화가 불법이다. 문제는 일부 국내 이용자가 해외 계정을 통해 게임머니를 코인으로, 다시 현금으로 바꾼다는 점이다. 게임사가 가상자산 발행에 골몰하는 것도 게임머니 현금화를 위해서라고 본다. 마치 과거 큰 사회문제가 된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게임기에서 점수를 따면 이를 상품권으로 바꿔주고, 환전소에서 다시 현금화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한 구조다. 게임머니→코인→현금으로 전환이 가능해지면 코인을 발행하는 게임업체는 엄청난 이득을 볼 수밖에 없다.”
캠프에서 항의해보지 않았나.
“이 후보에게 직접 얘기하진 않았으나, 여러 루트를 통해 우려를 표했다. 실명을 거론할 순 없지만 현역의원들과 당료, 후보 측근 그룹 등을 통해서다. 일부 인사는 P2E 합법화가 그렇게 중요한 사안이냐며 놀라더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 그래요?’ 정도 반응이었다. 이후 국회에서 특보단 정책 토론회를 열어 P2E 반대 입장을 덧붙이기는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P2E 합법화를 노리는 세력이 윤석열 캠프에도 접근했다”고 밝혔는데.
“게임업계 일각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에 모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3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P2E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올해 들어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단이 연구용역을 발주해 NFT 활용 P2E 게임의 문제점과 선결과제 파급 효과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P2E 합법화 포석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김 의원, 코인 출처 밝혀야”
김 의원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국회 상임위원회 중에 코인 거래를 한 것은 반성한다”면서도 “가상화폐 트랜잭션을 보면 (가상화폐가) 들어가고 나가고, 전부 투명하게 나온다”며 코인 자금 출처와 게임업계의 입법 로비 가능성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에 대해 위 교수는 “김 의원이 말을 굉장히 복잡하게 하는데, ‘게임업체로부터 코인을 받았는가, 만약 받았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받았나’라는 질문에 답하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김 의원이 보유했던 코인의 상장 전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가령 최근 논란이 된 ‘에어드롭’(코인 무상 지급)뿐 아니라, 상장 전 ‘프라이빗 세일’ 형태로 풀린 코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라이빗 세일은 주식 지정매매처럼 특정인을 지정해 저렴한 가격에 코인을 파는 것이다. 상장 후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무상 지급에 가까운 에어드롭 못지않게 코인을 매개로 한 로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
김 의원의 코인 의혹을 밝히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한가.
“일부 게임업체가 김 의원에게 코인을 무상이나 싼값에 부정한 목적으로 건넸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대상으로 코인 보유 여부를 전수조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김 의원뿐 아니라, 의심을 받고 있는 게임업체들의 연루 여부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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