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5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나오고 있다. [동아DB]
“자린고비처럼 생활하고 여윳돈은 전부 코인을 산다고 했다.”
‘코인 투자 논란’에 휩싸인 무소속 김남국 의원에 대한 몇몇 청년 정치인의 전언이다. 불법 가능성과 별개로 김 의원이 가상자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는 것은 정치권에서 알음알음 알려진 소문이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장경태, 최강욱 의원의 과거 발언은 김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가 민주당 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을 개연성을 키운다.
장경태, 최강욱 의원은 김 의원의 코인 투자 사실을 수년 전부터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과거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장 의원은 2021년 8월 20일 국가인권위원장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수익에 대해 언급했다. 휴식시간에 장 의원이 동료 의원에게 “남국이 형이 최고지. 남국이 형은 10억 넘게 재산이. 아니 그 비트코인, 비트코인”이라고 말했는데, 그 영상과 음성이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아 재소환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왼쪽), 최강욱 의원이 수년 전부터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최근 드러났다. [동아DB]
가상자산 규제해야 한다더니…
최강욱 의원은 지난해 4월 28일 민주당 화상회의 중 성희롱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최 의원을 인터뷰한 한 언론사 기자가 5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의원의 당시 설명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최 의원이 김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사실을 사전에 인지한 정황이 공개된 것이다. 기자가 전한 최 의원의 발언은 이렇다.“김남국이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서 코인 투자를 했다. 코인 값이 올랐다고 나한테 자랑할 때도 있고, 자기 것은 팔았는데 다른 사람 것이 올라서 속상하다는 얘기도 했다. 그런데 그날 온라인 회의에 사람들이 빨리 안 들어오는 상황에서 김남국도 고정화면을 띄우고 얼굴을 안 비치는 거다. 마침 코인 생각이 났다. 코인 투자하면서 동시에 회의에 집중하기 어려울 거 아니냐. 그래서 ‘너까지 왜 그러냐. 지금 짤짤이 하는 거냐’고 말한 거다. 원래는 코인이라고 정확히 얘기해야 하는데 나도 옛날 사람이라 그걸 짤짤이라고 표현했다.”
이를 두고 당이 김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를 알았다면 적절히 제한했어야 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김 의원이 투자에 한창이던 전 정부 시절, 가상자산에 대한 민주당의 기본 입장 및 방침이 ‘규제’였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 주도로 개정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국내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할 때 실명만 사용하도록 했다. 이에 2021년 은행의 실명계좌확인서를 받지 못한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가 여럿 문을 닫았고,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가상자산이 줄줄이 상장폐지돼 투자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월 11일 “(국민에게는) 가상자산 투자를 규제해야 할 행위로 인식시켜놓고 뒤에서는 자기들끼리 법망을 피해 돈을 벌었구나 하는 도덕적 비판이 거센 상황”이라고 말했다.
친명계 ‘비호’ vs 비명계 ‘자성’
이재명 대표(앞줄 오른쪽 세 번째)를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쇄신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동아DB]
처럼회 소속 의원들의 이 같은 대처는 여론과 괴리돼 있다는 분석이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5월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7.6%는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을 검찰 수사로 신속히 밝혀야 한다’고 답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민주당 내에서도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쇄신 의총에서 당 지도부 중 일부가 김 의원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위) 제소를 반대한 데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앞서 민주당을 탈당한 김 의원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더는 받지 않게 됐는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또 다른 길인 윤리위 제소에 당 지도부가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비명계를 대표하는 이원욱, 박용진 의원은 쇄신 의총 다음 날인 5월 15일 각각 방송에 출연해 “윤리위 제소가 최종 결의안에서 빠졌다”며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상민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재창당 각오로 반성과 쇄신에 나설 것’ 결의,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 공허하다”며 “이재명 대표와 그 맹종파에 대한 조치가 선결돼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리위 징계 실효성? “글쎄”
민주당은 여론을 의식한 듯 5월 17일 김 의원의 윤리위 제소를 전격 결정했다. 다만 윤리위가 실제 김 의원에게 징계를 내릴지, 그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 등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21대 국회 윤리위에 접수된 징계안 39건 가운데 실제 징계가 이뤄진 사례는 한 건에 불과하다. 윤리위가 강제조사권 등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물론, 친명계를 중심으로 김 의원에 대한 비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전문가들도 윤리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윤리위라는 기구의 성격 자체가 모호해 경고 수준의 약한 징계로 끝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내년 총선이 있다 해도 10개월 사이 여론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김 의원을 (민주당이) 안고 가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21대 국회에서 윤리위 징계를 받은 건 김기현 의원이 유일하고 그것도 30일 국회 출석 정지에 불과했다”며 “과거 전례에 비춰볼 때 윤리위가 김 의원의 제명을 결정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 소장은 “여야 합의 제소는 이번이 처음이고 시기적으로도 총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에 국민 눈높이를 완전히 벗어난 결론을 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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