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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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개발 참여 희망한 폴란드, 몸값 뛰는 한국 4.5세대 전투기

미국·유럽 경쟁 기종보다 저렴하고 성능 우수… FA-50, 美 훈련기 수주 유력 후보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3-05-2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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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산 4.5세대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 5호기가 5월 16일 첫 비행에 성공했다. [뉴시스]

    한국산 4.5세대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 5호기가 5월 16일 첫 비행에 성공했다. [뉴시스]

    한국산 무기를 대거 구매한 폴란드가 최근 한국형 전투기 KF-21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폴란드 방위산업 부문 국영기업 집단인 PGZ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KF-21 공동개발 참여 의사를 타진한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아직 정부 간 협상이 이뤄질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폴란드 측으로부터 공식 제안이 오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 KF-21 공동개발 참여 의사를 밝힌 PGZ그룹은 31개 계열사를 거느린 폴란드 국영방산기업이다. 세바스찬 흐바웩 회장은 현 폴란드 집권 여당의 유력 정치인으로, 총리실장과 내무부 차관, PGZ그룹 부회장, 국방부 군 현대화 담당 차관 등 요직을 거쳐 취임했다.

    폴란드, 인니 KF-21 지분 인수 의향도

    폴란드 국영방산기업 PGZ그룹의 세바스찬 흐바웩 회장(왼쪽)이 3월 22일(현지 시간) 폴란드 바르샤바를 찾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폴란드 국영방산기업 PGZ그룹의 세바스찬 흐바웩 회장(왼쪽)이 3월 22일(현지 시간) 폴란드 바르샤바를 찾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흐바웩 회장은 올해 초부터 KF-21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4월 방한 때 KF-21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한국 측에 공식 전달했다고 한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 측은 KFX(한국형전투기)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장기간 분담금을 체납한 인도네시아 지분을 인수하고, 2026년 시작되는 KF-21 블록 2 개발 사업부터 본격 참여한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수립한 것으로 전해진다. 집권 여당의 유력 정치인이자 군 현대화 사업을 총괄 지휘했던 인사가 이처럼 구체적인 계획을 내비쳤다는 점은 곧 폴란드 정부 차원의 공식 제안이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폴란드 공군은 MIG-29 전투기 19대와 Su-22 공격기 18대, F-16C/D 전투기 48대 등 전투기 85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MIG-29 전투기 14대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했고, Su-22는 추가 개량 없이 올해부터 전량 퇴역할 예정이다. 이들 전력을 대체하고자 올해부터 FA-50GP/PL 모델 48대, 내년부터는 F-35A 전투기 32대가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F-35A와 FA-50 전투기 도입이 완료되면 폴란드 공군의 전투기 전력은 128대로 늘어나게 된다.

    폴란드 공군 F-16은 F-16C/D 블록 52+ 버전으로, 최신 개량형 F-16V ‘바이퍼’ 모델이 등장하기 전까진 최고 사양이었다. 일부 기체는 아예 바이퍼 사양으로 개량되기도 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폴란드 공군의 전투기 전력은 5세대인 F-35A와 4.5세대인 F-16C/D 개량형으로 단순화될 예정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폴란드 측은 지난해 한국의 4.5세대 FA-50 블록 20 구매 의향을 밝힌 데 이어, 4.5세대 KF-21 공동개발 의향까지 타진하고 있다. 이미 4.5세대 전투기를 보유했고 5세대 전투기 인수도 눈앞에 둔 폴란드가 갑자기 4.5세대 전투기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어떤 사정이 있는 걸까.



    폴란드는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현대전에서 공군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전은 개전 초기 제공권 확보를 위해 고성능 전투기들이 치열한 공중전을 벌인다. 제공권 다툼에서 어느 정도 우열이 가려지면 그때부터는 고성능 전투기보다 ‘어중간한 전투기’의 역할이 더 커진다는 것이 우크라이나전을 지켜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첨단 부품으로 도배한 고성능 전투기는 획득비용뿐 아니라 유지비용도 비쌀 수밖에 없다. 그저 무유도 폭탄이나 로켓탄을 투발하고 돌아오면 되는 간단한 임무에 고성능 스텔스 전투기를 투입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美 신임 합참의장의 ‘가성비 전투기론’

    최근 미국 신임 합동참모의장으로 지명된 찰스 브라운 공군참모총장은 이 같은 ‘가성비 전투기론’의 대표적 제창자다. 현대전에서 F-22, F-35 같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가 만능이 아니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2021년 현지 기자들과 만나 “여러분이 출퇴근할 때 페라리를 타지 않는 것처럼, 그런 슈퍼카(5세대 스텔스 전투기)는 주말에나 타는 것”이라는 표현으로 오늘날 공군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묘사했다. F-35 같은 고성능 5세대 전투기를 슈퍼카에 비유하면서 비싸고 유지비가 많이 드는 기종을 모든 임무에 투입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사실 그렇다. 스텔스기는 한 번 뜨고 내릴 때마다 들어가는 비용이 비(非)스텔스기보다 많이 든다. 미국 회계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현존 최강 전투기라는 F-22A ‘랩터’는 비행시간당 유지비용이 8만5325달러(약 1억1400만 원)에 달한다. 보급형 스텔스기라는 F-35도 4만1986달러(약 5600만 원)가 넘는다. F-16 전투기 비행시간당 유지비(2만6927달러·약 3600만 원)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막대한 비용이다. 일견 얼마 안 되는 비용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기종마다 전투기가 많게는 수백 대씩 운용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가령 2020년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을 때 대만은 중국 군용기의 방공식별구역 침범에 맞서 대응 출격하느라 255억 대만달러(약 1조1000억 원)를 썼다. 전투기 1대의 비행시간당 운용비 1만~2만 달러 차이가 전시에는 몇천억 원, 몇조 원 차이가 될 수도 있다.

    5세대 스텔스기가 뜨고 내리는 데 많은 비용이 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개별 부품이 기존전투기보다 비싸고, 손상된 스텔스 도장 복구에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정비시간이 긴 탓에 인건비 부담도 크다. 결국 적 방공망 돌파나 공대공 전투 같은 고강도 임무가 아니라면 정찰·항공차단·근접항공지원 등 단순 임무에 고가의 스텔스 전투기를 투입하는 것은 낭비인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세계 각국의 전투기 도입 트렌드를 들여다보면 5~6세대보다 4.5세대 전투기가 선호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투기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사용된 초기형 제트기 F-86이나 MIG-15 같은 1세대, 초음속 비행 성능을 갖추기 시작한 F-104와 MIG-21 등 2세대, 레이더와 미사일로 장거리 교전 능력을 확보한 F-4와 MIG-23 같은 3세대 전투기를 거쳐 발전했다. F-15나 F-16 같은 4세대 전투기부터는 고성능 레이더와 항공전자장비를 탑재해 완벽한 전천후 작전 성능 및 장거리 교전 능력을 갖췄다. F-22, F-35 등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첨단기술을 4세대 전투기에 접목해 기술적 완성도를 높인 게 4.5세대 전투기다.

    그런 점에서 4.5세대 전투기의 높은 성능은 주요 구매 요인이다. 4.5세대 전투기의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는 기존 기계식 레이더보다 탐지 거리가 길고 표적 처리 능력도 우수하다. 첨단 전자전 시스템과 향상된 상황 인식 능력도 갖춰 제한적으로나마 5세대 스텔스기에 대응할 수도 있다. 4.5세대 전투기의 플랫폼은 이미 대량 배치된 4세대 전투기와 기본적으로 같다. 그 덕에 획득·유지비용이 저렴하며 정비 소요 시간도 짧다. 문제는 세계 각국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에 비해 4.5세대 전투기 공급은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가격 치솟은 미국·유럽산 4.5세대 전투기

    한국 공군의 공중종합훈련 ‘소링이글’에 투입된 FA-50 전투기. [공군 제공]

    한국 공군의 공중종합훈련 ‘소링이글’에 투입된 FA-50 전투기. [공군 제공]

    유럽의 대표 4.5세대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라팔은 미국산에 비하면 대단히 비싼 모델이다.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2017년 카타르의 계약 가격 기준으로 24대에 60억 파운드(약 10조 원)로, 대당 4200억 원에 육박한다. 라팔은 2022년 인도네시아 계약 기준으로 42대에 81억 달러(약 10조8000억 원)를 기록해 대당 약 2500억 원에 달한다. 저렴한 가성비 전투기를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운 스웨덴의 JAS-39 그리펜도 고성능화 버전 NG 모델부터 가격이 폭등했다.

    2014년 브라질 계약 당시 대당 가격이 F-16 전투기보다 비싼 1억4000만 달러(약 1870억 원)로 치솟아 시장경쟁력을 잃었다. 그나마 1억 달러 선에서 구매 가능했던 F/A-18E/F 슈퍼호넷은 2025년 단종이 확정됐다. 미 공군이 대량 구매할 예정이던 F-15EX는 도입 수량이 144대에서 48대로 급감하면서 대당 가격이 1억6000만 달러(약 2100억 원)를 넘게 됐다. 4.5세대 전투기 구입을 희망하는 국가에 남은 선택지는 F-16V 정도인데, 이마저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미국은 2017년 세계 최대 전투기 생산 시설인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F-16 생산라인을 철거했다. 이후 F-16은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 공장에서만 생산되는데, 이 설비의 생산 능력은 월 최대 4대다. 신규 기체 제작은 물론, 기존 F-16 전투기 개량도 이뤄진다. 5월 기준으로 신조기 생산 물량만 160대 이상 밀려 있는 상황이다. 공급은 제한적인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다 보니 가격도 폭등했다. 한국 공군이 1990년대 중반 대당 460억 원 정도에 산 F-16 가격이 지난해 불가리아 계약 기준으로 2100억 원으로 올랐다. 물론 큰돈을 줘도 F-16을 당장 인도받을 수는 없다. 지금 주문하면 아무리 빨라도 2028~2029년은 돼야 초도 물량을 인수할 수 있다. F-16V 도입을 고려하던 폴란드가 한국산 FA-50으로 갈아탄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격납고에서 직원들이 KF-21 시제기에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뉴스1]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격납고에서 직원들이 KF-21 시제기에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뉴스1]

    FA-50 가격은 폴란드 수출 기준으로 대당 700억 원이었다. 폴란드가 FA-50 블록 20 개량에 따른 비용을 치르면서 후속 구매국인 말레이시아는 대당 660억 원 정도에 샀다. F-16 대당 가격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FA-50에는 최신형 AESA 레이더는 물론, 첨단 항공전자장비가 탑재됐다. JDAM(합동직격탄)이나 한국형 타우러스 같은 정밀유도무기와 신형 공대공미사일의 운용도 가능하다. 공중급유도 할 수 있어 경량급 전투기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무장 능력과 전투 행동반경을 지녔다. 비행시간당 유지비용이 대단히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폴란드가 FA-50을 수도 바르샤바 방공 임무를 수행하는 기지에 배치하기로 한 점은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가동률이 높은 데다 출격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도 짧아 수도 영공 방어라는 중책을 맡긴 것이다.

    FA-50 계열기는 내년 시작되는 미 공군 고등전술훈련기사업(ATT·280대), 미 해군 고등훈련기사업(UJTS·280대), 미 해군 가상적기사업(TSA·64대)의 유력 후보이기도 하다. 2018년 T-50A를 꺾고 미 공군 차세대 훈련기로 선정된 보잉 T-7A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함으로 양산되지 못하고 있다. T-7에 대한 미 공군의 불신과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FA-50은 700여 대 안팎의 미국 수주 시장도 석권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규모 경제에 따라 기존 FA-50의 획득·유지비용은 더 낮아지고 ‘미군 제식 기종’이라는 프리미엄도 붙을 것이다.

    국산 전투기 ‘프리덤 파이터’ 비상 눈앞

    A-50보다 강력한 전투기가 필요한 국가에는 또 다른 한국산 전투기 KF-21 블록 2도 매력적인 선택지다. KF-21 블록 2는 내년 양산되는 블록 1의 후속작으로, 2029년부터 양산될 예정이다. 하드웨어는 블록 1과 거의 비슷하지만, 레이더와 소프트웨어가 대폭 개선돼 공대공·공대지·공대함 작전이 가능한 다목적 전투기로 태어날 예정이다. 현재 제작사 측이 제안하는 대당 가격은 6000만~6500만 달러(약 800억~870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무장과 부품, 후속군수지원 등 추가 비용을 더해도 체급이 같은 유럽산 전투기들의 절반 이하 가격이다.

    폴란드가 FA-50 구매에 이어 KF-21 개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군 훈련기 시장에서는 FA-50이 유력 주자로 급부상 중이다. 한국으로선 향후 3~5년 내 유럽과 북미 시장에 크고 강력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가성비 최강인 우수한 상품은 이미 준비돼 있다. 이제 정부 차원의 외교적 세일즈만 뒷받침되면 된다. 조만간 FA-50과 KF-21은 과거 F-5 ‘프리덤 파이터’에 붙었던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표준 주력 전투기 타이틀을 얻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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