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은 한때 ‘한국 기사 킬러’ ‘이창호 킬러’로 불리며 일본 바둑의 자존심으로 행세하던 기사. 지난 대회 준우승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센돌’ 이세돌 9단의 돌주먹에 초반부터 혼비백산하며 싱겁게 무너졌다. 좌하귀에서 패가 난 장면. 백1·3으로 팻감공작을 해놓은 뒤 5로 본격적인 패싸움을 건 대목에서, 흑6 때 맥없이 물러난 것 같아 보이는 백7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묘수였다.
백7에 얼른 흑1로 패를 해소한다면 백4까지 흑 두 점이 잡혀버린다. 백△가 하변 흑 두 점을 잡는 발판 구실을 하고 있는 것. 할 수 없이 흑은 8로 치고나왔으나 백11까지 진행되고 나니 다음 백A와 B가 맞보기라 곤란해졌다. 계속해서 흑1 이하로 두었으나 백12로 기분을 한껏 낸 다음 백14로 따내자 이 패는 이제 꽃놀이성 패. 결국 백은 이 패싸움까지 이기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266수 끝, 백 1집 반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