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3

2002.09.26

누에 수요 폭증한 까닭은? 남성들에게 물어봐!

  • 입력2003-07-01 13: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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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에 수요 폭증한 까닭은? 남성들에게 물어봐!
    최근 일부 언론에서 ‘올해 누에 사육량이 10%나 증가하고 양잠 농가의 소득이 크게 늘어났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인조섬유의 개발과 함께 급격한 감소세를 보여왔던 누에 생산량과 양잠 농가의 소득이 90년대 중반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와 올해 들어 그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보도의 핵심. 하지만 이들 보도에서 왜 갑자기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속시원한 분석은 찾아보기 힘들다. 혹 비단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기라도 한 것일까. 갑자기 누에가 각광받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일단 90년대 중반 이후 누에의 인기가 다시 살아난 것에 대한 의문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금세 해결된다. 누에의 혈당강하 효과에 대한 의학적 규명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상품화된 시점이 바로 그때부터였기 때문. 말린 누에를 갈아 만든 누에가루에서 누에 속에서 자란 동충하초에 이르기까지, 혈당강하 식품으로 재가공된 누에는 당뇨 환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꾸준히 팔려나갔다.

    하지만 건강식품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던 누에에 대한 수요가 지난해와 올해 들어 폭증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정력에 좋다면 바퀴벌레라도 먹는다’는 한국 남성들이 바로 누에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까닭이다. 3일간 교미하는 수컷 누에의 추출물을 상품화한 ‘누에그라’는 지난해 9월 시판되자마자 말 그대로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그것도 국가기관인 농업진흥청이 임상실험까지 마치고 내놓은 건강식품이라 ‘팬들의 성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동물실험 결과 남성호르몬이 33% 증가하고 운동지구력은 60%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난 누에그라는 출시 한 달 만에 매진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주간동아 303호 ‘누에박사 류강선’ 참조)

    누에그라의 제조 판매사인 K제약 관계자는 “누에가 혈당강하제로 사용될 때는 뽕밭 10ha당 소득이 200만원에 불과하지만 교미 직전의 수누에만 사용하는 누에그라를 생산할 경우는 400만원의 농가소득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지난 5000년간 인간에게 입을 옷을 제공한 ‘하늘벌레[天蟲]’ 누에가 21세기를 맞아 인간의 건강에 봉사하는 곤충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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