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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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업계 5등의 깜짝 반란

LG전자 저가시장 공략 주효 … 유럽에 연 1000만대 공급 결정

  • 정지연 기자 전자신문 퍼스널팀 jyjung@etnews.co.kr

    입력2007-03-21 18: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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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전화업계 5등의 깜짝 반란
    이솝우화 가운데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여우와 신 포도’가 있다. 목 마른 여우가 포도나무를 발견했지만 너무 높아 아무리 뛰어도 먹지 못하자 “어차피 신 포도일 거야”라며 자위했다는 얘기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이 신 포도 얘기와 딱 들어맞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것도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휴대전화 산업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사건은 2월 말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전시회 ‘3GSM 월드 콩그레스’가 개최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발생했다. 이 행사에서 한국의 LG전자가 6만여 참석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주인공으로 급부상했다. 행사 주최 측인 유럽식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12개의 글로벌 이동통신업체와 손잡고 3세대 휴대전화를 공동 구매하기로 결정했는데, 그 공급업체로 LG전자를 선정했기 때문.

    노키아·모토롤라·삼성전자·소니에릭슨에 이어 전 세계 시장점유율 5위, 국내 2위인 LG전자가 연간 1000만 대 규모의 공급업체로 선정되자 경쟁사들로부터 여러 평가가 터져나왔다. ‘가격이 100달러대 초반인 저가폰을 공급해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다’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는 시장에서 LG가 들러리를 자청했다’는 등의 평가절하가 이어졌다. 더욱이 세계적 명품 브랜드인 이탈리아 프라다와 함께 개발한 ‘LG프라다폰’이 전시기간 내내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짝퉁 아이폰’이라는 폄하성 발언까지 흘러나왔다.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안승권 부사장은 현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신 포도가 단 포도가 됐으니 이런 말이 나온다”는 말로 점잖게 맞대응했다.

    실제로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확산을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첨단 서비스를 저렴하게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그러나 휴대전화 시장을 이끄는 선두 업체들은 저가시장을 애써 외면하고 ‘고가폰 전략’에 몰두해온 것이 사실이다.



    경쟁사들 “수익 악화될 것” 애써 평가절하

    LG전자는 “비록 100달러대 초반에 공급해도 물량이 1000만 대가 되기 때문에 남는 장사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1000만 화소 카메라폰·초슬림폰·뮤직폰 등 기술력을 자랑하는 고가 제품들이 무수히 쏟아져나왔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예쁘고 튼튼하고 뭔가 독특하면서도 값싼’ 제품을 원한다는 해석도 덧붙이며 업계 선배들을 은근히 조롱했다.

    실제 LG전자가 유럽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에 내놓은 초콜릿폰은 깜찍한 디자인과 이미지로 누적 850만 대, 텐밀리언셀러(1000만 대 판매액)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 유럽에 첫선을 보인 샤인폰 역시 4주 만에 20만 대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게다가 국내에 선보일 프라다폰은 기존의 휴대전화 개념을 뛰어넘어 명품 이미지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초고가로 팔릴 예정이다. 열등생(?) LG가 노키아·삼성전자 등 선두 업체들이 하찮게 여겼던 소비자들의 감성과 체험을 담은 신개념 제품들로 깜짝 성과를 거둔 셈이다.

    3세대 이동통신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글로벌 이동통신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1위가 마냥 1위일 수 없다. 게임의 룰이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이다. 단 포도의 즐거움에 빠져 신 포도를 간과할 게 아니라 냉철하게 고객과 시장을 되돌아봐야 1위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 제조업체 빅5 점유율
    * 2006년 말 기준, 자료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구분 연간 판매량 점유율
    노키아 3억4100만 대 34.1%
    모토롤라 2억1300만 대 21.3%
    삼성전자 1억1800만 대 11.6%
    소니에릭슨 7400만 대 7.3%
    LG전자 6400만 대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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