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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산책

모래바람 타고 온 ‘알레르기’ 공포

  • < 박상준/ 과학해설가 > cosmo@chollian.net

모래바람 타고 온 ‘알레르기’ 공포

모래바람 타고 온 ‘알레르기’ 공포
중국 대륙에서 몰려온 엄청난 황사가 우리나라를 뒤덮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기 중 먼지농도가 황사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매년 이맘때면 날아오는 황사는 뒤늦게 봄을 알리는 불청객. 황사가 진정되더라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무렵 다시 하얀 꽃가루가 거리에 휘날린다.

대기에 여러 가지 이물질이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알레르기에 민감한 이들. 현대인들에게 일종의 불치병이나 다름없는 알레르기의 과학적 경로를 살펴보자.

알레르기란 일종의 생화학 반응이다. 우리 몸은 자체적인 면역체계를 갖추고 있어 외부의 물질이 몸에 들어오면 적군인지 아군인지 판별한다. 알레르기는 바로 적군으로 판명된 물질에 대해 신체가 격렬한 반응을 나타내는 것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알레르겐’이라고 하는데, 우리 몸이 알레르겐을 포착하면 히스타민 같은 방어용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이것이 재채기나 가려움, 눈물, 콧물 등을 유발한다.

알레르겐에는 무수히 많은 종류가 있다. 꽃가루를 비롯해 고양이 털이나 담배 연기, 합성세제, 가죽, 먼지, 곰팡이 등 거의 모든 물질이 알레르기 유발 원인이 될 수 있다(고양이 알레르기의 경우는 엄밀히 말하면 털에 묻은 단백질 부스러기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것이므로 자주 목욕시키면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말썽을 일으키지는 않고, 특정 물질이 몇몇 특정한 사람에게만 알레르겐으로 작용한다. 알레르기가 까다로운 이유는 이 선택적 반응 때문이다. 더구나 알레르겐은 우리 몸과 최초로 접촉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다. 즉 알레르기 반응은 반드시 알레르겐과 두 번째 접촉할 때부터 나타난다. 최초로 맞닥뜨리는 외부의 물질은 피아(彼我) 구별이 모호하므로 일단 받아들이지만, 그것이 몸에 유해한 것으로 판명되면 신체의 면역체계가 이를 기억해 두었다가 그 다음부터 거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주 접하지 않는 알레르겐에 노출되었을 경우 본인 스스로도 알레르기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 환자는 의외로 많다. 병원을 찾는 사람의 약 10%가 알레르기 환자라는 통계도 있다. 문제는 뾰족한 치료법이 없다는 점. 그저 예방이 최선책이다. 즉 자신이 어떤 알레르기가 있는지 파악해 두었다가 그에 해당하는 알레르겐들을 가급적 피하며 살아야 한다. 자신만의 알레르겐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피부 테스트가 있다. 피부에 조그맣게 구멍을 뚫고 알레르겐으로 의심되는 물질이 스며들도록 한다. 그 물질이 알레르겐인 경우 15분 정도 지나면 구멍 부위가 붉어지고 가려워진다. 이 피부검사법은 혈액을 이용한 방법보다 더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레르기 예방제로는 흔히 항히스타민제가 쓰인다.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 약 일주일 전부터 이 약을 복용하면 상당히 효과가 있지만, 반면에 졸음이 오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또 알레르겐 주사를 맞는 방법도 있다. 소량의 알레르겐을 계속 맞다 보면 신체의 면역체계가 점차 적응하여 거부반응이 사라진다. 이 방법은 시간이 좀 오래 걸리지만 알레르기 증상 완화에 적잖은 도움이 된다. 누구든지 나이가 들수록 알레르기 증세가 점점 없어지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

물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알레르겐이 되는 물질과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황사가 몰려오면 대기 중 먼지농도는 최고 20배 가까이 올라가는데, 그중에는 모래 알갱이뿐만 아니라 식물의 씨앗이나 갖가지 중금속, 중화학 물질, 동물의 털 등도 섞여 있다. 꽃가루가 날릴 때도 마찬가지다.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꽃가루가 바람에 날려 다시 떠오르면서 다른 불순물까지 함께 묻혀 떠다닌다.

알레르기에 대한 뾰족한 치료법이 없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휴교령이 가장 현명한 대책인지도 모른다.



주간동아 328호 (p78~78)

< 박상준/ 과학해설가 > cosmo@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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