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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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와 크리스마스트리

  • < 이한음/ 과학칼럼니스트 > ehanum@freechal.com

    입력2004-12-10 1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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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딧불이와 크리스마스트리
    하얀 눈과 반짝거리는 불빛들이 밤을 장식하는 겨울이 다가왔다. 12월 밤은 크리스마스트리와 함께 포근하고 아름답게 깊어간다. 그렇다면 여름밤을 장식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밤이 되면 반딧불이가 어두운 밤을 수놓았다.

    반딧불이는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만 살 수 있다. 주된 먹이인 다슬기가 깨끗한 물에서만 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8종의 반딧불이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지금은 주로 늦반딧불이와 애반딧불이만 만날 수 있다. 늦반딧불이는 습한 육상에서 살며 주로 8월에 빛을 발하는 반면, 애반딧불이는 논이나 습지 주변에서 살며 5~6월에 빛을 발한다. 세계적으로는 약 2000종류의 반딧불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서는 도심지를 흐르는 하천에서도 다슬기와 반딧불이가 살 정도로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낸 도시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 반딧불이를 도시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반딧불이는 환경이 얼마나 깨끗한지 알려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최근 동아대학교의 진병래 교수팀은 늦반딧불이 발광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해독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염기가 해독된 것은 발광효소인 루시페라제의 유전자다. 이 늦반딧불이 외에도, 현재 애반딧불이와 일본과 미국에 사는 몇몇 반딧불이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해독되어 있다.

    반딧불이의 발광작용이 밝혀진 것도 최근의 일이다. 반딧불이의 빛은 루시페린이라는 발광물질과 루시페라제라는 효소의 작용으로 나타난다. 반딧불이의 배에는 발광물질이 들어 있는 발광체가 있으며, 여기에 산소가 들어가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빛이 생긴다. 그리고 발광체와 붙어 있는 세포 호흡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산소를 빼앗으면 빛이 사라진다. 이렇게 깜박거리면서 반딧불이는 빛으로 짝을 유혹한다.



    반딧불이의 발광유전자는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 소위 유전자 조작기술을 이용하면 발광유전자를 다른 유전자에 붙여 여러 생물의 몸속으로 넣을 수 있다. 밟을 때마다 빛을 내는 잔디, 움직일 때마다 빛을 내는 쥐,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빛을 내는 장미를 상상해 보라.

    발광유전자는 이런 눈에 보이는 현상 외에도 의학과 농업에 유용하게 쓰인다. 발광유전자를 특정 유전자에 붙여놓으면, 빛의 유무로 그 유전자의 활동 여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세균이 특정 치료제나 농약에 대한 내성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으며, 각종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도 쓰일 수 있다.

    열과 빛을 함께 내는 전구의 뜨거운 빛과 달리 반딧불이의 빛은 차가운 빛이다. 이렇게 빛을 내는 생물은 세균에서 척추동물에 이르기까지 꽤 많다. 빛의 용도도 다양해서 심해어의 발광은 먹이를 유혹하며, 반딧불이의 발광은 짝을 유혹한다. 반딧불이의 발광유전자처럼, 이런 생물들의 발광유전자도 현재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그렇다면 빛을 내는 크리스마스트리도 만들 수 있을까? 가능하다.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발광 유전자를 전나무에 넣어 어떤 자극이 있을 때마다 빛을 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빛을 내는 크리스마스트리용 나무가 따로 재배될지도 모른다. 여름의 반딧불이가 겨울의 크리스마스트리에 빛을 주는 셈이다.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닌가. 다만 겨울이라 좀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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