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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산 넘어 산, 세월호 특별법

집 나간 정치력, 속 터진 국민들

세월호 정국 대한민국 민낯과 적폐 고스란히 드러나 충격과 분노

  • 이종훈 정치평론가·정치학박사 rheehoon@naver.com

집 나간 정치력, 속 터진 국민들

집 나간 정치력, 속 터진 국민들

9월 30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로 국회 본회의가 2시간여 지연된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가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마침내 끝났다. 하지만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국민도 유가족도 여당도 야당도 불만족스럽다. 전쟁이 끝나면 승자도 패자도 허탈감에 빠진다. 이겨도 이겼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정치권은 세월호 정국에서 3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 첫째, 책임감 부족이다. 새누리당에 묻는다. 정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믿는가. 어쩔 수 없이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지만, 실은 원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적어도 새누리당의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는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세월호 특별법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후반 국정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의 세월호 사고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의혹까지 불거진 터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세월호 가족대책위)와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면에는 바로 그런 생각이 있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이는 처음부터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에 뜻이 없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온갖 적폐가 드러났고 이번 기회에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척결해야 한다고 목청껏 외쳤지만 구호에 불과했을 뿐, 진심은 진실을 덮는 데 있었다면 책임감 있는 정당이라 부를 수 없다.

합의했어도 모두가 불만족

새정치민주연합에도 묻는다. 정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최고 민생법안이라고 믿는가. 당 명운을 걸 정도로 중요한 법률이냐는 질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국민 이름으로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여러분을 국회로 보낸 사람은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아니라 국민이다. 국민은 7·30 재·보궐선거 결과로 세월호 심판론에 대해 분명하게 의사를 표시했다.



그 뜻을 받아 자기 책임하에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마무리해야 했지만, 여러분은 합의안이 나올 때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재가를 받는 데만 열중할 뿐이었다. 합의안이 혹시 역풍에 휘말릴 경우 그 책임을 가족대책위에 돌릴 생각이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는 행동이다. 국민이 새정치연합에 분노한 이유이자 정당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다.

두 번째 문제점은 위기감 결여다. 이번에는 새정치연합에 먼저 묻는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원직을 걸 생각인가. 그렇다고 답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동조단식도 불사했던 강경파 의원들이 그럴 것이다. 왜. 그 모든 강경 행위도 결국 재선을 목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국가적 위기, 국민적 위기 앞에서는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접을 줄도 알아야 한다.

강경론이 난무하는 속에서도 새정치연합 의원총회 참석률은 전체 의원 과반 출석을 겨우 넘기곤 했다. 진정으로 위기를 느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강경파도 온건파도 이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장은 2016년 총선 공천에 영향을 미칠 차기 당권이 개인적으로는 더 큰 관심사다. 세월호 특별법도 차기 당권 구도와 관련해 자기 이익 그리고 자기 계파의 이익에 맞는 방향에서 대처하면 그만이다. 그 이익 앞에서는 당도 국가도 중요하지 않다.

새누리당에도 다시 묻는다. 세월호 특별법으로 모든 적폐가 사라지길 바라는가. 그렇다고 답할 의원은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계가 그럴 것이다. 친박계는 새누리당에서도 본류에 해당한다. 박정희 정권 시절 정치 활동을 시작해 전두환, 노태우 정권을 거쳐 새누리당 내에서도 원로급에 해당하는 인물 대부분이 친박계다. 물론 친박계 중에도 신(新)박계가 없진 않은데, 신박계 일부조차 대를 이어 정치하는 경우다.

그들은 적폐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적폐 원조인 경우도 없지 않다. 시대가 바뀌어 그 적폐를 더는 관행이나 관례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는 어려워졌지만,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이 까발려지는 걸 원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그들은 덮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해온 사람들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으로 특별검사(특검)가 강도 높게 이어져도, 또는 당초 세월호 가족대책위나 야당이 주장했듯 진상조사위원회가 수사권과 기소권까지 행사했다고 해도 그들은 덮을 방법을 찾을 테고 그 방법은 꽤 유효할 것이다. 일부가 드러나 비난여론이 빗발쳐 2016년 총선이나 2017년 대통령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더라도 전모가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며 희생도 국부에 그칠 것을 그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세 번째 문제는 정치력 부재다. 세월호 정국이 길어진 가장 큰 이유는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정치력 부족 때문이다. 전임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대표 체제에서도 그랬고 혁신위원장을 겸임한 박영선 원내대표 체제에서도 그랬다. 무엇보다 당내 계파 갈등을 해소하는 것,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계를 견제하는 것에 한계를 노출했다. 결국 범친노계 문희상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되고 나서야 계파 갈등이 봉합 국면에 들어섰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도 문 위원장의 정치력에 힘입은 바 크다.

새누리당은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세월호 사고로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진 속에서 전당대회에서 서청원 최고의원을 김무성 대표가 이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일단 친박계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더욱이 김 대표 역시 범친박계에 속하기에 친박계가 노골적으로 대립각을 세울 수도 없는 처지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관련해 친박계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전권을 준 것도 내부 갈등을 피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결국 김 대표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집 나간 정치력, 속 터진 국민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10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박 원내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비상대책위원 회의가 열렸다.

책임감과 위기감 결여 ‘한심’

문제는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조화다. 당청관계라고도 볼 수 있는데, 박 대통령이 김 대표에 대해 과도한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그래서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고, 이것이 박·김 밀월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정치력이 최근 난조를 보이고 있다.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까닭이기는 하겠으나 청와대에 고립돼 있다 보니, 정치권 기류를 자주 놓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차라리 정치권에 맡겨두면 될 일에 개입한 결과,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더 지연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 막바지에 정의화, 김무성, 문희상 3자의 정치력이 힘을 발휘한 점이다. 세월호 정국에서 가족대책위의 단식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고, 새누리당 단독국회도 없었으며, 단상 점거 사태도 없었다. 정치권의 책임감 부족, 위기감 결여, 정치력 부재 속에서도 거둔 성과라면 성과라 하겠다.

개헌론이 힘을 얻는 중이다. 각 당도 혁신 경쟁에 나섰다. 개헌도 혁신도 이 3가지 문제점 해결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강한 책임감, 국가적·국민적 위기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위기감, 그리고 갈등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정치력으로 무장한 정치인을 길러내야 한다는 의미다. 2016년 총선거가 기회다.



주간동아 2014.10.06 957호 (p28~29)

이종훈 정치평론가·정치학박사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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