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유미의 우리꽃 산책

숲의 초록요정 다시 살아났다

광릉요강꽃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숲의 초록요정 다시 살아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희귀한 꽃은 무엇일까. 제주 한라산 서북 벽에서만 붙어사는 돌매화? 멸절 직전에 놓인 자생 풍란 혹은 나도풍란? 이에 못지않은 것이 바로 광릉요강꽃이 아닐까 싶다. 이름도 독특한 광릉요강꽃. 이 꽃은 난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난초과에서도 희귀하고 까다로우며 독특한 모양으로 유명한 시프리페듐(Cypripedium)속에 포함된다.

큼직한 잎(10~20cm)이 마치 치맛자락을 펼쳐놓은 듯하다. 잎자루도 없이 줄기에 마주보고 두 장씩 달려 시원하고 보기에도 좋다. 이름을 보고 짐작했겠지만 국립수목원이 자리한 광릉 숲에서 처음 발견됐다. 거기에 봄에 피는 꽃은 더욱 특별하다. 줄기 끝에 길이가 5~8cm 될 정도로 큼직한 꽃송이가 고개를 숙인 듯 또는 옆을 보는 듯 한 송이씩 달린다.

‘요강’은 순판(난초과 꽃잎의 아랫부분이 혀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부르는 말)이 마치 부풀어 오른 주머니 또는 항아리 모양 같다고 해서 옛 어른들이 붙인 이름이다. 이 귀하고 우아한 꽃에 요강이라니, 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도 혹 있겠지만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여기면 즐거워진다.

꽃 빛깔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독특하다. 꽃에서는 보기 어려운 연녹색, 갈색, 흰색, 연분홍색이 함께 있다. 모양이 신기한 데다 꽃이 희귀하기까지 하니 그 가치가 한층 높다 하겠다.

이 꽃을 이리도 보기 힘들게 된 것은 숲의 여건 변화도 한 이유이지만, 그보다는 희귀 난초를 수집하는 사람들의 남획이 가장 큰 원인이다. 푼돈에 양심을 판 사람들, 희귀한 난초면 반드시 자신이 소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집증적 수집가들이 광릉요강꽃을 자생지에서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로 내몰았다.



몇 해 전만 해도 광릉요강꽃을 한두 포기조차 구경하기 어려웠는데, 국립수목원 연구자들이 열심히 자생지를 찾아내고 보전해 지금은 아름다운 포기가 곳곳에서 살아나고 있다. 최근에는 싹이 터 꽃이 피고 지고 열매를 맺기까지 1년간의 기록을 미속촬영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이 경이로운 모습은 방송을 타기도 했다. 오랜만에 맛보는 보람이고 감동이다.

이런저런 일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지만, 이 땅 한구석엔 알아주는 이 없어도 묵묵히 의미 있는 일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아름답고 희망적인가. 숲을 숲답게 만드는 ‘초록요정’ 광릉요강꽃이 오래도록 우리 땅에서 우리 모두와 함께 살아가길 소망한다.

숲의 초록요정 다시 살아났다




주간동아 2013.11.25 914호 (p80~80)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7

제 1217호

2019.12.06

아이돌 카페 팝업스토어 탐방기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