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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미식생활

욕먹을 각오로 묻는다 조미료 쓰십니까?

식당과 화학조미료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욕먹을 각오로 묻는다 조미료 쓰십니까?

욕먹을 각오로 묻는다 조미료 쓰십니까?

화학조미료를 넣었을까, 안 넣었을까. 오래된 유명 식당들이 궁금한가. 가서 직접 물어보라.

최근 기획한 일이 있어 서울의 오래된 음식점을 돌고 있다. 음식점 주인이나 그곳에서 오랫동안 일한 분들을 인터뷰하고, 가능하면 주방도 살펴본다. 오래된 유명 음식점은 섭외하기가 쉽지 않다. 주인과 통화하기도 어렵다. 전화받은 직원이 자기 선에서 차단한다. “저희는 취재에 응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내가 음식점 주인이어도 그럴 것이다. 수십 년 장사 잘하고 있는데 어디에 어떤 소개 글이 나간들 이득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현명한 판단이다. 그래도 취재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쾌히 승낙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취재하면서 빠뜨리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다. “화학조미료를 넣으시나요?” 듣기에 따라 매우 불쾌할 수 있다. 유명 음식점인 데다 이미 여러 곳에서 화학조미료와는 거리가 먼 음식점이라는 평가를 받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평가를 믿을 수 없다. 내가 먹어보니 화학조미료가 들어갔다고 짐작할 수 있는 맛인데, 안 넣었다고 하니 의심하는 것이다.

화학조미료를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자연의 감칠맛도 화학의 감칠맛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화학조미료 첨가 여부는 질문을 하고 답을 듣는 것이 올바른 일이다. 절대 짐작으로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질문을 받은 그들은 대체로 솔직하다. 또 그 대답은 비슷하다. “넣습니다. 넣지 않으면 손님이 맛없다 하니 넣습니다.” 즉답을 피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속일 수 없는 일이니 스스로 짐작하라는 뜻의 답변을 하기도 한다. “저는 잘 모릅니다, 주방에서 하는 일이라.”

음식점을 다니면서 지금처럼 화학조미료 첨가 여부를 질문한 적이 없었다. 음식점 요리 대부분에 화학조미료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간혹 벽면에 “저희는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습니다”라고 적어놓았어도 그 집 음식이 ‘화학조미료 제로’가 아닐 수 있다. 여러 식재료에 이미 화학조미료가 첨가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필자가 이름난 음식점에 가서 다소 불쾌한 질문을 굳이 할 수밖에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짐작만 믿고 화학조미료가 안 들었다고 써놓는 일이 너무 흔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이런 일 때문에 그 음식점이 나중에 큰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음식점 종사자 누구도 화학조미료 첨가에 대해 말한 적이 없는데도 화학조미료를 안 넣었다고 기정사실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어떤 식으로든 그 음식점이 화학조미료를 넣는 것이 알려지면 거짓말쟁이가 될 수도 있다. 오랜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라도 대놓고 질문해 그 답을 적는 중이다.



음식점 주인은 화학조미료를 쓰는지 안 쓰는지 손님에게 고지할 의무가 없다. 음식점은 식품제조업 분야와는 다르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자신이 먹는 음식에 화학조미료가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궁금할 수 있다. 또 화학조미료 첨가 여부에 따라 그 음식점에 대한 평판을 달리할 수 있다. 만약 그것이 궁금하면 손님은 주인이나 지배인, 요리사 등 그 음식점 요리에 책임을 질 만한 위치의 사람을 불러 물어볼 수 있다. 만약 음식점 요리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글을 남기는 사람이라면 이를 물어보고 그 대답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그 음식점 사람들에 대한 예의다. 대충 짐작으로 “화학조미료 안 넣은 듯한 맛이다”라고 쓰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 음식점을 거짓말쟁이로 만들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주간동아 793호 (p62~62)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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