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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SURE | 채지형의 On the Road

오십천 물길 따라 은어 춤추고 복숭아 노래한다

경북으로 떠나는 여행 ① 영덕

  • 채지형 여행작가 www.traveldesigner.co.kr

오십천 물길 따라 은어 춤추고 복숭아 노래한다

오십천 물길 따라 은어 춤추고 복숭아 노래한다

1 은어 축제가 한창인 영덕 오십천. 2 대게의 고향, 강구항 거리. 3 창포말 등대와 해맞이공원.

“둥그리 하지 마시고 일렬로 서가 남쪽으로 죽 훑어가세요. 일렬로 후리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강한 경상도 사투리에 힘까지 잔뜩 들어간 목소리는 여행자들의 가슴을 콩콩 뛰게 만든다. 여기는 경북 영덕군 영덕군민 운동장 옆에 있는 오십천. 올해로 11번째를 맞이한 영덕 황금은어 축제 현장이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피서객들이 은어를 잡기 위해 물속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은어잡기 체험을 위해 남은 시간은 겨우 10분. 지금까지 각자 은어를 찾아다녔다면, 이제 모두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시간이다. 구성진 추임새를 넣어주는 안내자의 조언에 따라 사람들은 한 줄로 늘어서 한쪽으로 은어를 몰아간다.

“앞에 있는 분이 놓치면, 뒤에 있는 분이 얼른 잡으세요. 이게 억수로 빨라가, 삭 빠지고 뒤로 나옵니다. 끝까지 눈을 떼면 안 됩니다.”

마이크를 잡은 안내자의 목소리가 갈수록 빨라진다. 어떻게든 한 마리는 잡아야겠다는 의욕의 눈빛들과 그저 그렇게 함께하는 것이 즐겁다는 웃음들이 은어가 살고 있는 오십천 속으로 마구 쏟아진다.



‘삐익’ 하고 행사의 종료를 알리는 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은 흠뻑 젖은 몸과 약간의 아쉬움, 재미있는 추억을 담고 오십천에서 나온다. 아이들과 은어잡이 체험에 참여했던 한 부부는 체험행사에서 잡은 은어를 다시 놓아주기도 하고, 삼삼오오 친구들끼리 신나게 은어를 잡아올린 청년들은 즉석에서 은어구이를 해먹기 위해 바비큐 장으로 향하기도 한다.

꼬맹이들은 처음 해보는 고기잡이가 즐거운지 체험행사가 끝났는데도, 은어잡이를 할 때 필요한 반두(고기잡이에 쓰는 어망)를 놓지 않는다. 오십천에 마련된 자그마한 미끄럼틀에서 신나게 물놀이하는 아이들, 부모님 손을 잡고 오십천의 은어를 맛보기 위해 나선 청년들로 오십천은 계속 축제 분위기가 이어진다.

[ 가는 길 ]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서안동 나들목으로 나온 후, 34번 국도를 타고 안동을 거쳐 영덕으로 들어간다. 또 다른 길은 강릉을 통해 가는 것이다. 영동고속도로 강릉을 지나 7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는 방법이다. 서울에서 가면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수라상에 진상됐다는 영덕의 황금은어. 은어는 상류 하천의 일급수에서만 사는 민물고기로 영양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맑은 물에만 살다 보니 ‘수중군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은어의 제철은 여름. 여름이 되면 체내 지방이 증가해서 은어 맛이 최고가 되기 때문이다. 은어를 조리하는 방법은 주로 회와 튀김, 구이, 매운탕이다.

은어축제가 열리는 오십천은 영덕의 젖줄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하천으로, 50개의 지류가 합류해 하천을 이뤘다 해서 오십천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 오십천에 영덕 은어가 서식해 영덕군에서는 매년 여름 축제를 마련하는 것.

오십천을 중심으로 봐야 할 또 다른 것은 복숭아다. 오십천 물길 따라 복숭아 과수원이 끝도 없이 펼쳐졌기 때문. 오동통한 분홍빛을 반짝이는 영덕 복숭아. 만약 오십천에서 깜박 잊고 복숭아를 만나지 못했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영덕 어디에 가든지 복숭아를 가득 쌓아놓고 ‘한 상자 만원’이라고 쓴 팻말을 볼 수 있을 테니까.

한번 들어가면 마력에 빠져드는 강구항 대게거리

오십천 물길 따라 은어 춤추고 복숭아 노래한다

4 얼음이 담겨 있는 영덕 물회. 5 영덕의 상징인 대게.

영덕 대게는 봄이 제철이다. 3~4월 살이 포르르 오른 대게의 맛은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여름이 영덕 대게를 맛보는 데 최고의 철은 아니라는 말씀.

그러나 여름이라고 대게를 그냥 무시하고 돌아서기는 서운하다. 계에서 가장 긴 규모의 대게거리도 돌아볼 겸, 고려시대 태조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 대게의 본고장 모습도 볼 겸 강구항으로 향한다.

강구대교의 한가운데에서, 다리를 지키고 있는 대게의 조형물이 피서객들을 먼저 맞는다. 여름이지만 대게거리는 여전히 인산인해다. 주차장이 있지만, 넘쳐나는 차들로 길이 막혀 좀처럼 닿기가 쉽지 않다. 겨우 자리를 잡아놓고 마음 편하게 대게거리를 걷는다. 끝도 없이 이어져 있는 대게집들. 지금 파는 것은 대부분 러시아에서 가져온 수입산이지만, 대게 가게의 찜통에서는 쉴 새 없이 대게를 찌고 있다.

이곳에서 돈의 단위는 기본 5만원. 어떤 집은 7마리에, 어떤 곳은 10마리에 5만원이라고 한다. 크기와 개수의 차이가 있을 뿐, 열 집에 들어가도 열 집 모두 최소 기본가격은 똑같다. 친구와 단출하게 가거나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매운탕까지 끓여준다는 5만원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이럴 때는 강구파출소 앞의 난전에 가면 된다.

싱싱한 어류 전시장처럼 펼쳐져 있는 시장에서 게를 2~3마리만 직접 고른다. 그리고 대게를 쪄주는 곳에서 자릿세(찌는 데 5000원, 자릿세는 1인당 2000원)를 내고 대게를 맛보는 것이다. 이렇게 먹으면 실한 대게를 3만원 정도에 맛볼 수 있다. 대게를 먹기 위해서는 20분 정도 찌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알찬 살이 담긴 다리를 맛본 뒤 게의 몸통을 먹는다.

이때는 참기름을 살짝 떨어뜨려 밥 한 숟가락과 비벼 먹어보자. 사르르 녹는 고소한 맛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지막으로 알아둬야 할 한 가지. 게의 크기가 커서 대게라는 이름이 붙은 게 아니라, 몸통에서 뻗어나간 다리가 대나무처럼 생겨서 ‘대게’라고 부른다는 것.

사진장이들을 유혹하는 영덕 풍력발전소

강구항에서 기분 좋게 대게를 맛본 뒤에는 20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간다. 강구항과 축산항을 줄여 ‘강축 해안도로’라고 불리는 이 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도로로 꼽힐 만큼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무리 사람이 많은 피서철에 가더라도 동해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짙푸른 바다에 배경처럼 서 있는 말린 오징어들, 세상이 한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해맞이공원과 함께 대게 앞발 모양의 창포말 등대가 나온다. 하염없이 동해를 바라보고 있는 창포말 등대에서는 나선형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올라봐야 한다. 그윽한 눈빛으로 동해를 만났다면, 이번에는 바람의 언덕, 영덕 풍력발전소에 갈 차례다.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풍력발전소 중 하나인 영덕 풍력발전소는 다른 곳과 달리, 해안을 끼고 있어 남다른 경치를 뽐낸다. 80m 높이의 타워에 직경 82m에 이르는 거대한 날개를 자랑하는 24기의 풍력발전기. 멀리서는 바다와 잘 어우러지는 예쁜 바람개비처럼 보이는데, 가까이 가면 놀라운 크기에 두려움이 엄습한다.

풍력발전소는 사진 찍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는 곳이다. 어디에 렌즈를 가져다 대도 푸른 바다와 바람개비가 함께 들어가는 그림 같은 풍경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자신이 원하는 수많은 앵글로 이곳의 독특함을 담을 수 있어, 카메라를 들고 온 이들은 이곳에만 오면 분주해진다.

오십천에서의 신나는 재미, 대게와 복숭아가 주는 입안의 행복, 그리고 풍력발전소와 강축 해안도로에서의 낭만까지 경북 영덕으로 떠나는 여름 여행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주간동아 2009.08.18 699호 (p88~89)

채지형 여행작가 www.traveldesign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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