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8

2009.08.11

“술값 줄이고 성실히 모으면 30개월에 1억3000만원 뚝딱!”

실전 체험① ‘버블 폭탄’ 맞은 최영철 기자의 빚 청산 프로젝트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9-08-05 16: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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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값 줄이고 성실히 모으면 30개월에 1억3000만원 뚝딱!”
    2006년 11월3일 오후 2시, 장관급 인사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온 기자(41)는 꺼놓았던 휴대전화의 전원을 켜자마자 화들짝 놀랐다. 부재중 메시지가 20개나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발신자는 아내. 집에 큰일이 터진 듯했다. 아내는 죄지은 듯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 나 사고쳤어.”

    “무슨 사고?”

    “5억원에 집 계약했어. 평촌 인덕원역 부근에.”

    “무슨 돈으로?”



    “음… 부동산 아저씨가 계약금 5000만원을 한 달 동안 무이자로 빌려줬어.”

    “내가 집 사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지금은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정말 싸게 나왔대. 주변 아줌마들도 좋다고 하고. 나더러 알아서 하라고 했잖아.”

    당시 경기도 안양시 평촌 지역은 서울 강남 3구와 목동, 경기도 분당, 용인과 더불어 1년 새 아파트값이 두 배로 뛰며 ‘버블세븐’ 반열에 올랐다. 평촌에서 전세를 살던 우리 가족은 집주인의 아파트값이 1년 반 만에 두 배로 뛰는 걸 생생하게 목도했다. 하지만 ‘버블 붕괴론’을 확신하던 나는 그날 아침에도 “지금 집을 사야 한다”고 보채는 아내를 “좀 있으면 폭락한다. 그때까지 기다리자”고 다독인 후 집을 나섰다.

    그래도 고집을 꺾지 않는 아내에게 들릴 듯 말 듯 “그렇게 사고 싶으면 알아서 해”라고 짜증을 내며 문을 닫았는데, 아내는 바로 이 마지막 한마디에 방점을 찍었던 것. 시세보다 3000만원쯤 싸게 나온 버블세븐 아파트의 유혹은 남편의 ‘부동산 철학’보다 훨씬 더 강렬했다. ‘아줌마 부대’와 함께 부동산 버블신화의 일등공신이던 부동산업자들이 계약금을 1억원까지 무이자로 빌려주는 게 당시의 관행이었다.

    연이은 투자 실패의 대기록

    하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뒤. 나는 좀더 싼 이자로 돈을 빌리기 위해 은행을 찾아다녔다. 은행에서 빌린 돈만 1억7500만원(3년 거치 20년 균등상환). 회사 복지기금에서 빌린 4000만원(2년 거치 10년 상환)을 합쳐 대출금은 2억1500만원에 달했다. 남들은 “내 집 마련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지만, 아파트의 절반은 은행 소유나 다름없었다. 아내는 ‘버블세븐 불패론’을 들어가며 나를 안심시켰다.

    장기기증 서약까지 하고 싸게 받은 이자(연 5.81%)는 이후 야금야금 오르더니 2008년 10월 연 7%선을 넘어섰다. 회사 대출금 이자(연 4% 고정금리)를 합치면 매달 140만원에 가까운 이자가 급여계좌에서 빠져나갔다. 반면 집값은 2007년 상반기에 반짝한 뒤 급전직하했다. 집을 산 시점은 그야말로 꼭짓점. 상투 잡기 그 자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초반 3억2000만원선까지 떨어진 집값은 요즘 조금 올라 4억원. 버블세븐 아파트값이 2006년 말 꼭짓점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언론 보도는 우리 집과는 거리가 멀었다. 평촌 중심지인 학원가, 먹자골목에서 꽤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술값 줄이고 성실히 모으면 30개월에 1억3000만원 뚝딱!”

    한국재무설계 최민호 재무설계사(왼쪽)가 기자에게 재무상담을 해주고 있다.

    2007년 1월 졸지에 수억원의 부채를 떠안게 된 나는 외부 기고, 방송출연 등 가능한 모든 ‘부업’으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대출금리가 한창 오르던 2008년 8월에 2900만원, 2009년 2월에 1400만원을 갚았다. 그 덕분에 은행 빚은 1억3200만원으로 줄었다.

    그러던 와중에 터무니없는 욕심이 또 한 번 화를 불렀다. 펀드 열풍이 정점을 향해 달려가던,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해 최고점을 찍던 2007년 9월 애써 벌어놓은 1100만원의 목돈과 매달 30만원씩을 중국 펀드에 ‘몰빵’한 것이다. 당시 미래에셋을 비롯한 주요 금융사와 언론들은 너도나도 ‘중국으로, 중국으로!’를 외쳐댔다.

    중국 펀드가 너무 올라 국내 펀드에만 가입하려 했지만 은행에서는 굳이 중국과 베트남을 권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당시 국내 우량주식을 대상으로 한 펀드에도 월 25만원 적금식으로 가입해둔 것.

    다음해인 2008년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주식시장이 무너졌다. 워낙 하락폭이 컸던지라 그저 ‘어떻게 되겠지’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

    그러다 다시 은행을 찾은 것은 2008년 8월 말. 1100만원 예금식 중국 펀드의 수익률은 -36.87%, 월 30만원 적금식 중국 펀드는 -18.18%. 화가 치밀어 국내 펀드(수익률 -13.05%)만 놔두고 중국 펀드 적금 불입을 즉각 중단했으며, 이후 펀드통장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두 번 다시 펀드에 가입하는 일은 없으리라 다짐했다.

    그 사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치고 중국 펀드의 손실률은 60%를 넘어섰지만 다시 은행을 찾지는 않았다. 그래도 국내 예금 펀드 25만원을 계속 불입한 것은 ‘한국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끝장을 보자’는 심리도 있었다.

    빚과의 전쟁, 지피지기 백전백승

    2009년 2월 말 회사 대출금 4000만원에 대한 원금상환에 들어가고 은행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자 마침내 아내가 ‘결단’을 내렸다. 평촌 아파트를 전세 주고 아이들과 함께 대구에 있는 처갓집으로 들어가면서 전세금으로 받은 1억3000만원으로 은행 빚 700만원(아내가 개인적으로 빌린 돈 500만원 포함)만 남긴 채 정리해버린 것.

    졸지에 이산가족이 된 아내와 나는 3년 후인 2012년 2월 말까지 전세보증금을 모은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먼저 은행 이자로 나가던 월 130만원을 3년간 저축하기로 했다. 펀드에는 진저리를 쳤기에 아무 생각 없이 가까운 은행에 찾아가 이자가 가장 높은 적금에 가입했다. 이자는 세전인데도 3.50%(변동금리)에 불과했다.

    “술값 줄이고 성실히 모으면 30개월에 1억3000만원 뚝딱!”
    목표 달성을 위한 계산은 이랬다. 월 130만원씩 넣는 적금 이자가 계속 오르고(원금 4680만원+3년 이자 468만원=5148만원), 중국 펀드가 3년 후 모두 회복되며(1100만원+300만원=1400만원), 여기에 적금식 국내 펀드가 원금 대비 20%의 수익률을 보이면(25만원×54개월=원금 1350만원+이자 270만원=1620만원) 얼추 목표 달성이 가능할 듯했다.

    저축 및 펀드로 번 8168만원에 내가 혼자 살고 있는 오피스텔 임대 보증금 4000만원과 생활여유자금으로 통장에 넣어둔 1200여 만원을 합치면 1억3368만원이 된다는 셈법.

    하지만 이는 모든 게 우리 생각대로 될 때를 가정한, 그야말로 막연한 기대치일 뿐이었다. 그러던 지난 7월 초 한국재무설계 소속 재무설계사 최민호(36) 씨를 우연히 만났다.

    최씨는 2002년 당시 20대의 나이에 억대 연봉을 받는 보험설계사로 ‘주간동아’ 커버스토리에 소개된 바 있는 옛 취재원. 그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재무설계사로 변신해 있었다. 내 사연을 들은 그는 “어떻게 그렇게 상투만 열심히 잡았냐. 일부러 그렇게 하기도 힘들겠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최고점에 집을 사고 최정점에 중국 펀드에 ‘다 걸기’를 한 반면, 집 전세는 최저점에서 줬다는 것(현재 평촌의 아파트 전세보증금은 1억7000만원을 넘어섰다).

    게다가 “왜 적금은 이자가 가장 싼, 그것도 하필이면 은행에 가서 넣었냐”며 핀잔을 했다. 하지만 나의 전반적 재정 상태에 대해선 “악재들이 겹친 것을 고려하면 꽤 양호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목표의식이 분명하다’는 데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나 나름의 재무설계에 대해선 “이대로는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은행 적금의 3년 누적 이자가 10%라 해도 예금이 아니라 적금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원금의 10%가 될 수는 없고 △중국 펀드가 제자리를 찾는다는 보장이 없으며 △적금식 국내 펀드 역시 원금 대비 20% 이상의 수익률을 낸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었다. 그는 내 계산 방식에 대해 “재수나 요행을 바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이참에 정식으로 최씨에게 재무설계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그는 먼저 내 수입과 지출 등 현금흐름표와 자산부채표를 만들어보자고 제의했다. 그게 있어야 목표치 달성을 위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

    최고의 재테크는 ‘술값 절약’

    “술값 줄이고 성실히 모으면 30개월에 1억3000만원 뚝딱!”
    7월22일 현재의 자산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펀드에 가입한 은행을 근 1년 만에 다시 찾았다. 중국 주가가 꽤 올랐음에도 중국 펀드 예금은 1100만원에서 588만원으로(수익률 -46.51%), 적금은 300만원에서 207만원(수익률 -30.7%)으로 각각 줄어 있었다.

    다만 손실률이 40% 직전까지 추락했던 적금식 국내 펀드는 수익률이 플러스로(+3.06%) 돌아서 원금 544만원보다 많은 561만원이 돼 있었다.

    여기에 월급통장에 들어 있는 생활여유자금 1200만원, 오피스텔 보증금 4000만원, 월 130만원씩 6개월간 불입한 은행 적금 780만원을 합치면 총 자산은 7336만원. 고정자산인 아파트(현 시가 4억원)와 주택청약저축 400만원은 제외했다. 빚을 청산하기 위한 재무설계이기에 고정자산은 포함시킬 필요가 없고, 주택청약저축은 예치된 돈을 담보로 400만원을 빌려썼기 때문에 자산으로서의 의미가 없었다.

    반면 부채는 은행 빚 700만원, 전세보증금 1억3000만원, 회사 대출금 4000만원 등 모두 1억7700만원. 회사 대출금은 고정금리 4%로 이자가 시중보다 싸고 이미 원금과 이자가 월급에서 공제되고 있으므로 일단 전체 부채 통계에선 빼기로 했다. 이 빚은 정 안 되면 퇴직금에서 공제해도 된다. 문제는 전세보증금과 은행 빚이었다.

    그 다음엔 현금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수입과 지출 내역을 살펴봤다. 외부 기고 등 ‘부업 실적’에 따라 들쑥날쑥하긴 해도 한 달 평균수입은 약 550만원. 한 달 지출은 두 아이 사교육비 100만원, 가족 생활비 130만원, 내 생활비 75만원(오피스텔 월세 포함), 술값 80만원, 은행 적금과 펀드 적금을 포함해 총 540만원. 그래도 수입과 비교하면 가처분소득이 10만원은 된다.

    이번에 평균 지출내역을 만들면서 내가 술값을 이렇게 많이 쓰는지 처음 알았다(몇몇 지인은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술값의 대부분은 취재원 접대 혹은 후배 격려를 위한 ‘품위유지비’라고 자부한다). 최씨는 “여기까지 준비했으면 절반은 끝낸 셈”이라고 말했다. 모든 재테크는 자신의 재무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1억3000만원 부채 청산 목표 시기인 20012년 2월까지 남은 시간은 2년6개월.

    최씨는 재무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시간이고, 주어진 시간 동안 늘 목표를 가슴에 안고 계획대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대뜸 “최 기자는 어떤 성향의 투자자냐”고 물었다. 적게 벌어도 안전한 투자를 원하느냐, 아니면 손실 위험이 좀 있어도 큰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를 원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적게 벌어도 원금 손실은 없는 투자를 원한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최씨는 재무설계에서 시간만큼 중요한 게 투자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안전형 투자자가 고위험형 투자를 했다가 실패하면 우울증에 시달리는 등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극단적인 경우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는 것. 투자 방향성을 안전형으로 선택한 뒤 본격적인 재무설계에 들어갔다.

    첫 번째 구조조정 대상은 연이자 3.5%에 불과한 은행 적금. 최씨는 5000만원까지 법으로 예금자보호가 되는 고금리 상호저축은행 적금상품을 놔두고 왜 굳이 은행 적금을 선택했는지 의아스러워하며 “좋게 보면 너무 바빠서 그랬을 것이고, 나쁘게 보면 게을러서 그런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고는 은행 적금 불입을 당장 중단하라고 말했다.

    그 대신 6개월간 불입한 780만원과 생활여유자금에서 뺀 220만원을 합쳐 1000만원을 만든 뒤 연이자 5.0% 이상의 상호저축은행 예금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했다(1000만원까지는 세금우대). 이렇게 하면 2년6개월(30개월) 후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1150만원을 모을 수 있다.

    또한 은행에 적금하던 월 130만원에 술값 지출에서 줄인 20만원을 합쳐 매달 150만원을 또 다른 상호저축은행의 6% 이상 최고 금리 상품에 넣으면 30개월 후에는 원금과 이자 총액이 최소 4850만원에 이른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예금 1150만원에 4850만원을 더하면 저축은행 예·적금만으로도 6000만원 이상이 확보되는 셈.

    문제는 단돈 20만원이라도 술값을 줄이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씨는 임신부처럼 툭 튀어나온 내 배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건강에도 안 좋은 걸 뭘 그리 많이 마시냐”며 “사실 최고의 재테크는 절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당장 신용카드 사용을 중지하라고 주문했다.

    현금영수증 발행이 정착되면서 현금을 써도 연말정산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데다 최근에는 5만원권이 나와 지갑이 두툼해질 일도 없다는 것. 게다가 웬만한 술집은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카드 수수료만큼 술값을 깎아주니 1석3조라는 주장이다. 최씨는 “신용카드엔 저축 기능은 없고 소비 기능만 있을 뿐이다. 신사임당 얼굴을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나서라도 술값을 적게 쓸 것”이라며 웃었다.

    내 수익률은 내가 지킨다

    그러더니 한술 더 떠 “이왕 줄이는 거 술값에서 40만원쯤 더 줄여 국내 펀드에 넣자”고 했다. 거기에다 매달 확보되는 10만원의 가처분소득을 합해 50만원을 국내 성장형 펀드에 불입하라고 하면서, 큰 욕심 내지 말고 매년 8% 정도의 수익만 내겠다고 마음먹으라고 덧붙였다. 즉, 월평균 술값 80만원 가운데 60만원을 줄여 20만원은 적금에 넣고, 40만원은 한 달에 쓰다 남은 돈 10만원을 합해 국내 성장형 펀드에 넣으라는 것이다.

    최씨는 내년부터 경기가 본격 회복기에 접어들면 그 정도의 수익은 무난하게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각종 그래프와 도표, 수치를 제시하면서 설명했다. 최씨는 또 “최근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국내 펀드도 30개월을 넣으면 매년 8% 이상의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니 그냥 놔두고, 지난해 불입을 중지한 적금식 중국 펀드와 예금 795만원(적금 207만원+예금 588만원)은 모두 환매해 은행 빚 700만원을 털어내라”고 조언했다.

    “술값 줄이고 성실히 모으면 30개월에 1억3000만원 뚝딱!”
    대출금 중도 상환수수료 몇십만원을 내고 나면 술 한 잔 마실 돈이 겨우 남았다. 최씨는 몇십만원 안 되는 자투리 돈도 생활여유자금 통장에 그대로 넣으라고 했다.

    그리고 생활여유자금이 담긴 은행통장을 이자가 한 푼이라도 더 많은 CMA 통장으로 바꾸라고 권했다. 비상예비자금이 1000만원 이상 통장에 있으므로 가처분소득은 늘 0원이 되도록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어쨌든 이로써 중국 펀드 가입 2년 만에 투자 원금 1400만원에서 600만원을 손해보고 손을 털게 됐다.

    이렇게 술값을 줄이고 투자처를 재편성한 경우의 30개월 후 결과 예상치는 놀라웠다. 2007년 2월부터 월 25만원씩 넣은 국내 펀드는 연 8% 수익을 기준으로 약 1600만원, 술값을 줄여 50만원씩 넣은 국내 성장형 펀드도 같은 기준으로 약 1800만원이 돼 펀드로만 3400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또한 저축은행 예·적금에서 나올 6000만원을 합치면 9400만원. 여기에 오피스텔 보증금 4000만원을 더하면 생활여유자금을 고스란히 남기고도 1억3400만원이라는 거금이 2012년 2월에 만들어진다는 결론이 나왔다. 목표 달성!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세 가지 투자 원칙

    최씨는 “이런 재무설계가 현실화하려면 최 기자의 노력과 투자 마인드 변화가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세 가지 투자 원칙을 제시했다. 이는 투자를 하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가까운 것이었다. 첫째, 개미의 투자에 대박이란 없다. 둘째, 마이너스가 있어선 안 된다. 셋째,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상품에만 투자한다. 투자에 대해 평가할 때 절대 남 탓을 하지 말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예를 들어 은행이 어떤 감언이설로 권유했다고 해도 통제하지 못하고 내역도 알 수 없는 중국 펀드에 가입하겠다고 최종적으로 도장을 찍은 것은 나였고, 아내가 집을 산 것도 내가 귀찮다는 듯이 말한 “알아서 해”라는 한마디 때문이었다. 최씨는 “나 자신이 알 수 없고 통제 불가능한 투자를 할 때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게 ‘비자발적’ 장기투자”라면서 “집이나 중국 펀드도 결국 최 기자의 투자 철학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제 남은 일은 새로운 투자 포트폴리오를 실천에 옮기는 것. 최씨는 언젠가 하루 날을 잡아 내 동선(動線)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설계대로 이행하는지 지켜보겠다고 약속했다(무료로 재무설계를 해준 것도 고마운데!).

    재무상담을 받으면서 깨달은 사실 가운데 하나는 부동산 투자는 물론 금융상품 하나에 가입하더라도 발품을 팔면 판 만큼, 분석과 비교를 하면 한 만큼 수익이 따르고 위험은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아무리 바빠도 내 수익률은 내가 꼭 챙기고, 정기적으로 배달되는 펀드 투자성과 보고서도 꼼꼼히 읽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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