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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경기 상승 올라타는 實·戰·재태크 01

경기가 웃는다 그러나 조심하라!

‘최악 탈출’로 분위기 반전 … 내년 본격 회복기 대비해야

  •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msoh@lgeri.com

경기가 웃는다 그러나 조심하라!

경기가 웃는다 그러나 조심하라!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2.3%로 나왔다. 어느 정도 예상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각각 -5.1%, 0.1%인 점을 고려하면 장마 속 햇살처럼 반가운 실적이다(뒤 페이지 그래프).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우리 경제는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경기가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8.6% 감소했는데, 외환위기 때 최저치가 -13.6%인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말 한국의 경기하락 속도는 경제위기 때보다도 빨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올 들어 글로벌 경제환경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우선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리먼 사태 직후 단기금리가 치솟는 등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은 어느 금융기관도 믿고 자금을 빌려줄 수 없을 만큼 암흑 같은 상황이었다.

결국 미국 정부를 중심으로 유례없는 부실기업 구제금융과 자본 확충, 과감한 유동성 지원 조치가 이뤄지면서 주요국 금융시장이 극도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현재는 금융기관 간 자금거래나 기업 및 가계 대출이 서서히 재개되는 상황.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완화되면서 중단되다시피 했던 각국의 경제활동도 재개됐다. 현금 확보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재고를 줄이던 업체들이 주문을 다시 늘리기 시작했고, 공장 가동을 거의 중단했던 제조업체들도 서서히 생산을 늘리고 있다.



꾸준히 소비를 줄여온 소비자는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을 위주로, 자동차·가전 같은 내구재를 중심으로 조금씩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아직도 세계경제는 여러 불안요인을 안고 있지만 적어도 대공황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났다는 신뢰가 형성됐다.

경기상승을 이끄는 3대 요인

한국은 금융위기 초기엔 매우 가파른 경기하락을 경험했지만 그 후엔 오히려 다른 나라들보다 상황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 경제만의 고유한 요인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중 가장 큰 부분이 원화 약세다.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는 주요국들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일본 중국은 위기 때 오히려 화폐가치가 상승했고, 대만 브라질 러시아 인도 영국 등 대부분의 나라는 화폐가치가 하락했다. 올해 1~4월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 원화는 아이슬란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보다 통화의 절하(가치 하락) 폭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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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세계적 수요 둔화로 생사의 기로에 섰던 우리의 주요 수출산업에 큰 힘이 됐다. 특히 일본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전자, 자동차, 화학 등의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미국 수입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점유율이 약 0.5%포인트 상승한 반면, 일본은 동일한 정도로 점유율이 하락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런 현상은 중국이나 다른 시장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원화가치 하락과 적극적인 마케팅, 그동안 향상된 제품 개발력 등에 힘입어 자동차, LCD, TV, 휴대전화 등에서 일본 미국 등의 선진 기업들이 차지했던 시장을 잠식해나가는 것이다.

원화가치 하락은 수입가격 제품을 상승시켜 국내 물가에 부담이 된 측면이 있지만, 수입 제품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고 해외 소비와 여행을 억제해 경상수지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금융위기로 해외자본이 이탈하는 상황에서 1~5월 기록한 약 165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는 우리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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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도 경제가 비교적 빠르게 개선되는 데 기여한 측면이 크다. 올해 예상되는 경기부양책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3%로 다른 주요국들보다 크다.

이는 상반기 경제성장률 상승을 이끌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2분기의 정부 지출 증대는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1.9%포인트 상승시켰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도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 원유의 평균 수입단가가 배럴당 4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수입비용이 크게 감소했는데, 만약 이 수준이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연간 GDP의 5.6%에 해당하는 수입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해외 원자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우리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줄어들었고, 이는 다른 재화나 서비스를 살 수 있는 구매력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요인들로 우리 경제가 비교적 빠르게 경제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아직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하긴 어렵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 안팎이라면 적어도 전기 대비 성장률이 1% 이상을 유지해야 확실하게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는데, 하반기에는 다시 성장률을 둔화시킬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하반기 성장 둔화 예상, 불안 요소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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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LCD TV 생산라인.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우선 세계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는 데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의 시장’ 노릇을 하며 고성장을 주도해온 미국은 당분간 저성장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 가계는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비보다 저축과 부채 청산에 주력하는 형편이다.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가계 저축률이 7%에 육박하는가 하면 실업률은 10%를 눈앞에 뒀다. 신용카드 대출이나 모기지 대출 연체율도 아직 상승세에 있어 조기에 미국의 소비가 되살아나기는 어려운 상황. 또한 독일 일본 같은 제조업 중심의 선진국들은 교역 위축으로 산업생산 측면에서 미국보다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은 하반기에 성장세가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수출보다는 내수 중심의 성장이어서 과거처럼 ‘고수출 → 고수입’의 성장 패턴을 보이진 않을 것이다. 이처럼 세계 수요가 충분히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만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환율이나 유가, 정부정책 효과 등 상반기에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던 요인들도 하반기에는 다소 힘이 약해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는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며, 국내외 불안요인들이 해소되는 연말이나 내년부터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이나 가계는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났지만 지나친 낙관론에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향후 경기 패턴과 새로운 경제환경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성장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

과거 대공황이나 오일쇼크 같은 경제위기 때도 산업계에는 다양한 구조변화와 기술혁신이 나타났다. 위기로 인해 축소된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인 결과 새로운 기술혁신과 제품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 위기 이후의 승자로 부상한 것이다. 이번 위기도 결국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에 절호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주간동아 2009.08.11 698호 (p12~15)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msoh@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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