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8

2009.08.11

‘해양 스포츠’ 천국 일본 미야자키

온화한 기후, 아름다운 바다환경 … 서핑에서 스킨스쿠버까지, 상상 그 이상의 바다체험

  • 미야자키현=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08-05 1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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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 스포츠’ 천국 일본 미야자키
    또다시 여름이다. 남국의 화끈한 유혹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일본 미야자키 공항에 첫발을 내디디자 태양의 열기는 잠시 숨 고를 틈도 없이 사람을 압도해왔다.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훔쳐보지만 이내 포기. 차라리 더위를 즐기는 편이 나을 듯하다. 길 따라 피어난 꽃들이 남국의 정취를 한껏 뿜어낸다.

    연평균 17.0℃ 사시사철 온화한 날씨

    미야자키현(宮崎縣)은 규슈(九州) 남동부 태평양에 맞닿은 현이다. 섬나라 일본에선 어디서나 쉽게 바다를 볼 수 있지만, 미야자키에서 바라보는 태평양은 특별하다. 일본의 전통문화와 남국의 이국적 정취가 교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연평균 기온은 17.0℃, 연 강수량은 2435mm로 습하고 더운 고온다우 지역에 속한다.

    미야자키는 일찍부터 골프와 프로야구팀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명성을 떨쳤다. 미야자키에는 약 30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그중 12개가 시내 중심부에서 30분 거리에 있다. 사철 온난한 기후 덕분에 연중 플레이가 가능하다. 특히 피닉스 시가야 리조트(Sheraton Resorts Phoenix Seagaia)에 있는 피닉스 컨트리클럽은 타이거 우즈가 출전해 세계인의 관심을 모은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의 개최지로 유명하다.

    프로 스포츠구단의 전지훈련지로도 각광을 받는다. 지난 수십 년간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스프링 캠프로 사용한 산 마린 스타디움도 이곳에 있다. 한국의 두산 베어스, 기아 타이거즈도 겨울 전지훈련 장소로 미야자키를 즐겨 찾는다. 또 니치난(日南) 해안공원에 속하는 아오지마(靑島) 등의 경승지와 남국의 아름다운 풍광에 힘입어 일본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꼽히기도 했다.



    연간 4만여 명의 한국 관광객이 미야자키를 찾는다. 겨울에는 골프, 봄가을에는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이 대다수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린 스포츠가 미야자키의 여름을 즐기는 새로운 관광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미야자키엔 고이가우라부터 기타우라까지 남북으로 400km의 해안선이 길게 뻗어 있다. 마린 스포츠를 즐기기에 최적의 환경. 바나나보트, 스킨스쿠버, 시카약, 스노클링, 서핑 등 바다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단단히 각오해야 할 거야.”

    바나나보트를 타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미소를 흘리며 한마디 던진다. 그 웃음의 의미를 알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상 제트기가 짙푸른 바다를 향해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자 차분하던 분위기는 한순간에 공포로 바뀌었다. 손잡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젖 먹던 힘까지 써봤지만 하늘을 가르는 속도엔 속수무책.

    ‘해양 스포츠’ 천국 일본 미야자키
    한 명이 스피드를 이기지 못해 튕겨나가자 줄줄이 바닷속으로 빠져들었다. 소금물을 한 통씩 마시고 난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보트에 다시 올라탔다. 이렇게 물에 빠져들기를 서너 번. 겨우 해변으로 돌아오자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바나나보트가 최고”라면서 혀를 내둘렀다.

    여름바다 아름다움 재발견

    스킨스쿠버 다이빙도 빼놓을 수 없다. 1년 내내 다이빙 시즌이 이어진다. 특히 서에서 북으로 바람이 부는 11~3월엔 투명도가 15~20m에 이르러 가장 즐기기 좋다. 미야자키는 열대와 온대의 중간에 자리해 방어 등의 회유어는 물론 바다거북과 아름다운 열대어까지 다양한 어류가 분포한다. 난고초를 중심으로 한 미야자키 남부의 니치난 해안, 노베오카시에서 기타우라까지를 중심으로 미야자키 북쪽의 남기타우라 해안이 주요 다이빙 포인트.

    ‘해양 스포츠’ 천국 일본 미야자키

    미야자키에서는 다양한 마린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서핑에서부터 바나나보트, 스킨스쿠버 다이빙, 시카약까지 바다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다.

    몸매를 확실하게 드러내는 스킨스쿠버 복장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바닷속에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하다. “아~ 오~ 이~” 입으로 숨 쉬는 방법을 배워가며 입수 준비 완료. 조심스레 깊은 바닷속으로 빠져들었다. 바다에는 두 가지 세상이 있다. 바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세상과 바다 안에서 바라보는 세상. 낯선 침입자를 경계하는 듯하던 물고기들도 어느새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저 밑에는 뭐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은 자꾸만 물밑으로 이끈다. 아름다운 바다의 매혹에 점점 빠져드는 찰나 “위험하니 뭍으로 가자”는 교관의 손길에 다시 바다 밖 세상으로 나왔다.

    아쉬운 마음을 서핑으로나마 달래본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백사장 사이로 검게 그을린 사람들이 자기 키보다 큰 서핑보드를 들고 돌아다닌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당한 파도가 치는 미야자키 앞바다에는 많은 서핑 포인트가 있다. 기사키하마, 오쿠라가하마, 고이가우라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4대 서핑대회(WQS) 개최지이기도 하다.

    낑낑거리며 서핑보드를 들고 나왔지만, 바다에 들어가기는커녕 무작정 해변가를 따라 걷기만 한다. 뜨거운 태양에 백사장은 익어가고, 출발지가 아득히 보일락 말락 해질 때쯤에야 걸음을 멈췄다. 바다에 들어가기 전 준비운동의 일환이었다 해도 이렇게 힘을 빼고서야 서핑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물에 들어가자 그런 생각은 기우에 그쳤다.

    바다는 언제나 기운을 샘솟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서핑보드에 배를 대고 엎드려 있다 파도가 치는 순간 벌떡 올라선다. 이론은 명료했지만 몸이 따르지 않는다. 현실은 냉혹했다. 균형을 못 잡고 물에 고꾸라지기 일쑤. 칠전팔기. 겨우 타이밍을 맞춰 서핑보드에 몸을 실어 앞으로 나갔다.

    “성공이다” 외마디 소리를 지르자마자 다시 풍덩 빠지고 말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서핑은 처음 배우는 사람도 단시간에 웬만큼 익히고 즐길 수 있다. 특히 전문강사들이 있는 아오시마팜비치 호텔 서핑센터의 2시간짜리 서핑 강습은 많은 사람이 찾는 인기 코스.

    흔히 여름바다가 아름다운 것은 거친 파도 넘어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의 고요함 때문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마린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거친 파도가 주는 희로애락이 진정한 여름바다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한다. 정답은 없다. 올여름 미야자키현에서 여름바다의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 문의 : 미야자키현 서울사무소(서울 중구 태평로 1가 61-1코리아나호텔 606호, 02-736-4755~7, http://www.kankomiyazaki.jp/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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