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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헐, 고양이가 사람을 조종한다고?

“다양한 울음소리로 주인 행동 이끌어내” 英서 연구 결과 발표

  •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헐, 고양이가 사람을 조종한다고?

헐, 고양이가 사람을 조종한다고?

영국 서섹스대 연구진에 따르면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사람의 감수성을 파고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직장인 김모 씨는 홀로 자취를 하며 고양이를 기른다. 새끼 고양이를 처음 데려왔을 때만 해도 김씨는 낮 동안 혼자 있을 고양이 생각에 근심이 많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서도 잘 지내는 고양이를 본 김씨는 안심하고 집을 나설 수 있게 됐다.

흔히 고양이를 두고 ‘독립성이 강하다’ ‘깔끔하다’고 말한다. 실제 고양이를 길러보지 않은 사람도 고양이는 혼자 있어도 잘 지내는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와 주인 사이에는 가끔씩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고양이에게 ‘강요’란 있을 수 없다. 자신이 필요할 때 응석을 부리다가도 내키지 않으면 서슴없이 뒤돌아서는 냉정한 면모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과 고양이 가운데 누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걸까. 최근 영국 서섹스대 연구진은 고양이가 울음소리로 사람을 조종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7월14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는 아주 명료했다. 양자의 관계를 주도하는 측은 고양이라는 것. 고양이가 내는 울음소리는 그때그때 다르게 들린다. ‘야옹’ 소리부터 ‘그르렁~’ 소리까지 나름의 특성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아기와 고양이 울음소리의 유사성을 밝히는 데 치중했다.

‘그르렁’에 사람 감수성 자극



연구진에 따르면, 고양이 주인들은 자신의 고양이가 즐거울 때 ‘그르렁’ 소리를 낸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양이는 배고플 때 먹이를 달라는 신호로 그런 소리를 낸다. 연구팀은 특히 고양이가 내는 그르렁 소리를 많은 사람이 성가시게 생각하면서도 절대 무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매컴 교수는 “그르렁 소리가 아기 울음소리에 민감한 사람의 감수성을 파고드는 효력을 지닌다”고 보고 있다. 그는 “우리가 흔히 만족감의 표현이라고만 생각하던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실제로는 주인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미묘한 구실을 한다”면서 “그르렁 소리는 야옹 소리보다 더 잘 받아들여진다”고 분석했다.

결론은 명쾌했지만 실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연구진은 고양이 주인들에게 자기 애완동물의 울음소리를 녹음하게 했다. 고양잇과 동물은 평소 주인 앞에서는 ‘그르렁’거리며 우는 반면, 낯선 사람 앞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실험은 고양이가 배고플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울음소리를 구분해 진행했다. 모두 10마리의 고양이가 참가했다.

연구진은 그 녹음 소리를 한 번도 고양이를 길러보지 않은 사람이 포함된 50명의 실험 참가자에게 들려주고 반응을 살폈다. 배고플 때의 고양이 울음소리에는 고음(높은 주파수)이 많이 섞여 있었다. 또 울음소리도 전반적으로 컸다. 이런 소리를 들은 참가자들은 대부분 고양이가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배고프지 않을 때의 고양이 울음소리를 실험 참가자에게 들려줬다. 그러자 울음소리가 절박하게 느껴진다고 답한 실험 참가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에 대해 매컴 교수는 “배고프지 않을 때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더 저음으로 들린다”면서 “고양이가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사람에게 확실히 호소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울음소리의 높낮이와 크기에 따라 사람들이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고양이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 눈치 보는 개와 큰 차이점

개도 그런 점에서 고양이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 개 역시 고양이처럼 사회성이 강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인간처럼 사회성이 강한 동물은 행동 하나하나를 사회성에 기반을 두는 경향이 있다. 인간 사회에서 누가 한 번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도 금방 따라하듯, 개들도 동질감을 가지려는 특성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사람이 하품을 하면 개도 따라하는지 여부를 관찰한 실험을 들 수 있다. 동물행동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사람이 하품하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라할 확률이 침팬지는 30%인 데 비해 개는 50% 이상으로 나타났다. 개가 사람에게 처음 길들여진 시기는 1만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오랜 시간 동안 개들이 다른 어느 동물보다 사람에게 강한 동질감을 느끼게 됐다는 주장이다.

개가 사람의 표정을 읽는다는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개들은 본능적으로 사람의 오른쪽 얼굴을 먼저 쳐다보는 경향이 있다. 사람의 오른쪽 얼굴은 감정이 가장 풍부하게 나타나는 부분으로, 사람도 다른 사람의 오른쪽 얼굴을 먼저 보는 경향이 있다. 개들은 다른 동물을 볼 때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개 역시 사람의 눈치를 본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개와 고양이는 사람과 유대감을 갖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는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개가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경향이 있다면, 고양이는 주인으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자기의 의도를 따르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람을 다룰 줄 아는 고양이. 고양이는 사람을 다루는 기술을 대부분 주인과 일대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터득한다. 고양이가 사람 머리 위에 있는 셈이다. 물론 모든 고양이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단언하긴 힘들다. 독립생활을 영위하는 들고양이, 도둑고양이의 행동 패턴은 이번 연구의 대상이었던 집고양이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9.08.11 698호 (p70~71)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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