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8

2009.08.11

브라질을 매혹시킨 “오, 패션 코리아”

한국패션문화協 개최 상파울루 ‘AIR FROM KOREA’ 전시·포럼에 열띤 호응

  • 상파울루=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9-08-05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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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을 매혹시킨 “오, 패션 코리아”

    <B>1, 2</B> 브라질 상파울루 주립박물관에서 7월27일까지 전시한 한국의 패션아트 작품과 한복디자이너 김혜순 씨의 한복. 교포들과 브라질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우리가 브라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2002 한일월드컵 우승국, 펠레와 호나우두의 나라. 축구, 그리고 또 축구뿐인 것은 아닐까.

    한국과 정확히 12시간 시차가 나는 지구 정반대 쪽의 이 나라에도 무려 5만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들이 2억 인구를 가진 거대국 브라질 의류산업의 60% 이상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이 먼 곳에 한국으로부터 불어온 신선한 바람이 큰 환영을 받았다. 한국 패션디자인 관련학과 교수와 디자이너 250명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사)한국패션문화협회(FCA)가 한·브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7월7일부터 27일까지 브라질 상파울루 주립박물관(Museu da Casa Brasileira)에서 한국의 패션아트를 선보이는 전시 ‘AIR FROM KOREA’를 열었기 때문이다.

    특히 7월8일에는 전시를 위해 직접 브라질을 찾은 패션디자인 관련 교수 14명이 참석한 가운데 ‘차세대 의상 디자이너를 위한 패션포럼’ 등 다양한 토론회를 개최해 특히 젊은 교포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한국인들이 브라질 의류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반영하듯, 현지 언론들의 관심도 높았다.

    브라질을 매혹시킨 “오, 패션 코리아”

    <B>3</B> 상파울루 주립박물관에 ‘AIR FROM KOREA’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B>4</B> 상파울루 주립박물관의 기술감독과 총괄감독, 최현숙 (사)한국패션문화협회 회장, 김순태 총영사(왼쪽부터). 총괄감독 미리엄 러너(Miriam Lerner) 씨는 “한국과 브라질 수교 50년을 기념하는 초청전을 이곳에서 연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며 “한국적 색과 디자인이 대단히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B>5</B> 뜨거운 열기 속에 열린 ‘차세대 의상 디자이너를 위한 패션포럼’에서 금기숙 교수(홍익대 패션디자인학)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교포들 브라질 의류산업 60% 담당



    “이민 온 한국 교포 1세 대부분이 의류사업으로 돈을 벌고 중산층 이상으로 진입했어요. 그리고 젊은 2세, 3세 상당수는 ‘산타 마르셀리나’ 같은 브라질의 디자인 명문대에 진학하거나 미국과 유럽으로 유학 가서 패션을 공부하죠. 이들은 부모들이 물려준 ‘돈 되는’ 가업과 자신들이 원하는 예술적 디자인 작업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겪고 있어요. 이런 시기에 고국의 패션디자인 관련학과 교수들이 대거 방문한 것 자체가 흥분할 만한 사건이죠.”

    브라질의 유명 내셔널브랜드 ‘그레고리’의 디렉터로 현지에서도 주요 패션인사로 꼽히는 이민 1세대 한국인 베로니카 박씨가 전시를 보고 들려준 말이다. 브라질의 상파울루는 라틴 패션의 1번지라 불리며 최근 세계 패션의 중심 도시로 부상했다.

    유명한 슈퍼모델 지젤 번천을 낳은 곳이기도 하다. 중남미의 고가 패션을 대표하는 ‘상파울루 패션위크’가 열리면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한다. 그러나 여기에 참여하는 한국인 디자이너는 아직 없다. 우리 교포들이 브라질 패션산업에서 차지하는 ‘양’을 생각한다면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시종 열기 속에 진행된 ‘차세대 의상 디자이너를 위한 패션포럼’에서 젊은 교포들은 “우리(교포 2세와 3세)가 가질 수 있는 한국적 정체성은 무엇인가?” “이곳 한인들이 제작해 판매하는 옷을 보고 느낀 문제점이 있다면 말해달라”는 등의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중저가 의류업 중심이었던 1세대 한국 교포들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올해 (사)한국패션문화협회 회장직을 맡아 7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행사를 진행한 최현숙 교수(동덕여대 패션디자인학)는 “한국의 패션아트를 세계에 알리고, 연관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목적을 갖고 지속적으로 해외 행사를 열었다. 브라질로 이민 간 교포들이 대체로 의류산업에 종사한다는 것을 알고 올해 전시 장소로 상파울루를 결정했지만, 이 정도로 참여도가 높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전시작가 중 한 사람인 이기향 교수(한성대 패션예술학)는 “반짝거리는 학생들의 눈에서 감동을 받았다. 패션포럼 시간이 너무 짧고,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상담을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 뒤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보자”며 이들의 어깨를 다독였다.

    브라질을 매혹시킨 “오, 패션 코리아”

    <B>1</B> 교포들의 의류 도매상과 공장이 밀집한 상파울루 봉헤지로(Bon Retiro) 거리. 이곳 상점들은 도매상이지만, 동대문 상가보다 규모가 훨씬 커 마치 부티크처럼 보인다. 1층엔 마네킹들이 있는 매장이, 2~5층엔 제작 공장이 자리했다.

    ‘한국과의 패션 네트워킹’을 강력히 바라는 브라질 교포들의 뜻에 따라 한국에서 매년 열리는 ‘차세대 패션크리에이터’ 선발대회에 예선을 통해 선발된 남미 대표를 참가시킨다는 내용의 MOU를 브라질 한인상공회의소와 함께 체결한 것도 이번 행사의 수확 중 하나다.

    한·브라질 패션 네트워크 구축

    행사에 참석한 김순태 총영사는 “브라질 사람들이 한국을 전자, 기술이 앞선 기술국으로는 알고 있지만, 이렇게 문화적인 수준이 높은 나라인 줄은 잘 몰랐을 거다. 상파울루 시의회에서 올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파울루에 ‘코리아타운’ 지정 문제를 추진 중인데, 여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기뻐했다.

    전시 설치와 진행에 자원봉사를 지원했다는 교포 대학생 박영은 양(회계학 전공)은 밤늦게까지 이어진 행사에도 힘든 기색 없이 들뜬 표정이었다.

    브라질을 매혹시킨 “오, 패션 코리아”

    <B>2</B> 최현숙 (사)한국패션문화협회 회장(오른쪽)과 이도찬 브라질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이 한국에서 매년 열리는 ‘차세대 패션크리에이터’ 선발대회에 브라질 대표를 참가시킨다는 MOU를 교환했다. <B>3</B> 전시된 이기향 교수(한성대 패션예술학)의 작품 ‘댄싱 레인보우’ 이미지. <B>4</B> 전시와 포럼을 위해 상파울루 주립박물관을 찾은 (사)한국패션문화협회 회원들. 앞줄 맨 왼쪽 고형석 교수(서울대 컴퓨터공학)는 ‘디지털 의복’이라는 디지털 패션쇼를 소개해 디자이너 지망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브라질에선 한국의 경제 상황을 분석하며 이곳과 비교를 많이 해요. 그러다 지난해부터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한 책이 출판되고, 관심의 폭이 넓어지고 있어요. 그럼에도 제가 가진 한국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표면적이었는지 오늘 전시를 보고 느꼈어요. 한국인이라는 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한국에 사는 대학생들은 상상도 못하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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