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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골드라인 뜨자 ‘강남, 강남으로!’

9호선 개통 이후 강서 주민들 ‘강남 생활권’ … 편의시설 밀집한 지하공간도 인기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골드라인 뜨자 ‘강남, 강남으로!’

골드라인 뜨자 ‘강남, 강남으로!’
대학생 김정연(21·여) 씨는 7월27일 오후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신간서적을 둘러보고 있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사는 김씨는 이날 서울지하철 9호선을 타고 왔다고 했다.

“염창역에서 급행열차를 탔더니 신논현역까지 고작 21분 걸렸어요.”

그는 9호선이 ‘생활의 혁신’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강남에 오려면 한 시간 넘게 시내버스를 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형서점에 갈 땐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종로 쪽으로 나가곤 했어요. 하지만 이젠 강남 쪽으로 오는 게 더 편해졌죠. 아예 방학 동안 이쪽의 영어학원을 다닐까 싶어요.”

근무처가 인천국제공항인 김영수(29·여) 씨는 요즘 9호선 때문에 생긴 ‘혜택’과 ‘비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0월 결혼 예정인 김씨는 9호선 가양역 부근에 신혼집을 마련할 생각이다. 9호선을 이용하면 김포공항역에서 인천공항철도로 갈아타기 편하고, 고속터미널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해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친정집에 가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9호선 개통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공항버스를 타고 고속터미널역에 내려서 3호선으로 갈아타고 일원동 집까지 가려면 1시간30분~2시간이 걸리지만, 9호선을 이용하면 출퇴근 시간을 30분~1시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 달 사이 전세 가격이 2000만원이나 올라버렸거든요. 가양역 부근 20평형대 아파트 전세 가격이 6월에 1억50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억7000~8000만원이나 돼요. 그나마 매물도 없고요.”

지하철역에서 화장품 사고 도넛 먹고

7월24일 서울지하철 9호선이 김포공항역과 신논현역을 잇는 25.5km 구간의 운행을 시작하면서 벌써부터 서울 시민들의 생활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먼저 출퇴근이 편해진 사람들이 늘었다. 9호선이 강남과 여의도 등 사무실 밀집 지역을 지나는 덕분이다. 김포공항 인근에서 근무하는 논현동 주민 이모(34) 씨는 “김포공항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꽉꽉 막히는 도로 위에서 한 시간 이상을 보냈는데, 9호선 급행열차 덕분에 40분 만에 사무실에 도착한다”며 흡족해했다. 증미역~여의도역 구간을 이용하는 최모(32·여) 씨 역시 “완행열차를 타도 14분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앞으로 자가용을 놔두고 9호선을 이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출퇴근의 용이성은 강서 지역 부동산시장에 ‘훈풍’을 가져다줬다. 여의도, 강남 지역의 직장인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강서 지역에 주거지를 마련하고자 하기 때문. 강서 지역의 9호선 인근 아파트와 오피스텔들은 요즘 ‘강남까지 20분’ 같은 문구를 곁들여 임대 홍보를 하고 있다. 자연히 전월세 가격은 물론, 매매 가격도 오름세다. 이 지역 부동산 ‘집을 파는 남자’의 이성근 팀장은 “강서 지역 오피스텔의 월세는 16평형 기준으로 보증금 1000만원에 55만~60만원”이라며 “최근 꽤 상승한 편이지만 강남, 여의도보다는 여전히 저렴하다”고 전했다.

“지하철역에서 밥도 먹고 쇼핑도 할 수 있다니, 꼭 도쿄여행을 온 기분이랄까요.”

골드라인 뜨자 ‘강남, 강남으로!’

지하철 9호선 개통으로 매출이 신장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좌측)과 신논현역의 지하 쇼핑공간(중간). 신논현역에는 1000여 종의 도서를 갖춘 도서공간까지 마련됐다.

7월27일 저녁 신논현역에서 만난 강모(30·여) 씨는 GS왓슨스에서 클렌징폼을 사고 미스터도넛에서 도넛을 구입한 뒤 지하철을 타려는 중이었다. 9호선은 다른 지하철노선과 달리 역사에 커피, 우동, 화장품, 생활용품, 의류 등을 파는 상가들이 입점해 있다. 서울 시민들도 도쿄 시민처럼 지하철에서 식사하고 쇼핑하는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된 것.

9호선 상업공간에는 탐앤탐스(커피), 미스터도넛(도넛), 뷰티플렉스(화장품), 다이소(생활용품) 등 시민에게 낯익은 유명 브랜드들이 다수 들어와 있다. 가장 많은 상가가 입점한 신논현역은 꽃집과 이동통신판매점은 물론, 1000여 종의 책을 비치한 도서공간까지 갖춰 ‘미니 쇼핑몰’을 방불케 한다. 9호선 상업공간 운영권을 보유한 GS리테일 서일호 과장은 “모든 역사가 통일된 인테리어 콘셉트로 구성된 매장을 갖추고 있어 쾌적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승객들의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 9호선에 두세 개 매장을 마련한 미스터도넛과 건강·뷰티 전문점 GS왓슨스는 각각 당초 목표 대비 200%와 125%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미스터도넛 박형호 대리는 “고객들이 지하철 역사에 신선한 아이템이 들어왔다고 반기는 분위기”라며 “출근길에 간단한 아침식사를 할 수 있도록 오픈시간을 오전 6~7시로 당기는 등 지하철 매장 특성을 반영해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의료서비스 강남으로 몰릴 듯

9호선은 강남과 강서를 왕복한다. 그러나 9호선이 창출한 소비력은 강남으로 ‘일방통행’하는 느낌이다. 개통 직후인 7월25~27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매출은 전년 대비 26.7%나 증가했다. 특히 유·아동 용품과 스포츠 품목이 각각 103.5%, 97.9% 신장했다. 구매고객 수 또한 일주일 전과 비교해 9.7%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9호선 개통으로 강서 지역 주민의 접근성이 편해지면서 매출이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등포구에 사는 주부 신모(36) 씨는 7월25일 토요일 저녁 유모차를 끌고 신세계백화점에 다녀왔다.

“집 앞 선유도역에서 고속터미널역까지 23분밖에 안 걸리더라고요. 주변 엄마들한테 다음엔 강남에서 모임을 갖자고 했어요. 우리도 강남 문화를 누려볼 겸 해서요.(웃음)”

9호선 인근 강남 호텔들도 강북 호텔들을 애용하는 여의도 기업 고객을 끌어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JW메리어트호텔, 리츠칼튼호텔 등은 최근 여의도 기업들을 상대로 한 영업활동을 강화했다. JW메리어트호텔 관계자는 “여의도역에서 고속터미널역까지 고작 10분”이라며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졌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승산이 있으리라 본다”고 자신했다. 9호선 입점 상가들도 강남 지역에 주로 자리잡고 있다. 환승역인 여의도역에는 점포가 4개에 불과한 반면,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에 자리한 신논현역에는 11개나 있는 식이다. 신논현, 사평, 고속터미널역에 3개 점포를 오픈한 탐앤탐스 김형석 점포개발팀장은 “소비력을 중요 판단 근거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대 남기법 교수(도시사회학)는 “대중교통에서 소외된 강서 지역을 도심지인 강남과 연결한 것은 지역 간 균형발전을 가져오기보다 강남 집중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TX와 지하철 1호선이 천안까지 연결되면서 충남 주민들이 수도권 원정 쇼핑에 나섰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 9호선을 타고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대표 또한 “백화점이나 의료서비스 등 고가 소비일수록 강남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간동아 2009.08.11 698호 (p60~61)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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