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4

2009.02.24

신영옥, 한국 팬에게 수잔나로 인사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9-02-19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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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옥, 한국 팬에게 수잔나로 인사

    모차르트 작품 중 가장 인기 있는 희극적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주인공 죄수로 분한 팀 로빈스가 교도소 사무실에서 소장이 시킨 일을 하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라는 앨범을 발견한다. 그는 앨범에 쌓인 먼지를 입으로 훅 불고, 조심스레 오디오 바늘을 올린다.

    그리고 볼륨을 최대치로 높인다. 아리아 ‘편지의 이중창’은 스피커를 타고 교도소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운동장을 걷고 있던 동료 죄수들의 영혼을 사로잡는다. 뒤에, 탈출에 성공한 모건 프리먼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 목소리는 이 회색 공간의 누구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하늘 위로 치솟아 올랐다. 마치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우리가 갇힌 새장에 날아 들어와 그 벽을 무너뜨린 것 같았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 쇼생크의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오페라 아리아 한 곡이 도망갈 곳 없이 막막한 사람들에게 짧은 순간이나마 행복한 자유를 안겨준 것이다. 죄수들은 가수들이 이탈리아어로 뭐라고 노래했는지 몰라도 ‘사랑’ ‘자유’ ‘행복’ 같은 단어를 떠올리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생활의 감옥’에 갇힌 우리에게도 같은 크기의 감동을 안겨줄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3월6~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다. 2007년 12월 화재로 문을 닫았던 오페라극장은 270억원을 들여 개보수 공사를 마감했고, 이번 공연은 재개관을 기념하는 첫 오페라 공연이다.

    ‘피가로의 결혼’은 모차르트 작품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희극적 오페라(opera buffa)로, 곡들이 영화나 CF에 많이 차용돼 일반인에게도 친숙하다. 알마비바 백작의 시종인 피가로와 백작 부인의 시녀 수잔나의 결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적인 성격과 모차르트의 경쾌한 음악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3시간 넘는 공연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맑고 고운 음색의 소프라노 신영옥이 주인공 수잔나 역을 맡아 오랜만에 고국 오페라 무대에 선다. 피가로는 이탈리아 출신 바리톤 조르지오 카오두로, 백작 부인은 소프라노 새라 자크비악, 백작은 바리톤 윤형이 맡는다. 2006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가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무대를 그대로 옮겨왔다. 데이비드 맥비커가 연출을, 이온 마린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를 맡는다. 4만~20만원, 문의 02-580-1300

    ○ 피아니스트 김원의 솔로 피아노 작품집 ‘Won Kim’

    신영옥, 한국 팬에게 수잔나로 인사
    ‘불꽃같은 열정과 탁월한 테크닉을 겸비한 피아니스트’라는 평을 듣는 김원(37)의 피아노 작품집 ‘Won Kim’(소니 클래식)은 신선하다.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라흐마니노프 ‘소리의 그림 연습곡’,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에 의한 세 개의 악장’ 등 기교적으로 난곡이라 일컬어지는 현대 작품들이 수록돼 있지만, 그의 연주는 부드럽고 충분히 아름답다. ‘밤의 가스파르’나 ‘소리의 그림 연습곡’은 붓 대신 피아노음으로 그린 그림 같아 인상적이다. ‘페트루슈카…’는 발레 음악임에도 피아노 협주곡 같은 힘찬 느낌을 준다.

    1995년 마리아 카날스 국제콩쿠르에서 1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20세기 작품 최우수 연주자상’을 차지했던 김원은 독일 하노버에 거주하며 유럽 무대에서 연주활동을 펴고 있다. 2007년 겨울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성공적인 연주회를 열어 영국 미디어들의 큰 관심을 모으기도 한 그는 그동안 국내에서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서울시향 등과 협연을 가졌다. 올 2월 한 달 동안엔 전국을 돌며 첫 고국 독주회(마지막 무대 2월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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