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4

2009.02.24

수면 위로 올라온 위작, 허둥지둥 대처

  • 이호숙 아트마켓 애널리스트

    입력2009-02-19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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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면 위로 올라온 위작, 허둥지둥 대처

    위작으로 판명된 이중섭의 ‘물고기와 아이’.

    2008년 미술계는 위작 사건으로 시작해 위작 사건으로 마무리됐다. 진위 여부를 끝내 판가름하지 못한 채 말이다. 작품이 위작 사건에 휘말리면 일반인은 판정 결과와 상관없이 그 작품을 위작으로 기억한다. 작품의 품위는 끝없이 손상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에야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미술품의 위작 문제는 이전에도 컬렉터들 사이에서 늘 거론되는 뜨거운 감자였다. 컬렉터 중에는 위작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이 경험을 일종의 무용담처럼 말한다. 어떤 컬렉터는 처음 산 위작을 소중하게 간직하기조차 한다. 아마 그 그림을 볼 때마다 ‘다시는 속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컬렉터 가운데 상당수가 한 번쯤 위작을 구입하게 되는 이유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그냥 그랬는데, 가격이 정말 괜찮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변명이다. 원인이 분명한 만큼, 위작 구매를 피하기 위한 방법도 간단하다.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부르는 작품에 현혹되지 말 것. 물론 지금처럼 마켓이 좋지 않을 때는 급매물로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는 작품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컬렉터가 기다리는 이른바 ‘좋은 작품’은 마켓 상황에 관계없이 같은 가격을 유지한다. 심지어 가격이 오르기도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가격을 낮게 부르는 작품은 설사 위작이 아니더라도 소장 가치 면에서 매력적인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미술품은 경매가 활성화하기 전까지 지극히 개인적인 방식으로 거래됐기 때문에 위작 문제도 조용하게 해결된 경우가 많았다. 특정 작품이 진품이라는 근거를 일반인도 이해할 만큼 논리적으로 설득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이슈가 된 지금, 미술계가 적절한 대응 방법을 찾지 못한 채 허둥대고 있는 듯 보인다. 이제는 전문인력 양성과 훈련을 통해 미술품 감정 문제를 체계화하는 제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미술시장에 진입한 컬렉터들이 안심하고 그림을 구매할 수 있어야 더 많은 컬렉터가 유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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