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2

2009.02.10

‘아트 컬렉터’는 적립식 펀드 가입자

  • 이호숙 아트마켓 애널리스트

    입력2009-02-05 12: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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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 컬렉터’는 적립식 펀드 가입자

    2008년 스위스에서 열린 예술축제 ‘아트 바젤’에서 백남준의 작품 앞을 지나가는 컬렉터의 모습.

    호황기에 미술계로 몰려들었던 투기 자본이 불황기가 되면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이 자본은 마켓이 다시 ‘붐업’되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그때는 시기상 한발 늦은 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트마켓의 상품인 그림을 알지 못하고 투자만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은 이렇게 적기를 놓친다. 이 마켓에서 투자자로 성공하려면 늘 마켓 안에 있어야 한다. 호황기의 시작점부터 고점까지 즐기기 위해서는 ‘인베스터’가 아닌 ‘컬렉터’의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아트 컬렉터는 마음에 드는 그림을 꾸준하게 산다. 주식 투자에 비유하면 적립식 펀드 가입자와 유사하다고 할까. 차이점은 아트 컬렉터의 경우 본인이 마켓 현황을 고려해 구매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트마켓에서 가장 좋은 구매 시기는 작품의 퀄리티가 상승세를 보일 때다. 그림을 꾸준히 사본 사람들, 아트마켓의 생리를 체험적으로 알고 있는 컬렉터들은 이 말의 의미를 잘 알 것이다. 좋은 퀄리티의 작품은 절대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아트마켓에서는 불황기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떨어진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그다지 매력적인 일이 아님을 말이다.

    반면 아트 인베스터는 단기 투자자와 유사하다. 아트 컬렉터가 그림을 따라 움직인다면, 이들은 그래프를 보고 움직인다. 차이나 펀드나 베트남 펀드, 러시아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보일 때 관련 상품에 투자자가 몰렸던 것처럼, 지난 3년간 미술계에도 나름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작품에 투자하는 전문가들이 열심히 활동했다. 이들은 컨템포러리 작가군 가운데 옥션에서 지속적으로 상향 평가되는 작가의 작품을 구매했고, 한동안 눈에 띄는 수익을 얻었다. 그러나 최근 컨템포러리 마켓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들의 작품은 다음 투자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림 자체를 보지 않고 시세와 상승폭만 보고 움직인 인베스터들이 실패에 직면한 것이다.

    아트마켓이 발전하려면 분명 자본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자본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켓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자본이 유입돼야만 마켓이 좀더 안정화되고, 투자자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지금 수익을 얻지 못하고 돌아서는 인베스터들이 다음번에는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아마도 그렇게 될 것이다. 아트 컬렉터들이 그림을 선택하는 방식, 작가에 대해 고민하는 방식, 구매하는 방식이 결국 옳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트마켓의 깊은 불황을 이겨나갈 수 있게 하는 힘은 그래프가 아니라 그림이다. 그림을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만족감, 그 그림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풍요로움이 어려운 시기를 어렵지 않게 느끼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아트 컬렉터가 되자. 그림에 매료됐다면, 그림으로 진정한 부를 누리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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