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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미운 백년손님 vs 껄끄러운 어머니

장모들과 사위들이 털어놓은 ‘상대를 향한 진심’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얄미운 백년손님 vs 껄끄러운 어머니

얄미운 백년손님  vs 껄끄러운 어머니
장모와 사위 간 궁합이 시어머니, 며느리 궁합보다 중요한 시대. 장모들과 사위들은 서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주간동아’는 1월9일부터 13일까지 설문을 통해 각각 약 50명의 장모, 사위에게 자신의 사위, 장모에 대한 생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장모들은 ‘아무리 잘해도 백년손님’, 사위들은 ‘너무 잘 해주려 애쓰셔서 감사하기도 부담스럽기도 한 존재’라는 답변이 대세를 이뤘다. 답변 중 일부 내용을 간추렸다. 무심코 튀어나오는, 숨겨둔 그들의 ‘진심’을 자세히 들여다보시라.

모델=배옥순, 신동훈(MTM)

내게 장모란?

나의 위대한 스폰서! 최모 씨, 41세, 변호사, 결혼 14년차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가 한 번 실패했다. 실업자 시절 아내 몰래 장모님이 용돈을 부쳐주셨다. 또 장인과 아내에게 알리지 않고 재개업 비용도 대주셨다. 내게 어려운 일이 생긴 것 같으면 먼저 전화를 걸어 ‘비자금 계좌’로 돈을 보내신다. 친구들과 술 마실 때마다 나의 건배사는 “위대한 나의 스폰서, 장모님을 위해~”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최모 씨, 41세, 회사원, 서울

과외 하던 집 ‘사모님’이 장모가 됐다. 우리 어머니가 아내와의 결혼을 심하게 반대했고 이 때문에 장모 마음이 많이 상했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어서도 아직 껄끄러운 관계다. 아내는 장모가 서울에 올라올 때면 남편이 출장 갔다고 한 뒤 내게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미리 전화해줄 정도다.

아내한테는 엄마, 내게는 어머니강창희, 37세, 회사원, 경기도 시흥

엄마와 어머니란 호칭은 편안하게 어리광 부려도 되는지,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지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다. 사위는 ‘노력’을 해야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면 아들은 그와 상관없이 사랑받을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푸근한 큰누님 박모 씨, 28세, 컨설턴트, 서울

아내와 연애기간이 길었다. 아내와 다투는 일이 있을지라도 당신 딸 편만 들지 않고 내 기도 살려주려 애쓰신다. 인생을 살다 힘들고 고민거리가 생길 때마다 훌륭한 상담자가 돼주시는 푸근한 큰누님 같다.

보장 안 되는 보험 손모 씨, 34세, 학원강사, 서울

평소엔 든든,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딸 편만 드니까.

엄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내 엄마 정해영, 40세, 회사원, 서울

전화 빈도수, 직접 뵙는 횟수, 마음이 가는 범위 모든 게 내 엄마를 대하는 것과 한 치의 차이도 없기에.

아내와 함께 주말 영화 보러 갈 수 있게 해주시는 분 김모 씨, 34세, 컴퓨터 프로그래머, 서울

4, 5세 연년생 남매를 처가에서 키우고 있는데, 장모님 덕에 문화생활도 하고 나름 사람답게 산다.

나의 훌륭한 사업 파트너 최모 씨, 34세, 대기업 근무, 서울

장모님 권유로 장모님과 지분을 절반씩 투자해 프랜차이즈 식당을 냈다. 수입이 짭짤하다.

제2의 어머니 정형필, 32세, 회사원, 서울

우리 엄마만큼이나 챙겨주시고 또 사랑해주셔서.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지는 그대 엄모 씨, 42세, 회사원, 서울

장모가 지방에 계신 데다 사업을 하셔서 서로 많이 바쁜 상태. 바쁜 걸 핑계로 안부전화 한 통 하기 어렵다.

미래의 내 아내 모습 김일관, 33세, 연구원, 서울

외모나 성격이나 모전여전이지 않을까.

나의 든든한 후원군 장현, 34세, 회사원, 서울

처가에 갈 때마다 바지런히 신경 써주시고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모습이 늘 감사해서.

나만 보면 수줍어하시는 부끄럼쟁이 박창준, 34세, 회사원, 경기 수원

결혼한 지 이제 1년째. 아직 장모님은 나만 보면 부끄러워하시고 또 어색해하신다. 너무 잘 해주려고 애써서 그러신 것 같다.

변함없이 따뜻한 어머니 장철, 39세, 군인, 경기 평택

시간이 지날수록 어머니는 내게 잘 해주신다. 변하지 않는 편안함, 그것이 장모님의 매력.

맛의 세계로의 안내자 한모 씨, 34세, 경찰

처가에 갈 때마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주시는 장모님. 가벼운 마음으로 잠시 인사드리러 들렀는데도 부엌에서 나올 줄 모르셔서 죄송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매서운 눈의) 감시자 홍모 씨, 41세, 회사원, 서울

잘난 당신 딸을 고생시키지는 않는지 늘 지켜보신다.

든든한 방패 이모 씨, 29세, 회사원, 서울

누구로부터 지켜주기 위한 방패일까? 부끄럽지만 내 아내의 공격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방패다. 연애할 땐 여성스럽고 부드럽던 아내가 결혼 후 다혈질의 본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아내 비위를 맞추느라 쥐 죽은 듯 지내다 처가에 가면 난 조용히 장모님께 그녀의 만행을 고자질한다. 그때마다 아내를 꾸짖으며 내 편이 돼주시는 장모님.

내 고통의 기원 조모 씨, 45세, 방송인, 서울

‘내 고통’ 아내를 낳은 모체(母體)이기에.

반경 5km 안에 두기엔 부담스런 이름 이모 씨, 45세, 회사원, 서울

우리 부부는 외국생활을 오래 했다. 귀국 조건은 장모, 처제 등 시댁 여자들과 반경 5km 이내에 집을 얻지 않는 것이었다. 장모가 우리 부부의 한국 생활에서 헤게모니를 쥐지 못하도록.

내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 이모 씨, 45세, 화가, 서울

잠시 우리 집에 와 계시는 장모. 내가 손이 많이 가는 작품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여보게, 난 자네만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나.”

오래 사는 어머니 김모 씨, 34세, 상업, 서울

처가에 재산이 좀 있다.

사랑하는 어머님, 항상 그리운 내 어머니 김모 씨, 38세, 회사원, 서울

나는 고아였다. 아내와 결혼하기 전 연애시절부터 자식처럼 대해주던 장모님은 결혼 10년차가 되도록 변함이 없다. 한때 같이 살다 몇 년 전 서울살이가 힘들다며 지방으로 내려가셨는데 지금도 특별한 날이면 장모님 생각에 눈물을 흘린다. 선배들은 내게 ‘실없다’ ‘이상한 놈이다’라고 한마디씩 한다.

막강 여두목 이모 씨, 35세, 회사원, 서울

장모, 처형 둘이 있는데 참견을 많이 하는 편. 장모는 이 ‘여자들 무리’의 두목 같은 존재이고.

아내가 인정하는 유일한 여자친구 김남근, 30세,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

결혼 직후부터 계속 미국에 살고 있어 자주 뵙진 못하지만 장모님과 수다 떨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다.

슈퍼우먼! 이모 씨, 34세, CPA, 서울

장모님을 뵐 때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을 돌보면서 손아래 처남 뒷바라지까지 하신다. 취미생활도 놓치지 않는 등 자기계발에도 열심. 그 정열이 놀라울 따름이다.

얄미운 백년손님  vs 껄끄러운 어머니
내게 사위란?

미워도 다시 한 번 안모 씨, 60세, 전업주부, 서울

자기가 마신 물컵도 닦아놓지 않고 코앞에 있는 처가에도 좀처럼 걸음하지 않는 걸 보면 얄밉지만 내 딸의 남편, 손녀들 아빠니 미워할 수도 없다. 가끔 애교 부리는 모습을 보면 귀엽기도 하다.

복 많은 놈 전모 씨, 72세, 전업주부, 서울

애지중지 기른 내 막내딸을 덥석 데리고 간 사위. 복도 참 많지.

내가 밑지는 장사한 얄미운 손님 김경자, 60세, 회사원, 경기 수원

아직은 어려운 손님 같은 존재, 잘 해주고 싶은데 조금 어색하다. 딸을 뺏긴 것만 같고 뭔가 손해 본 장사를 한 듯한 마음 때문일까.

믿음직한 또 다른 아들 임채순, 56세, 전업주부, 서울

처음에는 결혼 후 딸을 떠나보내려니 그렇게 섭섭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몇 해 겪고 보니 사위가 아들보다 더 든든하게 느껴졌다.

안부전화 자주 하는 기특한 백년손님 김모 씨, 59세, 식당 운영, 서울

안부전화도 자주 하고 딸의 ‘만행’을 내게 일러바칠 정도로 마음을 여는 사위지만 아들처럼 편하게 막 대하지는 못하겠다. 역시 사위는 백년손님인가 보다.

때론 얄밉지만 친아들처럼 듬직한 가족 윤모 씨, 55세, 전업주부, 서울

5년째 딸 내외, 손주들과 함께 한집에서 살고 있다. 가끔 얄미운 모습도 보이지만 친아들처럼 듬직한 모습에 마음이 든든하다.

든든한 버팀목, 그러나 영원한 손님 오모 씨, 69세, 전업주부, 전북 전주

사위가 많은 덕에 마음이 든든하다. 하지만 딸들을 시집보낸 엄마 처지에서 늘 잘 보여야 하고, 또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존재인 것 같다.

함부로 못 대하는 맏아들 같은 존재 이길자, 65세, 전업주부, 수원

사위를 참 좋아하지만 아들처럼 편한 사람은 아니다. 장성한 맏아들처럼 조금은 조심스럽고 한편으로는 믿음직스러운 존재.

모래성 같은 관계 신모 씨, 62세, 전업주부, 경기 시흥

요즘은 아들보다 사위가 아들 노릇을 잘하지만, 내 딸에게 조금이라도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매몰차게 대하게 된다. 장모-사위 관계는 잘못 보이면 끝까지 좋지 않고, 잘 보여도 방심하면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래성 같은 관계인 것 같다.

배 안 아프고 새로 얻은 든든한 아들 이옥희, 54세, 전업주부, 서울

아들을 안 키워봐서 몰랐는데 사위를 들이고 보니 이렇게 든든한 맛에 아들 타령을 하나보다 싶다. 배 안 아프고 얻은 새 아들이 난 정말 좋다.

원수에서 동지로 김모 씨, 67세, 전업주부, 서울

딸이 애 딸린 이혼남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줄 알았다. 사위의 능력 하나만 믿고 결국 결혼을 허락했고, 사위는 승승장구해 현재 대기업 임원을 맡고 있다. 다른 사위들과 견주어봤을 때 챙겨주는 용돈도, 딸의 행복지수도 훨씬 높아 이제 딸뿐 아니라 우리 부부의 인생 동반자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 평생 용돈 줘야 할 남자 김모 씨, 65세, 상업, 경기 안양

없는 살림에 딸에게 정말 많은 걸 투자했다. 딸이 좋은 학교, 직장을 거쳐 이 사회의 ‘엘리트’가 될 동안 우리 부부가 희생한 것은 기쁨만큼이나 컸다. 늘 ‘효도하겠다’는 딸의 마음을 사위도 잘 받아줄 수 있을까. 욕심 부리면 안 되겠지만 이제 사위가 주는 용돈 받아 살고 싶은데….

나의 이상형 이모 씨, 57세, 전업주부, 서울

중매로 결혼한 남편은 내 이상형과 거리가 멀었다. 괜찮은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가느라 여자로서의 내 삶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지만 딸만큼은 다른 삶을 살았으면 했다. 딸의 ‘시원찮은’ 남친들을 정리한 뒤 내가 직접 고른 사위는 내 이상형이기도 하다.



주간동아 2009.01.27 671호 (p22~24)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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