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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영미가 사랑하는 詩

젊음

젊음

젊음
젊음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1904~1973)

길가에 서 있는 자두나무 가지로 만든

매운 칼 같은 냄새,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손가락 끝에서 미끄러지는 생기의 방울들,

달콤한 性的 과일,

안뜰, 건초더미, 으슥한

집들 속에 숨어 있는 마음 설레는 방들,

지난날 속에 잠자고 있는 요들,

높은 데서, 숨겨진 창에서 바라본

야생 초록의 골짜기:

빗속에서 뒤집어엎은 램프처럼

탁탁 튀며 타오르는 한창때.

*이런 시를 좋아하다니 나도 늙었나보다. 네루다의 시집을 처음 읽던 30대 초반에 나는 ‘젊음’에 동그라미를 치지 않았다. 위에 소개한 시는 네루다 특유의 이미지들로 짜인 소품이지만 그의 대표작은 아니다. 노벨상에 빛나는 칠레의 시인은 이보다 더 화려하고 강력한 시를 수백 편이나 생산했다. 그러나 오늘 밤 나는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을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다.

작고한 박경리 선생님의 선언처럼 네루다에게도 ‘청춘은 짧고 아름다웠다’.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젊음은 내가 늘 마시는 공기처럼 의식하지 못하지만 당연히 누리던 많은 것을 내게 선사했다.

최근 나이 때문에 여러 불쾌한 일을 경험하고,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불이익을 당한 뒤에 나는 내가 무엇을 잃었는지 알게 되었다. 다시는 내 이력서에 출생연도를 넣지 말까. 탁탁 튀며 타오르는 한창때엔 나도 이런 구차한 고민은 하지 않았는데….

[출전] 파블로 네루다/ 정현종 옮김,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민음사, 1989

이번 호로 ‘시인 최영미가 사랑하는 시’의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주간동아 2008.12.09 664호 (p6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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