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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유명인사들 사진에 빠지다

팝스타·톱디자이너·슈퍼모델 등 취미생활 넘어 전문가 실력 발휘

  • 뉴욕 = 조벡 Joel Kimbeck 광고기획자·칼럼니스트

세계의 유명인사들 사진에 빠지다

세계의 유명인사들 사진에 빠지다

샤넬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찍은 아디다스 오리지널 광고 이미지. 칼 라거펠트 특유의 우아함과 스포츠 브랜드의 파워가 결합돼 있다.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뉴욕에서 한국 관광객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요즘 젊은 한국인 관광객들이라면 똑같은 아이템을 하나씩 들고 있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도 100만원은 충분히 넘을 듯한 고가의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급 ‘디지털 카메라’를 든 배낭여행객은 십중팔구 한국인이다. 이것은 비단 외국에서 만나는 한국 여행객들에게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서울 삼청동만 가봐도 전문가들도 부러워할 정도의 사양을 갖춘 고급 카메라를 든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으니,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 이후 사진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문화와 자기표현의 한 장르로 정착돼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대변하듯, 피사체의 운명을 가진 영화배우 배두나가 여행 동안의 사진과 글을 블로그에 담듯 펼쳐낸 ‘두나’s 런던놀이’와 ‘도쿄놀이’가 베스트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전문 포토그래퍼의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인 듯하다. 배두나는 이제 영화배우에 포토그래퍼라는 이름도 더하게 됐을 뿐 아니라, 그가 소장한 독일 라이카(Leica)사의 디지털 카메라 ‘C-Lux’는 ‘배두나 카메라’라 불리며 인기를 끈다. 배두나뿐 아니라 중견 연기자 조민기도 연예인을 촬영하는 연예인으로서가 아니라 포토그래퍼 자격으로 최근 남성패션지 화보 촬영을 했다고 한다.

팝가수 브라이언 애덤스는 포토그래퍼로 왕성한 활동

이처럼 사진의 매력에 빠진 셀레브리티가 늘어나는 현상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해외 유명인사 중에도 전문 포토그래퍼로서 이력을 더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브라이언 애덤스는 1980년대의 명곡 ‘헤븐(Heaven)’이나 영화 ‘로빈 후드’의 주제가로 17주 연속 빌보드 차트 1위를 한 ‘(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를 부른 캐나다 출신의 팝가수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기에 그의 대단한 이력 하나를 덧붙여야 하는데, 바로 ‘포토그래퍼’로서의 활동이다. 그는 이미 모국인 캐나다는 물론 유럽과 미국의 유수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초대전, 개인전만 20회를 연 아티스트다.

필자가 처음 본 그의 사진은 가수 ‘핑크(Pink)’의 흑백 토플리스 사진이었다. 동료 가수들의 사진을 취미로 찍었어도 남다른 감각이 있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그 후 그의 다른 사진, 왕년의 악동 스타 미키 루크의 사진들을 본 순간 사진작가로서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즈음부터 브라이언 애덤스의 사진들은 영국판 보그 등 세계적 패션잡지들에 실리기 시작했고, 특히 미키 루크와의 작업으로 2006년 독일의 ‘리드 어워즈(Lead Awards)’에서 사진 부문 대상인 ‘골드 어워드’를 수상했다. 같은 해 브라이언 애덤스는 독일의 유명잡지 ‘슈테른(Stern)’이 선정한 아티스틱한 포토그래퍼로서 무크 사진집 ‘포트폴리오(Portfolio)’도 출간하기에 이른다.



그는 패션 광고계에 입성해 진 브랜드 ‘게스(Guess)’의 2008년 봄여름 시즌 광고사진을 담당하게 된다. 영화배우 소피아 로렌을 콘셉트로 한 이 광고에 현실감을 불어넣기 위해 그는 소피아 로렌의 전담 헤어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작업에 참여시켜 이미지 메이킹까지 계산하는 전문 포토그래퍼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후에도 슈퍼모델 신디 크로포드를 모델로 기용한 시계 브랜드 ‘오메가’의 크루즈라인 캠페인과 독일 축구대표팀과 작업한 ‘스트레네스(STRENESSE)’의 광고 캠페인까지 높은 퀄리티가 요구되는 광고작업을 다수 맡았고, 독일 패션잡지인 ‘주 매거진(Zoo Magazine)’의 사진을 진행해 가수보다 포토그래퍼로서의 명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덴마크 출신으로 1990년대를 대표하는 슈퍼모델 헬레나 크리스탄센(Helena Christensen)은 한국에서도 창간된 패션잡지 ‘나일론(NYLON)’의 공동 창업자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녀의 포토그래퍼로의 행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보그, 엘르, 하퍼스 바자 등 유명 패션잡지의 커버와 화보의 단골 모델이자, 미국의 언더웨어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Vitoria’s Secret)’의 메인 모델로 활동한 그녀는 모델로서의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창립하고, 잡지를 창간하며, 포토그래퍼로서 패션화보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녀의 사진은 톱모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을 진행해 자연스러운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사진의 느낌 또한 북유럽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여성 포토그래퍼의 섬세함이 잘 살아나 아트 패션잡지를 지향하는 ‘단스크(Dansk)’나 프랑스의 영 매거진 ‘잘루즈(Jalouse)’, ‘스페인 보그’, ‘엘르’, ‘마리끌레르’ 그리고 그녀가 공동 창간한 ‘나일론’ 등 여러 패션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다른 톱모델들이나 유명 가수, 배우들이 그녀와의 작업을 선호해 첫 번째 개인전도 2006년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다음 전시는 201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얼마 전 약물 과다복용으로 세상을 떠난 ‘다크 나이트’의 배우 히스 레저도 촬영을 계기로 친구가 됐고, 그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이도 그녀라는 이야기가 있다.)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셀레브리티 포토그래퍼는 샤넬의 디자이너이자 펜디, 클로에 그리고 자신의 시그니처 브랜드 ‘칼 라거펠트’, ‘라거펠트 갤러리’, ‘K 칼 라커펠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칼 라거펠트다. 우리가 그저 ‘멋지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패션 아이템뿐 아니라 광고사진도 알고 보면 칼 라거펠트의 작품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세계의 유명인사들 사진에 빠지다

팝스타 브라이언 애덤스의 사진집과 칼 라거펠트의 돔 페리뇽 사진, 모델 헬레나 크리스탄센이 촬영한 화보(왼쪽부터).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광고사진까지 담당

칼 라거펠트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물이다. 그 많은 브랜드의 디자인만으로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텐데 광고사진까지 담당하니 말이다.

우선 샤넬의 광고사진(화장품과 향수는 제외)은 그가 처음 샤넬을 맡았을 때부터 계속 이어진 역사가 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그의 사진에 대한 열정은 어떤 포토그래퍼보다 뜨거운데, 다른 브랜드들의 광고사진을 맡고 있는 것은 물론 지난해에는 베를린에서 ‘원맨 쇼운(One Man Shown)’이란 타이틀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특히 샤넬과는 경쟁관계에 있는 프랑스의 럭셔리 그룹,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의 대표적인 고급 샴페인 브랜드 ‘돔 페리뇽(Dom Perignon)’의 이미지 광고를 몇 년째 맡으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격상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필자는 2004년 독일의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오리지널 라인 광고 캠페인을 그와 함께 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정통 스포츠 브랜드와 칼 라거펠트의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결합한 것으로 그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광고여서 더욱 뜨거운 열정을 발휘했다.

칼 라거펠트가 작업한 아디다스 오리지널 광고 캠페인은 당시 젊은 세대에게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광고기획자인 나 자신도 70대의 그가 이렇게 젊은 감각으로 비주얼을 생성하는 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당시 그는 “사진은 나를 시 쓰는 시인으로 만든다. 그것은 의상 디자인과 다른 느낌이다. 의상은 시보다 영화에 가깝다”며 소년같이 즐거워했다.

이런 매력이 있어 모두들 사진에 열정을 쏟는지도 모른다. 단순히 렌즈에 투영되는 물체나 사람을 찍어내는 재현의 프로세스가 아닌, 피사체와 렌즈를 통해 감정을 교감한 결과가 바로 사진이다. 사진에 빠진 우리 모두가 인생의 포토그래퍼이자 아티스트인 셈이다.



주간동아 2008.11.04 659호 (p56~58)

뉴욕 = 조벡 Joel Kimbeck 광고기획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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