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9

2008.11.04

서울 국제중 보류 결정 공정택 교육감 작품?

선거비리 의혹 물타기 위해 교육위원들에게 설립 1년 연장 로비 설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08-10-27 1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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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국제중 보류 결정 공정택 교육감 작품?

    10월 7일 국제중 설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의 국제중학교(이하 국제중) 설립 보류는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지시한 것?

    국제중 설립 동의안이 교육위의 보류 결정으로 표류 중인 가운데 “교육감 선거 비리 의혹으로 난처한 처지에 있는 공정택 교육감이 일부 교육위원들에게 국제중 설립 1년 연장을 위한 로비를 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

    10월15일 교육위는 서울시교육청(이하 교육청)이 제출한 ‘특성화중학교 지정 동의안’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당시 한학수 소위원회 위원장은 “(위원장을 제외한) 14명의 교육위원 각자가 의견을 개진한 결과, 국제중 설립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아직까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개교를 위한 준비사항이 부족하다고 판단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법적으로 교육위 동의 절차 안 밟아도 그만

    교육위의 이러한 결정은 당시 국제중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입장 모두에게 ‘예상 밖의 일’이었다. 국제중 설립을 반대하는 (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의 윤숙자 회장은 “교육위원들의 (보수적인) 성향상 국제중 동의안이 통과될 줄 알았다. 오죽 준비가 미흡했으면 보수 성향의 위원들조차 반대했겠는가”라고 말했다. 반면 국제중을 찬성하는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최미숙 대표는 “국제중 설립을 공약으로 내건 공정택 교육감이 당선됐다는 사실에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가 미흡하다는 모호한 말로 보류시킨 데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초·중등교육법 제76조는 특성화중학교 지정은 교육감의 권한이라고만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청이 교육위의 동의 없이 지정·고시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다. 그럼에도 공청회조차 열지 않으면서 국제중 설립을 서둘렀던 교육청이 굳이 교육위의 동의 절차를 밟은 것은 다수의 교육위원이 공정택 교육감과 입장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 교육위에서 현 교육감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이 나올 리 없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더불어 교육위가 국제중 보류를 발표한 시점인 10월 중순이 공정택 교육감과 관련한 검찰의 선거비리 수사로 사회적 논란이 불거진 시기라는 점도 이 같은 의혹에 한몫한다.

    실제로 보류 결정 당시 심사에 참여했던 보수 성향의 한 교육위원은 교육감 개입설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그때 (교육위 내) 이상한 분위기 때문에 보류됐다”면서 “교육감 스스로가 중심을 잡지 못했다. 잠시 혼돈이 있었다고 짐작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진보 성향의 한 교육위원 역시 “공정택 교육감과 일부 교육위원이 가까운 건 사실”이라면서 “본인이 입을 다무니 (교육감개입설에 대해)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일부 교육위원과 교육감이 계속해서 뭔가를 의논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안에 국제중이 개교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교육청은 교육위의 보류 발표 다음 날인 10월16일 200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국제중 설립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여론보다 아이들의 미래가 중요하다”는 말로 강행 이유를 설명하면서 교육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일부에서는 “전날 교육위의 보류에 동의한다고 했던 교육청이 갑자기 돌변한 건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 “학원가와 강남 학부모를 달래기 위한 정치적 액션”이라는 추측까지 일고 있다.

    교육청, 교육위 결정에 동의한다더니 돌변

    교육청이 재심의를 요청할 경우 교육위는 10월20~31일 실시되는 정례회 기간안에 심의를 해야 한다. 교육청 측은 강행 계획을 밝힌 10월16일 “정례회가 시작되는 20~21일경 수정동의안 처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지만, 22일 현재 “한 주 동안 (동의안을) 좀더 완벽하게 보완한 뒤 31일 전까지 제출할 예정”이라며 일정을 늦춘 상태다.

    “(교육청) 실무진은 좀더 심도 깊게 보완 작업을 하는 중이다. 하지만 수정동의안을 제출하는 날짜는 윗분들이 결정하는 일이라 확답하기 힘들다.”(교육청 관계자)

    “개인적으로는 (국제중 동의안에) 찬성하지만, 다른 위원들과 상의도 해야 하고….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교육위 한학수 위원)

    교육위 관계자는 “수정동의안을 제출할 경우 안건이 상정되고 소위원회의 재심을 거치기까지 최소 하루 이상 걸리는데 아직 수정동의안과 관련해 교육청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며 “수정동의안을 제출한다 해도 예산심의 일정이 빠듯해 국제중 관련 재심의가 가능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교육위로서도 교육청에서 재심의를 요청할 경우 입장이 난처해진다. 언론에 국제중 동의안 재처리 요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힌 교육위원은 6명 정도(보류 4, 찬성 2). 나머지는 “수정안을 검토한 후 결정하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명확한 답을 회피한 한 보수 성향 교육위원은 “기본적으로 (국제중 설립에) 찬성하지만 당시 ‘보류’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는데 일주일 만에 수정동의안을 통과시키면 교육위 입장이 뭐가 되느냐”면서 “이래저래 욕먹게 됐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영훈중·대원중 인근 주민들의 입장

    “지역 발전 기대” “토박이들 불편” 닮은꼴, 딴 마음


    “우리야 지역이 발전한다면 반대는 하지 않죠.”(서울 영훈중 인근 주민)

    “집값이 오르긴요. 애들이 갈 학교가 없으니까 다 떠날 텐데…. 여기 주민들은 반대예요.”(서울 대원중 인근 주민)국제중으로의 전환이 거론된 강북구 영훈중과 광진구 대원중의 지역 민심은 사뭇 차이를 보인다. 사립 영훈초등학교와 같은 재단인 영훈중은 긍정적 입장인 반면, 대원외고와 같은 재단인 대원중은 부정적인 것.

    영훈중 인근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정모 씨는 “영훈초교 학생이 대부분 강남 아이들인데 멀리서 부모들이 등교시키기 힘들다 보니 주변에 아파트를 얻어 사는 경우가 많다”며 “국제중이 생기면 그런 애들이 이곳에서 3년 더 머무르지 않겠냐. 이쪽 사람들은 내심 지역이 발전할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강남 출신 재학생이 많지만 통학생이 대부분인 대원외고와 붙어 있는 대원중 인근 주민들은 정반대 논리를 편다. 대원중 주변에서 문구점을 하는 한 주민은 “지역 토박이를 내쫓는 형국”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국제중이 생기면) 집 앞에 학교를 두고 20분 거리의 용곡중으로 가야 하는 아이들이 많다”면서 “국제중이 꼭 필요하다면 새로 지어야지 원래 있는 학교를 바꾸면 되겠냐”고 반문했다. 결국 두 지역 주민 모두 국제중이 생길 경우 강남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에는 의견을 같이하지만 사립초교와 특목고 주변에서 겪은 경험의 차이가 국제중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를 낳은 셈이다.

    교육환경이 발달한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사실이다. 2003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인 4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설문응답자의 38.2%가 유명학원이 집값에 20~40%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60%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20%가 넘었다. 물론 이 조사를 한 개의 학교가 지역에 미칠 영향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다. 좋은 학군이라 불리는 지역은 보통 여러 개 학교와 함께 발달한 사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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