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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안드레아 일리 회장

“에스프레소는 그 자체가 완벽한 음식”

창립 75주년 맞은 伊 유명 커피회사 ‘일리카페’의 안드레아 일리 회장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에스프레소는 그 자체가 완벽한 음식”

“에스프레소는 그 자체가 완벽한 음식”
터 키에서는 커피를 두고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고 말한다. ‘커피 칸타타(Coffee Cantata)’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칸타타 211번에서는 커피가 ‘수천 번의 입맞춤보다 더 달콤하고, 맛 좋은 포도주보다 더 부드럽다’고 표현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기호품 커피. 커피 중에서도 에스프레소는 첫 키스처럼 달콤하고 아찔할 정도로 쓰기도 한, 커피의 매력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고농축 음료다.

국내에서 에스프레소는 아직 그 진가나 제대로 마시는 방법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유명 커피 체인점에서 테이크아웃 에스프레소를 시켜도 커다란 레귤러 커피잔에 대충 담아내줄 정도다.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국내 영업을 시작한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일리카페(illycafe)’는 이탈리아 스타일의 커피바 ‘에스프레사멘테 일리(espressamente illy)’를 통해 국내에 에스프레소 문화를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의 미학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3대째 이어온 가업 … 지난해 말 국내 영업 본격 시작

일리 패밀리는 1933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Trieste)에 본사를 설립하고 현재까지 3대째 커피 사업을 하고 있다. 에스프레소 기계의 초기 모델 ‘일레타’ 개발, 포장용기에 질소가스를 주입해 원두나 커피가루의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는 기술, 에스프레소 제조술이 부족한 국가에 수출하기 위해 발명한 커피 캡슐 등 이 회사가 전 세계 커피 산업에 끼친 영향도 크다.



‘일리카페’가 올해로 창립 75년을 맞았다. 최근 명품 마케팅 전략과 활발한 세계시장 진출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일리카페’ 안드레아 일리(44) 회장을 e메일로 인터뷰했다.

- 현재 우리가 마시는 에스프레소는 20세기 초반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인들은 ‘에스프레소 없이 하루를 시작할 수 없다’는 말도 들었고요. 이탈리아인들에게 에스프레소는 어떤 의미고, 또 완벽한 에스프레소란 무엇인가요?

“대다수 이탈리아인들에게 에스프레소는 일상이자 삶입니다. 그래서 ‘일리 커피’가 자국민에게 ‘메이드 인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커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은 커피 전문가들에게 인정받는 것만큼 으쓱함을 줍니다. 완벽한 에스프레소라…, 마신 후 미소짓게 하는 바로 그 맛 아닐까요.”

- 트리에스테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는데, 화학도 출신이라는 점이 커피 사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

“에스프레소 자체가 아주 흥미로운 화학실험 대상입니다. 이 음료에는 1500개의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고 그중 800개가 휘발성이며, 제조 과정에는 적어도 13개의 화학적, 물리적 변수가 작용합니다. 이렇게 화학적, 물리적 반응을 통해 보디(입 안에서 느껴지는 느낌)와 아로마 그리고 향이 조화를 이루도록 함으로써 완벽한 에스프레소가 탄생하는 겁니다. 일리연구소가 진행하는 복잡한 실험과정들을 이해하는 데도 전공이 큰 도움이 됩니다.”

- 일리 커피의 명성이 이어지는 주요 요인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고급 품종인 아라비카 원두만을 사용합니다. 깐깐한 기준에 맞춰 선별된 이 원두들은 전 세계 9개 커피농장에서 재배되죠. 그런데 각 지역마다 향과 개성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산은 꽃향기처럼 향긋한 반면, 브라질산은 향이 강하고 풍부합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일리 커피’라는 브랜드 네임 아래에서 생산되는 원두들은 균형감을 갖추고, 기분 좋은 향을 내며, 입 안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아로마가 부드럽다는 공통점을 갖는 것 같습니다.”

- ‘에스프레사멘테 일리’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예술적인 커피잔으로 유명합니다. 이런 마케팅 전략이 스위스 네슬레사의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와 종종 비교되기도 하는데요.

“네스프레소 숍은 기본적으로 커피와 에스프레소 머신을 판매하는 가게입니다. 반면 ‘에스프레사멘테 일리’는 이탈리아 스타일의 커피바(coffee bar)로, 커피 전문가인 바리스타가 직접 만들어준 커피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휴식공간이죠. 이 콘셉트는 이제 전 세계 30개국 200개의 ‘에스프레사멘테 일리’에 똑같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가가 디자인한 카페 공간에서 이탈리아식 디저트, 샐러드, 핑거 푸드, 수프 등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탈리아 문화를 전달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에스프레소는 그 자체가 완벽한 음식”
- ‘일리 커피’는 1992년부터 당대를 대표하는 화가, 가수, 영화감독에게 ‘일리카페’의 컵 디자인을 의뢰하는 ‘아트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특별한 의도라도 있나요?

“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일리카페’가 추구하는 프리미엄 커피 문화를 전달하기 위해 예술이라는 언어를 차용한 겁니다. 1992년부터 선보인 ‘아트 컬렉션’에는 줄리앙 슈나벨,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제프 쿤스 등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했습니다. 남아프리카 출신 아티스트 윌리엄 카트리지는 최근 ‘일리카페’ 창립 75주년 기념 컵을 디자인했습니다.”

- 75주년 기념행사가 연말까지 펼쳐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미국 뉴욕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각종 국제박람회가 열리는 9월26~10월11일 ‘갤러리아 일리’를 운영하면서 예술과 문학, 그리고 식음료 문화와 관련된 이벤트를 펼칠 예정입니다. 물론 커피 테이스팅 코스도 함께 제공하고요. 또한 9월6~10월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 비주얼 다이얼로그 포럼’에서는 브라질의 유명 사진작가 세바스티앙 살가도가 ‘일리카페’ 농장 농부들의 작업 모습을 촬영한 60장의 흑백사진을 전시할 예정입니다.”

- 현재 국제커피과학협회의 회장이기도 한데요, 커피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요?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여놓고 잘 밀봉된 캡슐을 머신에 넣기만 하면 집에서도 완벽한 맛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에 따라 바리스타와 대면하는 커피바에서는 더욱 완벽한 서비스로 고객을 유치하려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즉, 서비스가 진화의 핵심인 셈입니다.”

- 커피 사업을 하는 가문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했을까요?

“저는 정확하고 정밀한 것을 좋아합니다. 파일럿이나 외과의사가 돼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 에스프레소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을 추천해주세요.

“에스프레소는 그 자체가 ‘완전한 경험(complete experience)’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어떤 음식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주간동아 2008.08.05 647호 (p22~23)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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